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어트 Quiet -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
수전 케인 지음, 김우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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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주간 관리자회의가 있는 날은 나를 포함해 몇몇은 유독 긴장하는 날이었다. 회의 분위기지만 명목상으로는 TEA TIME. 즉, 차를 마시며 가볍게 담소를 나누는 자린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상사의 지시사항을 듣고 직원들이 의견을 내야만하는 딱딱한 자리가 되버렸다. 문제는 그 시간을 마칠 때 즈음 한마디도 이야기를 하지 않은 사람들을 상사가 일일이 지목하며 할 얘기가 없는지 묻는 것이다. 그저 할 얘기가 없으면 안 해도 되는 가벼운 TEA TIME이 아니라 무조건 한 마디라도 해야하는 의견개진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미처 아무 이야기도 준비못한 관리자들은 괜스레 위축되버린다. 꿀먹은 벙어리처럼 앉아있는 건 아무 생각없이 앉아있는 것으로 치부되기 때문에 무조건 튀기위한 발언은 한마디씩 해야하는 큰 부담감을 안고 앉아있는 자리다. 한마디라도 거들어야 회사에 관심있다는 표현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회의석상이나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늘 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주목을 받고, 말하는 능력으로 인정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조직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어쨌든 외향적인 사람들이 무척 유리한 듯 보이고, 회사에서 인정받고 승진의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내향적인 사람이라도 때론 외향적인 것처럼 말하고 행동해야 할 때가 많다. 그래서 외향성이 뛰어난 사람들이 영업직으로 먼저 발령받고 데이터 상으론 별 차이 없더라도 실적이 좋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만큼 회사라는 조직에서는 외향성이 존중받는 분위기고 실제 말을 많이하고 먼저 행동하는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 성과를 먼저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라면 내향성을 지닌 사람들은 상당한 스트레스가 된다. 자신의 성향과는 상관없이 억지로 외향성을 추구하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 직급이 올라갈수록 내향성은 외향성으로 바뀌어간다. 자신의 성향이 조직에 적응하며 바뀌어 가기 때문이다.

 

 무조건 외향성이 인정받는 분위기에서 내향적인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 책이 바로 이 책 《콰이어트》다. 나 자신의 내향성이 어떻게 장점이 될 수 있을까하는 기대감으로 본 책이기도 하다. 먼저 우리가 상식처럼 생각했던 리더십 부분에서 내향성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것은 상당한 수확이다. 이 책에 따르면 외향적인 지도자들은 직원들이 수동적일 때 집단의 성과를 향상시키는 반면, 내향적인 지도자들은 직원들이 능동적일 때 더 효과적이라는 가설을 증명하는 연구사례를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내향적인 사람들은 능동적인 사람들을 이끄는데 유달리 잘 맞고, 외향적인 지도자들은 수동적인 일꾼들과 함께할 때 훨씬 나은 결과를 보여준다고 한다. 조직의 성격에 따라 성과를 내는 지도자의 스타일도 이처럼 다르다는 것을 증명해낸 것이다. 이같은 결론은 관리자들이 조직의 특성을 잘 분석하고 리더십 스타일을 구사해야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책은 이처럼 내향성의 장점들을 다양한 연구와 내향성을 지닌 인물들을 사례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있는 발견은 '자기감시(self-monitoring)'라는 개념을 알게 된 점이다. 자기감시가 뛰어난 사람들은 상황에 따른 사회적인 요구에 자기 행동을 맞추는 데 아주 능숙하다고 했다. 즉 내향적인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외향적인 사람처럼 연기하는 데 특별히 뛰어난 사람들은 대체로 자기감시 특성에서 매우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이들은 주위 상황이 요구하는대로 자기 행동을 바꾸는 것이다. 이 책에서 표현한 대로 로마에 가면 로마인들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내향성을 가진 사람들 중 능숙하게 외향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은 이런 자기감시능력이 좋은 것이다. 나 자신의 말과 행동을 늘 모니터링해야 하며 상황에 따라 나의 말과 행동을 즉시 교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조직이나 사회생활을 하는데 필수적인 능력이라고 느낀다. 자기감시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잘못된 언행을 하고도 즉시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인 것이다.

