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cm 인물 교양 수업
앤드류의 5분 대백과사전 지음 / 나무의철학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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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어렸을 때부터 역사를 배운다. 어렸을 때의 역사는 개인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배워야 한다. 한 발 나아가 자신이 속한 나라의 선조들의 정신과 육체를 이어받아 더 나은 사회로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올바른 역사가 필수적이다. 독자도 학교에서 가르치는 역사를 배웠고, 한 학년이 올라가서는 세계 역사도 배웠다. 그러나 대학 입학을 위한 역사 공부이다 보니 이해와 역사 의식보다는 연대 외우기에 치중했던 것 같다. 예를 들면 금속활자는 고려 때 우리나라가 가장 먼저 발명한 사실을 '1234년 고려' 때다는 식이다. 대입에서도 역사 문제는 연대를 정확하게 외워야 풀 수 있도록 몇 개의 사건이나 인물을 나열해놓고 연대순으로 맞는 것은? 하는 식이었으니, 전체 우리 역사에서 그 사건, 그 인물의 역사적 위치 등을 배웠다기보다는 언제 일어난 일인지 어느 시대 누가 발명했는지 등을 암기했을 뿐이다. 당시 선생님이 "어려운 과목이 뭐냐'고 물으면 '역사'라고 대답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암기를 못해서'이었다.



이처럼 우리나라 학생들은 역사를 공부하다 포기해버린 사람들은 사건이 발생한 연도나 딱딱한 재미없는 사실들을 외우다가 지친 경험이 있다. 그런데 어렸을 때 ‘위인전’을 읽으며 재미를 느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인물의 삶 속에 자연스레 녹아 있는 역사적 사건들이 다르게 다가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 『1cm 인물 교양 수업』도 전형적인 위인전 스타일의 글보다는 조금 독특한 방식으로 각 인물들에게 접근한다. 이 책에 소개된 인물들을 모두 ‘위인’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은 사람들이므로 자유로운 방식으로, 새로운 시각에서, 흥미로운 사실들을 뽑아 구성해 독자들에게 스스로 정말 필요한 역사 중 인물 한 사람임을 깨우쳐 '교양인'으로 거듭나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생각된다.

일상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지식이 필요하고, 어제보다 지적인 나를 원하는 독자들은 이 책의 구성과 설명에 수긍하리라 본다. 교양은 쌓고 싶지만 긴 글을 읽는 것은 부담이 될 때 이 책은 그야말로 독자의 약한 점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해내기에 충분하다.

아리스토텔레스부터 한나 아렌트, 알프레드 히치콕, 파블로 에스코바르까지,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요즘 같은 정보화 시대에는 지나간 역사 의식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가오는 정보의 홍수를 막기에 바쁜데 과거를 돌아볼 겨를이 없어서일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살아가는 동안 다가오는 문제는 정보의 홍수만 있는 게 아니다. 수시로 판단하고 선택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 때 가장 중요한 판단과 선택에는 역사에서 배우는 게 가장 좋다. 또 TV나 신문 등에서도 역사 이야기만 나오면 앞뒤 맥락을 이해하지 못해 재미가 반감될 때 '역사를 조금 더 공부해둘걸' 하는 후회도 해보는 사람이 많다. 여가의 재미를 즐기기 위해서도,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할 상황에서 역사의 중요성은 크게 부각된다. 아라비안나이트처럼 독자들에게 정보와 재미를 동시에 주는 이 책은 발간 취지를 프롤로그에서 자세히 밝히고 있다.

"전형적인 위인전 스타일의 글보다는 조금 더 독특한 방식으로 각 인물들에게 접근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 책을 ‘세상에서 가장 짧고 재미있는 위인전’이라 칭하고 싶다. 이 책을 ‘세상에서 가장 짧고 재미있는 위인전’이라고 칭하고 싶다. 이 책에 소개된 인물들을 모두 ‘위인’이라 칭할 수 없지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역사에 남은 사람들이므로 자유로운 방식으로, 필자만의 시각에서, 재미있는 사실들을 뽑아만들었다. 이 인물들을 통해 역사가 어떻게 흘러 갔는지 알고 기쁨을 느낀다면 그 이상의 영광은 없겠다."(p. 5)




『1cm 인물 교양 수업』은 세상을 바꾼 100명의 인물이야기를 통해 방대한 역사 지식을 매일 '1cm'씩 쌓을 수 있는 책이다. 경제, 정치, 사회, 문화, 과학, 철학, 종교 다양한 분야에서 한 획을 그은 사람들의 일대기와 명언을 압축해 각 분야의 흐름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어렸을 때 읽었던 위인전처럼 훌륭한 사람들의 이야기만 담은 것은 아니다. 역사 속 핵심 사건은 물론, 희대의 악인과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까지 알차게 담았다.

