외로움은 통증이다 - 시대의 흐름에 따라 외로움에 대한 해결책
오광조 지음 / 지상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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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감정은 다양하다. 기쁨 즐거움 등 긍정적 마음의 상태가 있고, 반대로 분노, 슬픔 등 부정적 감정도 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처한 상태에 따라 여러 가지 감정을 밖으로 드러낸다. 감정의 표출도 표정이나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눈물이나 우울감 등으로 혼자서 조용히 표출되기도 한다. 이런 긍정적, 부정적 감정은 인간에겐 모두 내재돼 있고 다만 충격이나 외압을 받아들이는 정도에 따라 각기 다른 감정의 정도가 표출된다고 한다. 느끼는 감수성의 차이가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같은 외부 충격이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충격을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는 게 의학계의 공통된

견해다. 다른 감정도 마찬가지지만 외로움이란 느낌은 독특하다. 사람마다 차이의 폭이 큰 감정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우울증 이른바 '코로나 블루'는 굉장히 광범위하게 나타났다는 것이 의학계의 정설이다. 일상이 차단되고 소통도 불가능한 상황에 처해지면 인간은 누구나 우울감이 든다는 것이다. 서로 만나는 것은 물론 회사나 학교마저 함께하기 힘든 상태가 장기간 계속되면 우울증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듯하다. 소통의 부재는 외부와의 단절에서 오는 외로움을 극대화시키기 때문이다. 문자나, 화상 전화, 음성 전화, SNS 등으로 소통을 빈번하게 하는 것이 우선의 해결책인 것 같다. 우울증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흔한 병이지만 특효약은 아직 없다. 그 발병 원인을 찾아 의사의 처방에 잘 따르고 적응하면 증세의 심화를 막을 수준의 약은 개발돼 있다는 것이 의사들의 말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외로움을 해결하는 방법도 다양한 것 같다. 특히 요즘처럼 혼밥,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시점에 혼자 살아가는 삶에서 흔히 나타나는 외로움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해 우울증에 걸리고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나아가 통증으로 심화되는 경우도 있다는 게 일선 의사들의 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친밀한 사람이 두세 명이라도 있다면 행복한 삶을 살아 갈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도 요즘처럼 개인주의가 팽배한 시대, 더욱이 코로나로 비대면 일상이 점차 익숙해질 정도로 오래 계속되는 바람에 개인적으로 외로움을 헤쳐나갈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사회가 어느 틈엔가 핵가족에서 1인가구가 급증했다. 정확한 자료를 독자는 갖고 있지 않아 말하기 어렵긴 하지만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우리나라의 가족제도가 무너진 지 오래됐다고 보건 당국의 발표를 얼마 전 TV를 통해 본 적이 있다. 이들은 회사나 일자리 문제로 부모나 배우자 등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 어르신(노인)들의 고독사도 자주 뉴스에 등장한다. 부부가 살았더라도 한 사람이 먼저 사망하면 대부분의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혼자 살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취업난이 심화되다보니 취업하기 위해 공부를 별도로 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

이런 여러 가지가 겹치면서 우리 사회는 자살률이 점차 높아지고 저출산을 넘어 출산률 세계 1위의 오명도 가지고 있는 등 가족제도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이젠 하루 출생자 숫자가 사망자 수를 밑도는 변곡점이 엊그제 뉴스에 나왔다. 이와 반대로 반려견, 반려동물, 반려식물 등 새로운 용어가 말해주듯 사람이 아닌 동물이나 식물과 소통하는 시대가 됐나 싶을 정도로 위기감도 온다.

 


 

이 같은 사회 상황에서 외로움에 대한 해결책은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는 말이 크게 와닿는다. '1인 가구', '혼밥'이라는 단어가 이젠 보통명사로서 우리 사회에 '가족'보다 더 빈번하게 등장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고 이들에게 외로움이라는 단어가 우리를 얼마나 힘들게 할지 우려되는 시점이다. 시대 흐름에 따라 외로움을 마주해야 할 마음의 자세는 바뀌어야 한다는 것은 외로움을 받아들이라는 의미는 아닐 텐데 무슨 방법이 있는 걸까? 선진 외국에서는 우리 나라보다 이 같은 문제를 먼저 겪었는지 외로움 전담 장관이 있다는 얘기도 들은 바 있다. '인간은 누구나 외롭다' '살아가는 동안 마주친 외로움과 싸워 이겨야 한다' '외로움이 인간의 숙명이라면 차리리 즐기자' 등의 선의의 말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외로움이 나의 잘못이 아니라 신(神)의 실수이고 사회의 무책임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이겨내야 하는 명제에는 책임을 누구에게 돌려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마주하고 어떻게 극복할지 이 책 『외로움은 통증이다』의 저자 오광조의 얘기에 귀 기울인다.