 

 책을 통해 내향성이 일상에서 충분히 장점으로 발현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실제 상황에 맞게 그 장점을 잘 활용하는 것이다. 다행히 내향적인 사람들은 외향적인 사람들보다 주위 환경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그런 민감한 특성을 잘 활용하면 어떤 환경에서든 내향성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다. 여기에 덧붙여 필요한 것이 바로 앞에서 말한 '자기감시' 능력이다. 외부에 민감한만큼 자신의 내면을 민감하게 살피는 것이다. 그게 가능해지면 언제 어디서든 내향성의 장점을 구사할 수 있고 필요할 땐 외향적인 것처럼 연기도 가능해진다. 외향성이 요구되는 자리에서 무작정 나는 내향성이기 때문에 나의 스타일을 고수하겠다고 하는 것은 감점요인이 될 수 있다. 내향성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되 필요할 땐 외향적으로 말하고 행동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그게 스트레스가 된다면 이 책에서 그 해법을 찾아 도움을 받기 바란다. 평소 내향적이라 고민하고 있거나 내향성을 장점으로 활용하고 싶은 직장인들이 참고하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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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부모 -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
이승욱.신희경.김은산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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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읽고 있는 법구경에 '자식은 잠시 머물다 떠나는 길손과 같다'는 이야기가 있다. 인도의 한 바라문이 늦은 나이에 용모가 단정하고 사랑스러운 사내아이를 얻었다. 아이는 7살이 되어서 글쓰기를 배워 총명하고 재주가 남달랐는데 갑자기 중병에 걸려 하룻밤 사이에 죽어버린다. 바라문은 자식을 잃은 슬픔을 이겨내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다 염라대왕을 찾아가 아이 목숨을 되돌려 받으려 한다. 여정 중에 누군가 왜 염라대왕을 만나려 하는지 이유를 묻자 그 바라문은 '아들의 목숨을 돌려 줄 것을 빌고 그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와 잘 길러서 노후에 의지하고 살려고 합니다.' 라고 대답한다. 물론 모든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 이런 이유만은 아니겠지만 대다수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관심과 사랑은 어찌보면 바라문의 이런 집착과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부모의 욕심대로 아이를 키우려 하기 때문이다. 아이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라 믿고 행하는 것들이 정작 아이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부모 자신을 위한 것인지를 지혜로운 부모라면 늘 고민을 해야한다. 

 

  이 책《대한민국 부모》는 이 땅에 사는 우리 아이들과 부모들이 얼마나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책은 처음부터 얼마 전 고3 학생이 자신의 엄마를 죽인 사건으로 문을 열어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의 한 단면을 담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이 사건으로 대한민국 부모와 아이들이 놓인 상황을 설명하기엔 너무 극단적인 사례일지 모른다 생각했지만 책장을 한장 한장 넘겨가면서 그 생각은 심각한 우려로 바뀌어갔다. 공부라는 무한경쟁의 희생양으로 내몰려 고통받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담 넘어 남의 집 이야기라 여겼지만, 이젠 내 아이 혹은 내 아이 친구의 이야기일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이다. 요즘은 수능시험을 앞둔 고 3 수험생의 시험불안 증상을 초등학교 3학년생이 겪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이 책은 이렇게 병들어 가는 아이들의 실제 상담사례들을 통해 그 문제의 심각성을 노골적이고도 적나라하게 느끼도록 해주는데 가장 무서운 일은 아이들과 부모의 관계에 심각하게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아이들에게 부모는 더 이상 의지하고 보호받는 존재가 아닌 적대적인 존재로 여겨지고 이에 따라 드러난 아이들의 부모에 대한 섬짓한 태도들을 보면서 소름이 끼치기도 했다.