책에 따르면 ‘음악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바흐는 왠지 점잖고 푸근했을 것만 같지만 그는 사실 다혈질에 사고뭉치였다. 제자와 한바탕 싸움이 벌어져 교회를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만든 적이 있었고, 고용주와의 트러블로 감옥에도 다녀왔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집안으로 손꼽히는 로스차일드 가문. 그 가문에서 역사상 최초의 주가 조작이 벌어졌다면? 이 가문의 아들이었던 나탄은 워털루 전투에서 영국이 프랑스를 꺾고 승리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낸 뒤, 프랑스가 승리했다는 거짓 소문을 흘려 영국의 국채 가격이 떨어지자 그것을 사들였다가 파는 방법으로 20배가 넘는 엄청난 차익을 남겼다. 여기까지만 해도 놀라운데 나탄은 영국에만 베팅해 돈을 번 것이 아니라 같은 방식으로 프랑스에서도 이득을 챙겼다고 한다. 펼치면 금세 숙면에 빠져들게 했던 지루한 교양서가 아닌 독특한 유머와 해박한 지식이 넘치는 이 책을 읽고 나면 내가 지금껏 알고 있었던 역사가 더 새롭고 넓게 보일 것이다. 평소 역사와 담을 쌓고 지냈던 사람들은 역사의 참맛을 알게 되고, 평소 역사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은 지적 허기를 든든하게 채울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독자가 좋아하는 레오나로도 다빈치와 베토벤이 빠졌다는 점이다. 저자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개인으로서는 아쉽다. 그러나 두 명이 빠졌다고 이 책의 인물 선정에는 독자의 아쉬움을 주장할 수는 없다. 더욱이 더 재미 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가진 인물이나 현재 우리에게 삶의 지혜를 던져준 사건이나 인물 두 사람이 더 실렸으니까.

우선 눈에 가장 먼저 띈 인물은 아리스토텔레스다. 그가 말하는 경제에 대한 이야기는 신선했다.

첫째, 사유재산이 공유재산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소유한 물건에는 온갖 정성을 다 들이면서 남들과 같이 쓰는 물건에는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노력한 대가를 직접적으로 보상받아 내 것이 될 때에 무언가를 할 의욕을 가진다.

둘째,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분배하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 동등하게 일한 사람들에게는 동등하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다르게 분배하는 것이 정의다. 개개인의 능력 차이가 있는데 그에 상관없이 똑같은 보상을 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한 것이다.

셋째, 베푸는 것이나 호의를 제공하는 것은 사유재산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모든 사람이 같이 소유하는 공동의 재산이 있을 때는 진정으로 베푸는 것이 아니다. '내 것'을 남에게 준다는 것이 바로 베푼다는 것이다. 이것이 미덕이며 사유재산은 사람들의 미덕을 드높일 수 있는 출발점이다. 그러나 돈이 돈을 벌어들이는 것을 경계했고, 사유재산을 쌓아두는 것에 대해 반대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재산과 화폐는 거래를 하고 개인의 덕성을 끌어올리는 수단일 뿐 절대로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경제와는 전혀 관계없는 철학자인줄만 알았던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요즘 많이 등장하는 히포크라테스다.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그는 의학도들이 의사가 되고자 할 때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다는 그 인물이다.

히포크라테스는 왜 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릴까? 그가 나타난 이후에 사람들이 질병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당시 그리스인들은 질병은 신이 내린 벌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신의 노여움을 풀기 위해 신전에서 기도를 해야 한다고 믿었다. 신전이 병원이었던 셈이다.

