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와 기담사전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시리즈
이상화 지음 / 노마드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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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설화와 기담사전』은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시리즈’ 아홉 번째 책이다.

이 책의 키워드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판타지’이다. 요즘 대세인 '판타지 문학'을 살짝 차용해 편성해 의도하려는 의미가 아니라 설화나 전설, 기담, 괴담 등의 대부분이 판타지라는 뜻이다. 예나 지금이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현실은 늘 만족스럽지 못하다. 좀처럼 뜻대로 되는 일도 없고 세상은 갈수록 각박해지고 있다. 더 나은 삶을 살려는 인간의 본성과 의지는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게 자연스러운현상일 뿐이다.

특히 현대의 우리 인류는 풍요를 대신해 얻은 크고 작은, 많은 사회적 문제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특히 사회는 너무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워 미래도 불확실하다. 이러니 자신의 힘으로 이룰 수 있는 부푼 꿈조차 갖기 어렵다. 왠지 위축되고 자신감을 잃어가는 게 현실이다.

그 때문인지 사람들은 현실에서 이루기 어려운 삶을 염원하는 소망하고 선망한다. 이른바 판타지의 세계, 환상의 세계를 그려보는 것이다.

그래서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인간의 모습을 하였으되 초능력을 장착한 수많은 신들이 등장하여 인간은 결코 할 수 없는 환상적인 스킬을 선보이고,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는 트로이 전쟁에 참전한 수많은 영웅들이 신비롭고 화려한 무용담을 펼치는 것이라고 독자는 믿는다.





세상에는 우리의 사고와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물론 그 가운데는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기적과 같은 우연으로 일어난 놀라운 상황들도 있다. 또 상상과 공상, 환상이 만들어낸 존재들의 이야기나 납득하기 어려운 괴담과 기담 등이 우리의 삶 속에 오랜 역사를 지니고 변함없이 존재하며 호기심과 공포감을 주는가 하면 삶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비현실적이고 비합리적이며 비상식적인 환상의 주인공들은 일찍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의 신화와 전설에 수없이 등장하고, 오늘날에도 때때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우리의 호기심과 공포감을 자극한다.

그렇다면 실체를 알 수 없고 현실감이 없는 상상의 존재들은 어떻게 태어났고 우리의 삶 속에 살아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것은 인간 사유(思惟)의 한 부분으로 우리의 욕망, 욕구, 선망 등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일종의 환상, 즉 인간의 판타지(fantasy)라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삶을 통해 무엇을 욕망하고 갈망하며 선망하는가?

바로 이 같은 의문을 풀기 위해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설화와 기담사전』은 흥미로운 신화와 전설, 괴담, 기담, 미스터리한 이야기 등을 통해 인간의 판타지를 들여다본다.





판타지의 세계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시간과 공간의 경계도, 상상력의 경계도 없다. 판타지는 동서양을 가릴 것 없이 아득한 옛날부터 언제나 우리 곁에 있어왔다. 그리고 그 주인공들은 지금도 우리 곁에 살아 숨 쉬고 있다.

이 책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설화와 기담사전』은 영원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신화와 전설의 주인공들, 한끗 차이로 신에서 괴물로 곤두박질한 불운의 존재들, ‘세상에 이런 일이,’ 싶은 미스터리한 이야기, 그리고 우리들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염라대왕과 옥황상제까지, 인간의 염원과 환상이 투영된 존재들이 시공간을 종횡무진하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담아냈다.

물론 수많은 판타지를 책 한 권에 모두 담기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그리하여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판타지들을 간추렸다.

우리나라의 판타지도 다소 생소한 것들도 있겠지만 거의 모두 우리 민족의 삶과 가까이 있어서 익숙하고 친숙한 것들이다. 내용도 되도록 자세하고 이해하기 쉽고 흥미롭게 꾸미려고 노력했다. 독자들은 이상화 저자의 노력이 그의 글쓰기 실력보다 훨씬 우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PART ① 신화와 전설

중국의 창세신화, 일본의 창세신화, 도깨비, 치우, 신화 속의 여신들, 서왕모, 마고할미, 바리데기, 희생양, 미인계, 아마조네스, 피그말리온, 루시퍼, 미다스.

PART ② 영물과 괴물, 요괴

우리나라의 영물, 우리나라의 요괴, 불가사리, 메두사, 키메라, 피닉스와 스핑크스, 히드라와 켄타우로스, 동양의 용과 서양의 용, 빅풋, 마귀.

PART ③ 괴담과 기담

늑대인간, 판도라, 아킬레우스, 카이사르, 황후의 매춘, 라스푸틴의 성기, 여성의 피임, 다이아몬드,마법.

PART ④ 믿기 어려운 사실들

신탁, 오이디푸스, 고르디우스의 매듭, 엄지 척, 밀로의 비너스, 13일 금요일, 숫자 666, 노스트라다무스, 신내림, 빙의와 퇴마.