 

떠나고 버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서 아예 없애려고 하는데 도대체 무엇을 없애야 이 거대한 학력생산공장이 멈추게 될지 몰라 화염병을 들고 그냥 그 자리에서 눈물만 흘리고 있다. 아이들을 계속 채찍질해서 강하고 독한 승자로 살아남도록 키우고 싶은가. 그렇다면 아이들은 정말 부모들이 원하는 강하고 독한 아이가 되어 결국 망설이던 화염병을 부모에게 던질지도 모를 일이다._(P.67)

 

  "당신의 아들로 산 것은 지옥이었습니다." 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아이가 있다. 성공하면 부모와 연을 끊겠다고 하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엄마를 죽이지 않으면 엄마는 날 죽일 거야'라며 엄마의 목을 조른 아이의 테러와 똑같이 부모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말이다. 어쩌다 부모와 자식 관계가 이토록 허물어졌는지 망연자실할 일이다. 아이가 병들어 힘들어 하는 동안에 부모라는 사람들은 '사랑'이라는 미명하에 아이들에게 잔인한 만행을 저지르면서도 전혀 모르며 산 꼴이다. 결국 부모로서의 자격을 스스로 내팽개친 부모들의 자업자득인 셈이다. 아이가 힘들 때 기댈 수 있어야 하는 부모가 따뜻하게 감싸안아주기는 커녕 누구를 위한 경쟁인지도 모르는 생존 경쟁의 전쟁터에 어린 아이들을 내몰았으니 말이다. 이대로라면 아이들의 미래도 부모의 미래도 없다. 그래서 이 책은 이 땅의 부모들에게 더 늦기 전에 후회할 일을 만들지 마라는 빨간 경고등을 켜보인 책이다. 아이들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을 살려야 한다는 생존에 관련된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한국의 교육문제에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하는 선택은 부모가 해야하는 중차대한 문제다. 부모가 우선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늘 안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우리사회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가야 할 꿈과 희망이어야 한다. 부모 자신의 욕심보다 아이의 미래를 우선 생각한다면 정작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교육현실에서 남들을 따라 아이를 키우면 우리 아이의 미래가 어떨지는 이 책이 증명해주고 있다. 혹시라도 부모 스스로를 돌아보기 보다는 우리 아이들은 다를 거라는 근거없는 믿음을 갖고있는 부모가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겪고 있는 고통의 실상과 부모란 존재가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는 어떻게 그 위상이 추락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직 내 아이들이 어릴 때 이 책을 만나게 되어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도 이런 교육환경에서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내야할지 고민이 앞선다. 아이가 성장하는 동안 부모인 나 역시도 제대로 된 어른 노릇을 하기 위해 학습하고 성장해야 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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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 신화편 세트 - 전3권 신과 함께 시리즈
주호민 지음 / 애니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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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땐 만화를 곧잘 그리기도 하고 읽기도 많이 읽었는데 졸업 후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고나서는 만화 책을 접한 기억이 아예 없다. 주위에 만화책을 들고 다니며 보는 이들도 당연히 없다. 왠지 어른과 만화책은 어울리지 않는다. 다 큰 성인이 만화책을 들고 킥킥 웃으며 보는 광경은 누가봐도 부자연스럽다. 그런 의식 때문인지 아니면 생활에 쫓겨 여유가 없어 그런지 만화를 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만화매니아들이 만화보는 방법을 최근에야 알았다. 컴퓨터 앞에 앉아 업무를 하듯 만화를 보는 것이다. 마우스로 한장 한장 넘겨가며 만화를 찾아 즐기는 모습을 본 것이다. 이젠 컴퓨터 뿐만 휴대가 쉬운 스마트폰 하나면 만화를 손쉽게 볼 수 있는 세상이다. 만화매니아들은 이렇게 만화를 즐기고 있었다는 걸 나는 몰랐다. 뭐 그리 아쉬울 일도 아니지만.

 

 

 

  얼마 전 회사동료의 추천으로 알게 된 만화 가운데 하나가 《신과 함께》시리즈다. 술자리에서 갑자기 만화이야기가 나와 한 동료가 침을 튀기며 감동적인 만화라고 소개했던 만화. 기억에 남는 스토리들을 감동적인 이야기로 각색해 듣는 이들의 귀를 모았다.   '신과함께 저승편'이 가장 감동을 준다는 얘기가 문득 떠올라 얼근하게 취해 집으로 가던 중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찾아보게 됐다. 읽고 눈물을 흘렸다는 그 장면을 찾아보려고 눈을 부릅뜨고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신과 함께'를 접하기 시작해 이상하게도 술을 마시고 가는 날에만 이 만화를 이어서 봤다. 평소 스마트폰으로 만화를 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다지 아름답게는 보이지 않았던 탓에 맨정신으로는 나름 일탈행위를 할 수 없었던 게 이유였으리라. 그런데 그것만으로도 이 만화에 빠지긴 충분했다.