히포크라테스는 질병이 신의 노여움이 아니라, 인체의 내부와 외부 환경이 변화해 발생하는 것으로 이를 올바르게 관리하면 병도 낫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질병에 대한 생각 자체를 완전히 바꾼 것이다. 그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우리는 여전히 신에게 병을 낫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pp. 215~216)]

2,000여년 전부터 그리도 말했지만, 아직도 일부 종교인들은 그가 세운 의학과 그가 베푼 의술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아직도 있다. 종교와 과학은 대립되는 개념이어선지 모르지만 어차피 인간과 인간의 삶을 위해 생겨난 것들 아닌가? 일부 의료인들이 '돈만 밝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돈만 밝히는 일부 의사가 있겠지만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의사들은 '명의'다. 이번 코로나 팬데믹에서 대한민국 의사들처럼 자신을 희생해가며 치료한다는 의사의 예를 전 세계적으로 별로 들은 바가 없다. 일부를, 자신의 판단을 바탕으로 보편화시켜 매도해서는 안뒬 일이다.



또 조셉 퓰리처는 '현대 저널리즘의 아버지'라고도 불리운다. 그는 '두 얼굴을 가진 아수라백작'이란 불명예(?)스러운 칭호를 얻었다. 언론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는 이때, 이보다 더 생각나는 사람은 없다.

플리처도 처음에는 돈을 위해 자극적인 기사를 썼다. 이 책에 왜 황색언론이라는 말이 나왔는지 설명되어 있다.

"당시 사람들은 이런 그들의 행보를 보고 플리처의 신문에 실린 ‘황색 옷을 입은 소년’에서 착안해 황색언론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중략) 플리처는 언론이 과연 어떤 기능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다시 고민해 보게 된다. 이후 플리처의 「뉴욕 월드」는 방향을 180도 선회한다. 끈질긴 고집으로 정경유착과 부패에 대한 진실을 밝혀내 사람들에게 알렸다. 독자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저널리즘을 살려낸 것이다."(p.156)

돈을 벌기 위해 황색언론의 비판도 감수했던 그가 깊은 고민 끝에 언론의 정도를 밝혀내고 새로운 언론인의 의무를 다하는 삶을 살아 사망 이후 존경받는 인물이다. 자신의 잘못을 고민하고 사유해 반성하고 진정한 저널리즘의 선구자가 된 사람이다. 그의 삶에 뒤늦게라도 경의를 표하고 싶다. '쓰레기 기자'라는 말이 유행처럼 많이 퍼진 요즘은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수많은 유튜버들까지 언론인 행세를 하고 있다.

거짓은 점점 교묘해지고 진실과 구별하기 어려워진다. 퓰리처가, 그의 삶이 존경받는 이유이다. 진정 후회했다면 거듭나야 한다.





책 속엔 각 장마다 마지막에 <쉬어가는 페이지>로 앞서 소개되었던 인물들의 비하인드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에 자칫 지루함을 느낄 무렵에 재미를 선사해 주었습니다. 예를 들면 역사상 최악의 독재자인 '아돌프 히틀러'. 그렇게 사람을 많이 죽였던 히틀러였지만 반려동물은 끔찍하게 사랑했다고 한다. 그는 평생 동안 여러 마리의 개를 길렀고 자신의 이미지를 위해 이를 선전 선동의 도구로 활용하기도 했다. 1933년 11월 세계 최초로 독일에서 동물보호법이 제정되었는데 이 법을 제정한 것은 히틀러와 나치당이었다. 이 법은 오늘날 전 세계의 동물보호법의 기초가 되었다.(p. 120)

팝아트를 대표하는 예술가인 '앤디 워홀'. 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순간 소름이 돋았다. 이 분이 천재야, 예언자야?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앤디 워홀은 "미래에는 모두가 15분 동안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기술의 발달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이 등장할 것을 미리 예측했던 걸까?(p. 197)

지금까지 그가 살아 있었다면 그는 우리에게 어떤 작품으로 또 한 번의 충격을 선물할지 궁금할 정도다.

'악의 평범성'을 논했던 한나 아렌트도 위인이다. 평범한 인간들이 악한 행동을 한다는 것을 일러준 그의 '악의 평범성'이란 개념이 긴 여운과 함께 남는다.

오늘날에도 자신의 말과 행동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 전혀 고민해보지 않고 그저 행동하는 것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타인의 비윤리적인 행동에 치를 떨면서도 반인간적인 사건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이 도처에 널려 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꾸준히 생각해야 한다. 내가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는 않는지, 내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과연 이것이 올바른 길인지 말이다. 한나 아렌트는 꾸준히 생각하지 않으면 말하는 것도 무능해지고 행동도 무능해진다고 보았다. 결국 그 행동은 악을 불러오고 사회와 국가를 붕괴시킬 수도 있다. 좋은 국가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결국 '우리들의 깊은 사유'인 것이다.(p. 29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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