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나와 이별하기로 했다 - 융 심리학에서 발견한 오래된 나로부터의 자유
제임스 홀리스 지음, 이정란 옮김 / 빈티지하우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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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를 온통 코로나 때문에 시달리며 팬데믹이 장기화됨에 따라 '코로나 불루'라는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코로나 블루는 일종의 우울증을 말하는 것으로 일상이 정지된 채 인간의 교류가 차단되고, 대화하는 것조차 어렵게 된 데 따른 의학적으로 정신과적 이상 증세다. 이에 과학자들과 감염병 전문 의사들 및 약학 연구자들이 치료제와 백신을 만들어내기에 골몰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어서 1년이 다 돼가는데도 확실치 않다. 다만 일부 제약회사 연구진들이 빠르면 올 연말이나 내년 초쯤에 임상실험을 마친 치료제가 나올 수 있다는 건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이에 출판계는 마땅한 치료제나 백신이 나올 때까지는 증세 회복에 도움이 될 만한 의사들의 연구서나 심리치료 차원의 에세이 등을 집중 발간하고 있는 추세다. 이 책 『나는 이제 나와 이별하기로 했다』도 분석심리학 창시자 융 연구소에서 정신분석학을 연구한 제임스 홀리스가 집필했다. 불안 공포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주기 위해 쓴 것으로 보인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기 전에 정신분석학의 선구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Sigmund Freud, 1856년생), 그와 함께 일하기도 했지만 의학적, 정신분석학적 의미에서 의견을 달리한 분석심리학의 창시자 칼 구스타브 융 (Carl Gustav Jung, 1875년생), 그리고 소설가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1913년생)에 대해 약간의 지식을 갖는 것이 좋다. 알려진 대로 세 사람은 각기 서로 크게 교류하며 지낸 사이는 아니다. 앞의 두 사람은 의사이며 학자이고 카뮈는 소설가이다. 프로이트와 융은 모두 정신과 의사로서 같이 일한 적도 있긴 하지만 카뮈는 알제리 출생으로 소설가여서 두 사람과 일면식도 없다. 다만 이 책의 저자가 책에서 '과거'가 어떻게 '현재'를 얽매이는가를 설명하기 위해 카뮈의 소설을 인용했기 때문이다.



독자도 코로나 이전에는 프로이트와 융, 카뮈를 고등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 언급된 '이름만 아는' 정도지만 봇물처럼 쏟아지는 책 속에서 유난히 이름이 자주 거론되는 세 사람을 조금 더 알게 됐다. 그러나 분야는 다르지만 세 사람이 남긴 의학적 이론이나 연구, 문학 작품을 이해하기는 어렵다는 점은 공통이다.

카뮈는 '어린 왕자'로 우리나라에도 알려진 지 매우 오래돼 읽고 또 읽은 기억이 있어 친근감은 있지만 그의 소설 이방인 등 '부조리의 문학'이란 점에 들어가면 어렵긴 마찬가지다. 찾아다니면서 그들을 알기 위해 노력은 기울이지 않았다. 독자의 삶과 독서에 이들의 이름이 끼어들게 만든 것은 역시 문학이고, 예술가들이고 문화 장인들이 끼어 있어서다. 저자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함께 심리학, 정신분석학의 큰 줄기를 만들어낸 칼 구스타프 융과 그림자와 무의식, 콤플렉스, 페르소나 등의 이론을 통해 ‘진정한 나’에 관한 성찰을 제시해온 융 심리학이 BTS와 조던 피터슨,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헤르만 헤세 등과 같은 수많은 석학과 예술가, 사상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한다. 이 점이 독자에게 이 책을 읽게 한 이유이다.

융 심리학 전문가이자 ‘중간항로’라는 표현을 통해 이제 막 인생 2막을 시작한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전한 저자 제임스 홀리스는 오래된 나와 이별하고 ‘진정한 나’로 성장하기 위해 지금 던져야 할 21가지 질문을 『나는 이제 나와 이별하기로 했다』에 담았다.

그리고 저널리스트 올리버 버크먼의 다음과 같은 찬사를 받았다. “이 책은 ‘인생 2막’을 위해 애쓰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주는 엄청난 선물이다.”



이 책에는 일상의 불안과 고독, 혼란을 치유할 21가지의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이 담겨 있다. 분석심리학의 궁극적인 목표답게 개인인 '나'라는 존재에 집중하고 내가 가진 인생의 고통이나 문제점을 개선해 진정한 나를 찾는 여정을 안내하는 책이다.

모두 21가지의 스스로 한 질문에 저자가 답을 쓴 형식이다. 독자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차근차근 읽는 것이 불편하면 목차에서 관심 있는 단어나 제목을 찾아 읽으면 된다. 책의 내용이 처음부터 끝까지 연결된 논문이나 소설 형식이 아니고 분석심리학에서 주로 다룬 문제나 키워드를 중심으로 구성해서다.

1장 선택의 누구의 몫인가

5장 불안은 무엇으로 나를 지배하는가

13장 가장 오래 지속되는 기쁨은 무엇인가

15장 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16장 불안의 그림자는 누구의 것인가

17장 영혼은 우리를 어디로 안내하는가

21장 성찰하는 삶이란 무엇인가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의 외딴 마을. 아랍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던 한 교사에게 두 명의 손님이 찾아온다. 교사를 찾아온 이들은 살인범과 그를 호송하던 경찰관. 경찰은 교사에게 죄수를 다른 마을의 경찰서로 인도하라고 명령한다.