 

 

 

  그렇게 이미 본 만화들이었기에 책으로 나왔을 때 처음엔 구입할 마음이 없었다. 그런데 내게 이 만화를 침을 튀기며 자랑했던 그 동료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아이들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아내에게 심심할 때 보라고 '신화편' 세트를 구입해 주었다. 읽어보면 푹 빠져들거라고 나름 확신하면서 말이다. '저승편', '이승편'은 술김에 오가며 다 읽었고 이번에 나온 '신화편'은 일부만 보고 말았기 때문에 '신화편'만 구입했다. 책에 담고 있는 내용이 한국신화에 근거해 구성된 것이란 걸 알고 나서는 좀더 친근하게 느껴진 것도 사실이다. 물론 작가가 재미있게 구성한 덕분이겠지만 한국신화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는 계기도 된 것 같다. 신화하면 그리스로마신화를 우선 떠올리는 나와 아이들에게는 우리 신화에 관심을 가지는 좋은 기회가 된 것이다.

 

 

 

  내게 특히 와닿는 교훈적인 말이나 장면들이 있다. 제일 자주 떠올리는 말은 中권의 '할락궁이전'에서 할락궁이가 아버지 사라도령에게 '모든 것은 당신이 결정했습니다.'라고 했던 말. 사라도령의 행적을 되짚으며 꾸짖었던 이 말이 나의 일상에도 적용됨을 차츰 깨닫게 된다. 자신이 현재 처한 괴롭고 힘든 상황은 결국 부지불식간의 나 자신의 의지가 초래한 것이니 남을 탓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가끔 내가 처한 현실 때문에 남 탓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 이 대목을 떠올리곤 한다. 다음 기억나는 명장면은 下권의 녹두생이전 제일 마지막 한 칸. '그깟놈 알게 뭐야?' 부분이다. 가장(家長)이 무능하면 가족이 고통을 받게 된다는 사실. 그리고 이런 가장은 '그깟놈 알게 뭐야?'라는 빈정거림의 대상이자 무가치한 인간이 되버린다는 사실이 약간은 섬뜩하게 느껴지도록 한다. 두 이야기 모두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며 가장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한다. 난 그깟놈이 되진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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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혜민 스님과 함께하는 내 마음 다시보기
혜민 지음, 이영철 그림 / 쌤앤파커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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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잠시 멈추어요.

단1분 만이라도 잠시 멈추어요.

삶을 현재에 정지시켜놓고

잠시 깊게 숨을 내쉬어요. _(P.281)

 

하루종일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만지고, 맛을 보고, 냄새를 맡으며 살면서도 오늘 뭘 경험하고 느꼈는지 스스로에게 한마디 질문을 던져보면 머리 속은 하얘진다. 오늘 나는 뭘 보고 듣고 했단 말인가. 아마 일기를 쓰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일기장을 펼쳐놓고 보면 뭘 써야할지 몰라 한참을 고민해야 했던 경험말이다. 지금 초등학생인 큰 녀석도 그런다. 함께 나가 실컷 놀고 들어와서는 그날 일기를 쓰라고 하면 '오늘 뭐 했어?'하고 되묻는다. 뒷산에라도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에 누군가 뭘 봤느냐고 묻는 질문에 '별로 본게 없어'라고 대답하는 것과 같다. 그런 사람은 헬렌켈러와 같이 앞을 못 보는 사람들이 이해 못하는 이상한 사람이 돼 버린다. 눈뜨고 다니며 본게 없다니. 눈 뜬 장님이란 말이 그래서 생긴 것일까. 그처럼 감각을 닫고 무의식적으로 살아가는 시간들이 많다는 얘기겠다.