 


 

저자에 따르면 인생은 뼈에 사무칠 정도 외로운 때를 몇 번은 경험할 수밖에 없다. 세상에서 철저하게 버림받고 잊히면 그 느낌을 자연스럽게 안다. 이때 외로움은 시리고 냉정하다. 겨울바람처럼 차갑고 싸늘하다. 피부를 뚫고 살을 지나 뼈까지 시리다. 몸이 으스스 떨리고 움츠러든다. 밖으로 나가기 싫고 따뜻한 이불 속에서 웅크리고 그냥 있고 싶다. 모든 일이 귀찮다. 쉬어도 쉰 것 같지 않고 잠을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심하면 얻어맞은 것처럼 온몸이 욱신거린다. 사무치게 깊고 오랠수록 타격이 크다.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들은 언젠가 외로움을 겪는다고 한다. 사람들이 자기만 바라봤던 시절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면 상실감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정치인도 비슷한 증상을 피할 수 없다고 하며 그래서 인기와 권력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중독이라는 말도 있다. 언제 사무치게 외로울까? 아주 그립거나 허전할 때다. 대부분 상실의 시간을 접하면 극한의 외로움을 경험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거나, 헤어질 때 느낀다. 의존 대상이 클수록 빈자리는 크고 외로움은 깊다. 첫사랑의 상처가 큰 이유는 첫사랑의 빈자리를 처음 경험하기 때문이다. 마음에 사랑이라는 큰 공간을 만들어 놓았는데 사랑이 떠나가면 빈자리만 남는다. 전에는 외로움이 들어올 공간이 없었는데 사랑이 만들고 남긴 빈자리를 외로움이 채운다. 사랑이 깊을수록 상실감도 크다.

 


 

저자는 이어 시작을 할까 말까보다 더 어려운 고민이 중간에 ‘고’냐 ‘스톱’이냐를 결정할 때라고 한다. 들어간 돈과 시간이 아까워 머뭇거리다가 더 큰 손해를 본다. 아니라는 판단이면 미련 없이 털고 나와야 하는데 결단이 참 어렵다. 중간에 발을 빼기는 시작보다 몇 배 힘들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손실로 인한 고통을 더 크게 느낀다는 것. 안 되는 일을 붙잡고 있으면 돈, 시간 낭비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 이익 낼 기회까지 날리고 망설일수록 손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기 때문이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인생은 능동적으로 뛰어들 때도 있는 반면 엉겁결에 발 담그는 경우도 많다. 그때 흐름을 탈지 내릴지 결정이 중요한데 ‘고’하는 가속페달 못지않게 ‘스톱’하는 브레이크 역할도 막중하다. 감정도 ‘스톱’이 가능하다. 화는 격렬한 감정이다. 화가 나면 어쩔 줄 모른다. 제 성질에 자기가 넘어간다. 하지만 화의 지속시간은 10초라고 한다. 10초만 참으면 저절로 사그라진다. ‘참을 인(忍)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속담은 맞는 말이다.

화, 분노는 마음에서 일어나는 흥분이고 연쇄반응을 초래한다. 혈압이 오르고, 심장이 뛰고, 인지하면 더 분노하고, 큰소리를 치고, 내뱉은 욕을 자기 귀로 듣고 반응이 강화된다. 물건을 던지고 밀치는 거친 행동을 하면서 몸은 원시시대 사냥꾼으로 돌아간다. 가히 화의 폭발, 분노의 극치라 할 수 있다. 이젠 원인은 뒷전이다. 그저 화에 사로잡힌다. 조그만 화의 불씨가 걷잡을 수 없게 번져 폭력까지 가는 데 몇 초 걸리지 않는다. 악마의 화염으로 키울지, 한 박자 쉬고 진화시킬지는 몇 초 안의 행동에 달렸다. 감정의 악순환은 막을 수 있다. 일부러 되새김질만 하지 않으면 더 진행되지 않는다. 화도, 외로움도 일단 스톱한 뒤 생각할 시간을 벌어야 한다.

