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철학자들의 인생 수업 -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
대니얼 클라인.토마스 캐스카트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독자는 학교 다닐 때 철학책을 읽은 적이 없다. 철학 전공이 아닌 데다 철학은 머리 아픈 것이고, 취직할 때나 앞으로 살아나가는 데 아무 도움이 안 되는 학문이라고 생각했다. 스스로 생각해 얻은 결론이 아니라 기성 세대나 입시 준비할 때 우리를 가르쳤던 선생님들에게 배운 말을 그대로 따랐을 뿐이다. 그렇게 철학은 1980년대까지 우리 사회와 학교로부터 냉대를 받았다. 공대, 상대, 법대는 상대적으로 취직이나 사회에서 받아들이는 대우가 달랐다. 왜 철학을 삶에 도움이 안 되는 학문으로 생각했을까. 덕분에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교양과목 중 선택해 수강한 '철학개론' 책 한 권만 읽었다. 인문계인데도 그랬으니 이과 계열은 말할 것도 없다. 철학자나 사상가의 이름은 교과서에서나 신문에 자주 나와 줄줄 외우고 있는데도 철학은 사회에서 도무지 발 붙일 곳이 없는 학문으로 받아들여졌다. 의식주 해결을 위한 경제발전에 즉각적으로 도움이 되는 학문을 중요시해서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직장생활을 하면서 철학은 우리 삶에 매우 도움이 되는 근본적인 문제를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사실을 책을 통해 알게 됐다. 많은 책을 읽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서점에 가서도 철학이란 단어가 들어가는 것부터 손에 잡고 훑어볼 정도는 읽었다. 뭔가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앞으로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학문이라는 생각은 그때 바로 세웠다고 생각한다. 물론 실생활에 당장 필요점을 배울 수는 없었다. 그러나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철학적 사고방식이 몸에 배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수십 년 동안 철학 관련 책을 읽었는데 나에게 어떤 것을 주었을까는 생각해보면 내세울 게 없다는 것도 좀 의아스럽긴 하다. 그러나 한 가지 세상을 보는 눈, 인생을 보는 눈은 이때 정립된 것 같다.



이 책 『하버드 철학자들의 인생 수업』은 나에게 어떤 철학을 가르쳐줄까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 제목처럼 하버드 철학과 학생이 된 듯한 느낌으로 읽었다. 80세 하버드 철학자들이 지금까지 살아본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줄까 해줄까도 궁금했다. 또 삶을 가치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 어떤 삶이 좋은 삶인지 명쾌하게 알려 줄 것 같았다. 독자의 예상이 맞다면 앞으로 내 삶도 더 향상될까?라는 우려도 가진 채. 처음 머리말을 읽는 순간부터 만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웬 만화가 나오지? 하며 의아해 했는데 삽화다. 짤막한 주제 하나에 하나의 삽화를 통해 글에 대해 보충 설명을 해준다고 해야 맞을 듯하다. 아마 글의 이해를 돕고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저자가 글을 쓴 것 같다.


현대 분석주의 철학자들은 ‘삶의 의미’를 묻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오히려 이렇게 반문한다.

“어이, ‘의미’의 의미가 뭔데? 이 멍청아!”

좋은 질문이다. 분석주의 철학자들에게 ‘멍청이’ 소리를 듣는 것이 어처구니가 없을 뿐. 20세기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 알베르 카뮈, 사뮈엘 베케트는 삶이 무의미하고 부조리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삶은 하나의 커다란 ‘우주적 장난’이다. 우리는 이 장난에 웃다가 숨이 막히기도 한다.

- p.10, 「반드시 인생에서 의미를 찾아야 하는가」 중에서





컵 속의 물고기들의 그림을 보는 순간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명제인데?"라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생각해보니 친구들과 술 마시며 낙관론자와 비관론자는 어떻게 다른가 하는 대화를 했을 때 인용했던 그 말이다. 컵에 물이 '반밖에 없다'와 아직도 '반이나 남았다'는 차이. 그때 대화 이후 술자리 안주 삼아 한 농담으로 하고 잊어버렸기 때문에 많이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때 기발한 발상이라고 감탄했으니까.