 

일상의 속도를 늦추고 자신의 내면을 살피라는 목소리들을 자주 듣는다. 이제 주위에서도 명상을 권할 정도로 바쁜 일상에서 자신을 찾기위한 노력을 많이들 하는 분위기다. 명상은 나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고 감각을 깨운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뿐만아이라 내 주위의 일들과 사람들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를 자세히 살필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잠자던 의식이 깨어남을 경험하게 해준다. 평소 지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느끼게도 하고, 평소와 다른 생각들을 떠올리게도 한다. 그런데 바쁜 현대인들이 이런 명상의 시간을 갖기가 쉽지않다. 쏟아져 나오는 각종 지식과 정보들에 파묻혀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에 급급해 오감을 열고 세상과 소통할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하는 것이다. 그럴수록 나와 타인 그리고 세상에 대한 생각에 푹 빠져볼 수있는 시간적 여유를 갖는 것이 무척 중요해진다. 이 책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읽으며 새삼 느끼게 된 사실이기도 했다.

 

집중만 하면 전화번호부 책도 재미가 있어요.

지금 삶에 재미가 없는 것은

내가 지금 내 삶에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_(P.149)

 

우리 주위에는 우리가 관심을 주지 않았던 탓에 의미를 찾지 못했던 것들이 참 많다. 길가의 나무 한 그루, 풀 한포기, 돌멩이 하나에도 관심을 가지고 집중하면 그 나름의 의미를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자기자신에게 제대로 된 관심을 주지 못하면 스스로의 의미에 대해 그리고 살아가는 진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사는 것과 같다. 진정한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기보다 남을 위해, 남들이 요구하는대로 사는데 익숙해져 버린 탓이 아닐까. 그렇게 나를 잃어버리고 살아왔다면 잠시 멈추고 생각해볼 일이다. 관심의 방향을 내 삶에 돌려보는 것이다. 무심히 의미없는 일로 바쁘게만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떤지, 나의 미래는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 내 인생은 어떠해야 하는지 등을 말이다. 이 책은 잠깐 멈추고 나를 생각하는 일상의 여백을 만들도록 해준다. 그리고 내 삶에 집중하게 해준다. 그냥 생각없이 읽는다면 단 몇 시간만에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혜민스님의 통찰력 넘치는 말씀의 나머지 여백은 반드시 생각하는 시간으로 채우며 읽어야 하는 책이다.

 

삶 속의 지혜는 이처럼 내가 뭔가를 해서 쟁취하는 것이 아니고

멈춘 후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들을

그냥 조용히 알아채기만 하면 되는 것 같아요._(P.283)

 