 


 

어떨 때는 간혹 '나 혼자일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가족이 있고 나의 일이 있고 친숙한 생활이 있는데도 혼자라는 느낌이 드는 날엔 괜히 눈물이 난다. 쓸데없는 잡생각이라고 외면하지만 가슴 속 빈틈으로 사정없이 밀고 들어오는 낯선 감정을 무시하기에는 너무 선명하게 뇌리에 남는다. 이런 게 외로움인가 싶다. 나도 이젠 외로울 때가 된 걸까. 눈을 바깥세상으로 돌리면 달라진 것이 없다. 사람들은 정신없이 바쁘다. 세상은 스스로 돌아볼 시간을 주지 않는다. TV나 스마트폰 등이 다른 생각은 끼어들 틈 없게 촘촘한 차단막을 친다. 하루 중 심심할 시간은 찾기 힘들다. 돈과 시간만 있으면 놀거리, 볼거리는 널렸다. 스마트폰을 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혼자 있어도 딴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손바닥 크기의 이 기계는 블랙홀처럼 생각은 물론 세상의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 TV를 켜면 어제나 오늘이나 연예인들은 무엇이 그렇게 좋은지 웃고 떠들며 별 시답지 않은 개인사나 가족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마냥 즐겁다. 웃지 않고 심각하거나 어두운 모습을 보이면 바로 퇴출되기에 앞다퉈 박수치며 행복하다고 외친다.

 


 

사회는 갈수록 더 풍요롭고 행복해 보이는데, 외로운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은 더욱 호황이다. 반려동물 키우기는 유행을 넘어 생활로 정착했다. 사이버상에서 친구를 찾는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가입자는 세계 최고 수준이고 고민을 덜어주는 심리 상담이 날로 늘고 있다. 또 혼자 있는 사람을 돕는 공공기관의 도우미도 늘고 있다. 그런데도 외로운 사람, 외로운 시간은 더욱 늘어난다. 한 조사 결과 한국인의 7%는 거의 항상, 19%는 자주, 51%는 가끔 외로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 국민 중 ‘외롭다’고 느끼는 비중은 20.5%였다. 2018년보다 4.5%포인트 상승했다. 성별로는 여자(21.5%)가 남자(19.6%)보다 더 외롭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별로는 60대와 40대가 사회적 고립감을 상대적으로 심하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에게 처방전을 받아든 기분으로 저자의 '혼자 외로운 세상을 건너는 9가지 방법'을 받아든다.

내 세상은 내가 만든다 / 중독은 답이 아니다 / 자기 연민은 독이다 / 감정 10초만 참아라 / 관심을 구걸하지 말라 / 자신을 먼저 사랑하라 / 삶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라 / 지금 그리고 여기에 집중하라 / 인생은 원래 혼자 가는 것

슬픔의 끝이 있을까? 사랑했던 사람이 떠나면 세상이 무너진다. 매일 밤 지새고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 목이 메어 물도 삼키기 힘들고 세상이 원망스럽다. 내가 죽을 것 같다. 총알이 심장을 관통하면 이렇게 아플 거라 느낀다. 하지만 끝이 있다. 정상적인 애도기간은 6개월을 잡는다. 그 정도면 감정이 무뎌진다. 가슴에 묻어도 심장을 찢지 않는다. 가끔 삐쭉삐쭉 뚫고 나와도 금방 아문다. 담아두어도 살만하다. 슬퍼하는 나를 보는 여유도 생긴다. 그렇게 삶은 계속된다. 기억도 신이 준 선물이고 망각도 신이 준 선물이다.

 

저자 : 오광조

 

전북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의학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전북대병원에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전임의 과정을 마친 뒤 전주에서 통증클리닉을 개원하고 있다. 현재 전주비전대 간호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학생 때는 천문학자, 시인, 화가, 작가가 꿈이었고 전공보다 연극, 음악, 독서에 더 관심이 많았다. 피터 드러커처럼 3년에 한 번씩 주제를 바꿔 평생 공부하는 삶을 살려 하고 있다. 심리학, 정신의학에 대해 관심이 커 계속 책을 봤고 서울사이버대에서 상담심리학을 전공했다. 저서로는 〈불안감버리기 연습〉, 〈아빠수업〉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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