가끔은 공감하기 어려운 그림도 있었지만 그림 하나가 글이나 말보다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온 것도 있다. 인생을 만화 한컷에 비유해 설명을 하는 방법은 꽤 유쾌한 발상이고 기억에도 오래 남을 듯하다.

삶 철학이 만화 한 컷에 담길 정도로 우리 인생은 가벼운 것인가? 하는 생각도 잠깐 해봤지만 이내 다른 점도 생각이 났다. 주위의 모든 것, 사물이든 사람이든 삶의 선생으로 받아들이면 배울 게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자기가 보는 대로 생각대로 말을 한다. 자기만의 관점이다. 그런데 로마 역사의 영웅 카이사르가 그런 말을 했다던가?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그렇다면 나의 의견을 바꾸기는 어려운 일 아닌가. 결국 자기 안에 스스로 같히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이 책의 저자는 두 분이지만 이 책 안에는 서양철학의 시초라는 소크라테스부터 니체까지 모두 담겨 있다. 그들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남긴 철학을 세상에 적용되는 예를 들어가며 설명한다. 재미 있게... 정말 이런 게 하버드 철학자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수업 방식일까라는 의문은 조금 있지만 아무튼 실생활이나 옛날 일이나 인간의 행동과 심지어 사물에게서도 인생을 배울 수 있고, 실제 삶에 반영하듯 모든 것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 철학인 것 같다.


마르쿠제는 대표작인 《일차원적 인간》에서 노동자들이 스스로를 일상인을 위해 생산하는 상품의 한 부분으로 인식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자신이 소비하는 재화와 자신을 동일시한다고도 보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소유물에서 자기 자신을 인식한다. 그들은 자동차, 오디오, 복층 주택, 최신식 주방 설비 따위에서 자신의 영혼을 발견한다.”

- p.83, 「당신은 어디에서 영혼을 발견하는가」 중에서




인생은 우리에게 계속 거짓말을 한다. 행복은 과정에 있다고 하는데, 정작 삶의 모습을 보면 결과에 있는 것 같다. 지혜는 항상 경험에서 나온다고 하지만, 그를 믿고 권위를 휘두르는 사람들이 우리를 상처입힌다. 영원한 것은 없다면서 시련과 고난은 끝없이 주고, 행복을 손에 쥐여주는 순간은 찰나에 불과하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흔들린다. 알겠다 싶으면 뒤통수를 때리는 인생 때문에.


실존주의에서 말하는 위험은 인간의 불안, 절망, 소외의 뿌리에 해당한다. 하지만 사르트르가 말한 ‘진실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이러한 위험에 직면해야 한다. 진실한 삶은 우리 자신이 선택하는 삶, 우리 자신이 주인이 되는 삶이다.

- p.120, 「모든 것은 당신에게 달려 있다」 중에서



이 책은 그런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세계 최고의 명문대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공부한 철학자들이 80살의 인생 경험을 녹여 썼다. 인생에 여러 번 속았던 그들의 가르침은 신랄하면서도 생생하다. 사르트르의 말을 인용하며 인간의 삶에 유의미한 가치가 있다는 세계관에는 이의를 제기한다. 삶을 가치 있게 살아가는 방법 중 하나로는 니체처럼 위험을 감수하는 삶을 옹호하기도 한다. 게다가 인간이야말로 완전한 선택의 자유를 누린다고 하지만, 인간에게는 그 자유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관한 객관적인 지침이 없다고 꼬집는다. 백수가 되는 게 나을지 변호사가 되는 게 나을지를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저자들은 삶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정리한다.

삶의 의미는 정해진 것이 아니다. 따라서 삶의 의미를 스스로 선택하는 것은 인간의 불가피한 책무라고 말한다.”