일상에 묻혀 정신없이 보내고 있음을 자각했을 때 스위치를 누르기만 하면 내 의식과 감각들을 깨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달리는 사람과 잠시 멈추고 생각하는 사람이 보고 느끼는 삶의 깊이는 다를 수 밖에 없다. 늘 쫓기듯 시간에 내몰려 살면 무의식에 프로그램된 대로 의미없는 일을 반복하며 살게 된다. 생각없이 살아가니 기억에 남는 일들이 별로 없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늘 깨어있는 상태로 순간순간을 살면 그 모든 순간에 의미가 절로 생긴다. 보고 듣고 느끼는 감각도 절로 살아난다. 그렇게 나를 깨우면 더 의미있는 일들을 추구하게 되고 삶을 더 사랑하게 될지 모른다. 삶을 더 사랑하게 되면 그 속에서 우리가 몰랐던 행복을 찾게될 지도 모른다. 이 모든 것들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서는 멈출 줄 알아야한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오늘을 살면서 얼마나 자주 멈춰 생각하고 일상의 의미에 대해 생각했는지는 일기장에 쓸만한 기억들이 얼마나 떠오르는지 여부가 증명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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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아저씨네 빵가게 인성의 기초를 잡아주는 처음 인문학동화 1
김선희 지음, 강경수 그림, 황희경 도움글 / 주니어김영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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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자주 떠올리는 논어 위정편의 한 구절이다. 아무리 많은 책을 읽어도 생각하며 읽지 않은 책들은 책을 덮은 후 남는 게 없다. 수박 겉핥기식의 생각하지 않는 공부도 알맹이가 없는 공부다. 그래서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늘 훈계하듯 하는 말 중 하나가 생각하라는 말이다. 어릴 때부터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특히 요즘 아이들은 혼자 있는다해도 사색할 여유조차 없는 환경 속에 살고 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만 있으면 지루할 틈이 없다. 문제는 이런 환경이 아이들을 단순한 재미만을 좇도록 하면서 생각하기를 싫어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학교와 학원 공부에 지친 아이들이 빠질 수 있는 유일한 재밋거리가 되버린 것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좋은 책을 읽는 독서습관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을 늘 갖게 된다. 단순히 책을 많이 읽어내는 게 목적이 아니라 좋은 책을 골라 읽으며 생각하는 힘을 키웠으면 하는 것이다. 요즘처럼 수없이 많은 책들이 매일 쏟아져 나오는 환경에서는 책에 관심이 많은 부모라도 아이들에게 유익한 책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 그럴 땐 고전의 지혜를 담은 책들을 골라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이뿐 아니라 함께 보는 부모님들에게도 유익한 책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공자 아저씨네 빵가게》는 마침 논어를 읽고 있던 내 눈을 사로잡았던 책이다. 지금은 주니어 김영사에서 인문학동화 시리즈로 몇 권의 책이 더 출간돼 나와 있지만 그 중 첫번째 시리즈인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나는 이것저것 살펴보기 전에 '공자'라는 이름만 보고 아이를 위해 구입했다. 아이들 인성의 기초를 잡아주는 책이란 사실에 먼저 마음이 갔고 아이와 함께 읽으며 논어를 읽고 익힌 주요 내용들을 이 책에서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리고 내가 어렵사리 읽고 있는 논어라는 책을 아이는 이 책을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다. 아이에게 몇 번 반복해 읽어주면서 공자의 중요한 철학들을 쉽게 다시 훑어볼 수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은 아이와 함께 읽는다면 부모님들이 논어의 핵심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책이라도 고전을 다룬 책이 유익한 점이 바로 이런 점이다.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책들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작가의 말에서도 이야기했 듯 인문학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길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특히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는 능력, 자신의 행동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도덕적 능력이 많이 부족해져 간다. 물론 팍팍해진 환경 탓이고 아이들만의 문제만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유야 어떻든 자라나는 아이들이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답게 사는 것인지를 일찌감치 깨닫고 실천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것은 우리 어른들의 몫이다. 이 책 속 등장인물이자 어린 주인공인 환희는 무척 불행해 보이는 환경 속에 살아가는 아이다. 어쩌면 비뚤어질 수도 있는 상황에 있는 아이 앞에 공자 아저씨가 빵가게 주인으로 둔갑해 아이의 변화를 이끈다. 그 과정에서 논어 속의 익숙한 말들과 공자의 생애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곁들여진다. 불우한 환경에서도 환희가 공자 아저씨를 만나 생각의 변화를 겪게 되는 과정에서 빛을 발한 것은 환희가 깊이 생각하는 장점을 가진 아이란 점이었다. 공자아저씨로부터 한가지씩 교훈을 배울 때마다 아이는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처럼 사색하는 과정에서 변화의 꽃은 피어난다. 아무리 좋은 스승의 가르침이라도 귀담아 듣고 생각하지 않으면 잔소리로 끝날 뿐이다.

 

 최근 아이에게 논어의 좋은 문장들을 따라쓰기 연습을 할 수 있는 책을 한 권 사 줬더니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 부분만 조금 끄적이고는 진도가 안나간다. 억지로 시키면 교육효과가 없을 것 같아 아이의 의지에 맡겨 놓고 있다. 문득 생각해보니 써 놓은 그대로 배우고 때로 익히는 일에만 열심히 매진해주어도 더 이상 바램이 없을 것 같다. 어떤 것이든 배우려는 자세가 우선이고 그것을 연습하고 익혀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어야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배우고 항상 익히는 일에서 기쁨을 느끼는 아이는 단 한 권의 책에서도 배우는 깊이가 다를 수 밖에 없다. 이런 자세로 이 책을 읽는다면 주인공 환희처럼 배움의 '환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욕심같지만 공부는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람답게 살기 위한 것이란 걸 아이가 깨달았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고전을 다룬 주니어 김영사의 인문학동화 시리즈를 잘 활용하면 아이들의 인문학적 감성을 깨우는데 유익하겠단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아이에게 책을 사주고 가르침을 줄 순 있지만 받아들이는 건 아이에게 달려있다. 그런 의미에서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라도 주구장창 반복해 쓰게 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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