PART ⑤ 이승과 저승

삼수갑산, 옥황상제, 염라대왕 326, 저승사자, 좀비와 강시.





앞서 열거한 단어들은 대부분 동서양의 신화, 전설, 괴담, 기담 등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의인화된 가상 인물들이다. 인물을 수식하는 형용사 등은 뺀 채 단어만 선택해 독자가 임의로 열거한 것임을 밝힌다. 전부 역사가 있고 합리적 추론이 가능한 것돌, 문자가 등장한 이후엔 물증이나 기록을 근거로 저자가 선별해 이 책에 실었으리라 생각된다. 모두 싣기에는 너무 많은 양이 될 테니... 독자에게도 익숙한 단어들이 대부분이라는 데 깜짝 놀랐지만 자세히 읽어보고 나서 잘못 안 것이나 오해하고 있었던 것도 꽤 있었음을 고백한다. 뒤늦게나마 저자의 책을 통해 바로 알게 된 것도 감사드린다.

개인적 취향으로는 '저주받은 다이아몬드' '13일의 금요일' '숫자 666' 등이 흥미로웠다.

각 주제마다 그 시대의 역사와 문화 종교적 메시지까지 담고 있어서 흥미를 더했고, '마귀'의 정체에 대해서는 단테의 신곡이라든가 밀턴의 '실낙원', 괴테의 '파우스트' 등 문학작품들이 거론돼 이 책에 대한 몰입도 높이 올라가기도 했다.

'반인반수'는 "타락한 인간은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는 동물에 불과한 존재이기 때문"이라는 말엔 설득력이 크게 높아졌다. 마지막 부분의 인간 악마 '히틀러', 성폭력 '가해자'까지 언급돼서 시사적 흥미를 높인 것도 저자의 문학적 능력으로 보인다.





<믿기 어려운 사실들>에 나오는 666에 대한 해석은 재미 있기도 하고 숙제로 남겨진 부분도 있다.

고대 히브리어로 된 문자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착오와 오역이 있었다면 해석이나 이해가 더욱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이 차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전제척으로는 독자의 부족한 지식욕을 돋아줘 매우 감사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일본작가들의 서적들을 읽다보면 당연히 일본 위주의 설화만을 만나고, 우리의 것을 만날 수 없다는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부분에 대한 갈증도 다소 풀어준다. 우리의 설화, 우리의 요괴, 우리의 영물들 역시 함께 다루기 때문이다.

책은 동서양의 다양한 창조설화나 민중설화를 이야기하기도 하며, 다양한 영물과 괴물, 요괴들을 추적한다. 심지어 옥황상제나 염라대왕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며, 늑대인간, 강시, 좀비처럼 판타지 소설에서나 만날 법한 존재들에 대해 이야기해주기도 한다.

오랜 신화 속 영물들 뿐 아니라, 빅풋이나 예티와 같은 비교적 역사가 짧은 미확인생물들에 대해서도 접근하고 있어,

책 속에서 만나는 설화나 기담, 요괴들의 스펙트럼이 참 넓다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저자는 이 모든 것을 ‘판타지’라는 테두리로 묶고 있다. 저자의 판타지에 대한 정의 가운데 이런 정의가 있다.

“인간들이 현실을 살면서 이루기 어려운 줄 알면서도 염원하는 소망하고 선망하는 것도 판타지다.” 그러니 설화나 전설, 기담 속 존재나 이야기들은 결국 아직 도달하지 못한 삶 속에서의 희망이나 염원이 반영된 판타지라는 것이 저자의 관점이다.

이는 판타지가 허무맹랑한 것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도리어 삶에서 시작된, 희망과 염원의 실체가 바로 판타지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책을 통해, 동서양을 뛰어넘고, 시대를 넘나들면서 만나게 되는 민중들의 염원을 만나게 되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이 책이 독자들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싶다.





저자 : 이상화


1973년 방송작가로 데뷔하여 30여 년 동안 〈TV 손자병법〉 〈호랑이 선생님〉 등 수많은 TV 드라마와 라디오 드라마를 집필했다. 특히 1990년대 초 KBS-2TV를 통해 방영된 〈TV 손자병법〉은 서민과 직장인들의 애환을 해학적이고 심도 있게 다룬 문제작으로 ‘안방 관객’들을 사로잡은 공전의 히트작이다.

경원전문대학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한국방송작가협회 교육원, KBS와 MBC 방송아카데미 등에서 지속적으로 후진들을 양성해왔다.

현재는 방송작가의 업(業)과 더불어 ‘미래성문화연구소’를 개설해, 인간이 지닌 성적 역할과 그 심층적 의미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며 성의 문화와 역사를 탐구하고 집필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저서로는 《아줌마 손자병법》 《천재를 만드는 엄마, 바보를 만드는 엄마》 《여자에게 다 줘라》 《여자의 자격》 《혼돈의 시대, 당신의 멘토는?》 《최후의 툰드라》 《여자의 사생활》 《류중일 업포스 리더십》 《호감력》 《생각의 투망을 던져라》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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