이 밖에도 ‘나는 누구인가?’ ‘돈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급변하는 세상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등에 대해 다룬다. 모두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답이 절실한 인생의 빅퀘스천들이다. 그리고 이에 관한 두 저자의 대답은 80년 인생의 단단한 밑거름이 되어주었다는 점에서 신뢰할 만하다. 당신의 인생이 흔들릴 때에도 80년의 경험치가 녹아 있는 두 저자의 가르침은 도움이 될 것이다.


높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헤겔의 이론은 인간이 일상에서 무엇을 할 것이며 어떻게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지를 알아내는 데는 도움이 못 된다.

인간은 유한한 개인으로서 이런저런 결정을 내리느라 너무 바쁘다. 그 결정들 중에는 현재와 미래를 모두 걸어야 하는 것도 있다. 절대정신이 장기간에 걸쳐 역사를 발전시키는 모습에 헤겔이 주목하는 동안, 우리는 ‘공장 일을 때려치우고 선교사로 베네수엘라에 가면 삶이 더 만족스럽고 의미 있는 것이 될까’를 고민한다. 우리가 역사의 변증법을 이해한다 해도 인생의 결정을 내리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키르케고르의 표현에 따르면 “인생을 이해하려면 과거로 돌아가야 하지만,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 p.126,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중에서



오늘도 철학 관련 서적 한 권 읽기를 마쳤다. 쉽게 써서 이해가 쉬웠고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 이외에는 머리 쓸 일 없이 따라만 가면 되었다. 덕분에 생각도 좀 하고, 무사히 철학책 한 권 읽기를 마쳤다고 행복감에 잠시 젖어본다. 머릿속으로 읽은 것 중 중요한 것을 한 번 되뇌어 본다.

인생은 무엇인가? 나는 언제 행복을 느끼는가? 신은 어디에 있는가? 어떤 질문에도 답을 할 수 없다. 목마를 때 물 한 모금 얻어 마신 느낌이다. 옆구리에 잔뜩 숙제를 안고 다시 생활로 돌아간다.

“삶을 ‘살 가치가 있게’ 만드는 건 무엇인가? 어떤 것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걸 수 있다는 자각이다.” - 프리드리히 니체

“인간은 어떤 사실에 관한 의문에서 절대적으로 확실한 답을 얻을 수 없다.” - 찰스 샌더스 퍼스

“사람들은 자신의 소유물에서 자기 자신을 인식한다. 그들은 자동차, 오디오, 복층 주택, 최신식 주방 설비 따위에서 자신의 영혼을 발견한다.” - 허버트 마르쿠제

“삶을 창조하는 것은 하나의 예술작품을 창조하는 것과 비슷하다. 최종적으로 만들어지는 예술작품은 예술가들이 자유를 행사한 결과물이며, 그 작품에 대한 책임은 예술가들이 져야 한다.” - 장 폴 사르트르

그래도 또 재미 있는 철학책이 나온다면 또 읽을 것이다. 그게 인생이다.



저자 : 대니얼 클라인


1940년생. 하버드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대니얼 클라인과 함께 수십 년 동안 깊은 철학적 사고와 유쾌한 농담을 버무려 《워싱턴에 간 아리스토텔레스와 땅돼지Aristotle and an Aardvark Go to Washington》 《시끌벅적한 철학자들 죽음을 요리하다Heidgegger and a Hippo Walk Through Those Pearly Gates》 등을 공동으로 집필했다. 그중 《술집에 들어간 플라톤과 오리너구리Plato and Platypus Walk into a Bar》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저자 : 토마스 캐스카트


1939년 델라웨어 생. 미국인이 사랑하는 작가이자 세계 여러 나라에 소개된 교양 철학 저술가이다. 하버드에서 철학을 전공한 후, 여러 학교에서 강의를 했으며, 방송계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했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술집에 들어온 플라톤과 오리너구리 한 마리 Plato and Platypus Walk into a Bar』와 같은 대중 교양서를 주로 집필하였으며, 지난 2009년에는 소설 『현재의 역사 The History of Now』로 「포워드 매거진」선정 올해의 책 은메달을 수상하였다. 현재 아내와 함께 매사추세츠 주에서 살고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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