그날 저녁, 교사는 죄수에게 자유의 사막으로 가는 길과 식민지 감옥으로 가는 길 모두를 알려주며 탈출의 기회를 준다. 하지만 죄수는 감옥으로 향하는 길을 선택하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교사는 그의 선택이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방관한다."

앞서 말한 알베르 카뮈의 단편 『손님』은 모든 책임을 회피해왔던 이방인의 모습을 탁월하게 묘사한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처럼 우리 또한 인생을 살아가면서 예측 가능하고 안전하며 익숙한 것들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 선택이 비참한 결말로 이어질 것이 뻔해도 해보지 않은 일로 불확실성을 느끼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고 저자는 언급한다. 학대받으며 자란 수많은 피해자들이 배우자로 학대자를 선택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들은 정신적으로 충격적인 경험을 ‘더’ 안전한 것으로 여기고 비정상적으로 제한된 관계 맺기를 반복한다.

융학파 정신분석가이자 저자 제임스 홀리스는 이와 같은 제한적인 균형 상태에서 보이는 경험적이고 무의식적이며 무기력한 ‘일상화된’ 반응을 경계한다. 자유의 사막 대신 감옥을 선택한 죄수, 선택의 결과를 회피하기 위해 선택하지 ‘않는’ 것을 선택한 교사, 그리고 과거의 익숙함을 선택한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끔찍하게 고통스러운 현실뿐이라고 말한다.



책에 따르면 과거의 것을 버리고 진정한 내가 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스스로를 다른 방법으로 생각하는 것은 우리를 위협하는 일이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역사적으로 부모나 역할 모델 의해 정의 내려진 모습에 집요하게 집착해왔다. 우리 모두는 동일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고, 무기력에 빠지기 쉽다. 성장을 회피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진정한 나 자신이 되는 일, 즉 성장을 회피하는 동안 우리의 영혼이 혼란에 빠진다고 말한다. 희망적인 것은, ‘고통에 대한 영혼의 호소’로 정의되는 신경증과 우울증 뒤에는 삶의 진정한 의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가 주는 확실성을 떠나 우리를 괴롭히는 불안감을 참아낼 수 있다면,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의미와 성장, 그리고 영혼의 회복력을 얻을 수 있다.

존중하는 태도로 내면과의 대화에 나설 때 우리는 과거와 이별할 준비를 시작할 수 있다. 집을 청소하고 낡은 옷들을 정리하듯, 우리는 우리의 축적된 과거와 삶의 태도, 무의식적 행동, 반응을 정리해야 한다. 바울이 고린도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썼듯, 성인이 되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아이의 모습을 버리게 된다. 그렇게 되었을 때 우리는 용기와 신중함이 필요한 미지의 세계를 향한 여정에 동참할 수 있다. 독자로서는 저자에 공감이 가장 큰 부분이다.



이 책은 우리 삶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문제들을 성장의 발판으로 바꾸기 위한 삶의 태도와 행동, 원칙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에 따르면 성장은 자기반성, 즉 지금껏 변화에 저항해왔던 과거의 나로부터 서서히 탈피해나가는 과정이다.

지금 이곳에 우리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는 어떻게 불려야 하는 존재인가? 삶에서 나는 어떠한 가치나 특성, 능력을 구현해나가야 할까? 이러한 질문들은 우리를 사소한 것들로부터 벗어나게 하며, 우리의 좌절과 실망을 재구성하도록 돕는다. 또한 세상의 기대에 맞추며 안전한 상태로 머물고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려고 애쓰기보다 더 큰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이와 같은 순간들은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우리에게 에너지를 제공하고 그다음 단계로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새로운 미래로 뻗어갈 수 있게 한다. 그렇게 될 때만 우리는 단지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 진정으로 살아 있는 존재가 된다.

우리는 오랜 시간 영혼의 험난한 바다를 표류했다. 이제 이 책의 21가지 질문들을 통해 우리에게 내려진 지시가 무엇이었는지 확인해볼 시간이다. 그렇다고 서두를 필요는 없다. 새로운 항로를 설정하고 바람의 방향에 맞춰 행해를 계속해나가면 된다.

이렇게 이동해나가는 동안, 우리의 목적지는 바로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저자 : 제임스 홀리스


스위스 융연구소에서 정신분석학을 공부했다. 17권의 책을 집필한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미국 워싱턴DC에서 활동하고 있는 융학파 정신분석가로 워싱턴 융소사이어티 이사를 지냈다. 마흔의 위기를 ‘인생의 중간항로’라고 표현한 그는 그림자와 무의식, 콤플렉스 등 융 심리학의 지혜를 통해 인생의 갈림길에서 영혼의 부름에 귀를 기울이고 불안과 혼돈의 시간을 현명하게 통과하는 21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채 마흔이 되었다》, 《인생 2막을 위한 심리학》, 《에덴 프로젝트》 등이 있으며, 모두 19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역자 : 이정란


국민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출판사에서 에디터로 근무했으며, 호주 맥쿼리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옮긴 책으로 《스파크》, 《자포스는 왜 버려진 도시로 갔는가》, 《선물의 힘》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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