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필요 없어 - 싱글맘과 여섯 살 아들의 평범한 행복 만들기
김양원 지음 / 거름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요즘처럼 평범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아 보려 노력한 적 있었을까? 행복의 기준을 지금 현재보다 더 높이 두고 사는 사람이라면 아마 쉽게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을 말 같다. 행복은 어떤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게 아니라 상대적이라는 사실을 최근 읽은 몇 권의 책을 통해 새삼 깨닫는다. 자식을 잃은 슬픔을 이야기한 책을 통해 내게 건강한 아이가 있어 너무 행복한 아빠임을 절실히 깨달았고 뇌사상태의 아버지를 모시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나는 비록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지만 건강하신 어머니 때문에 우리는 행복한 가족임을 새삼 감사하게 생각하게 됐다.



 지금 평범한 직장을 다니고 있고 건강한 아이가 있고 사랑하는 아내가 곁에 있다. 대부분의 가정의 모습이 이럴 거라 생각하고 이것이 평범한 가족의 모습일거라고 생각하며 산다. 이런 평범한 가정의 모습은 우리 가족 모두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을 때이며 모든 상황이 아주 순탄하게 돌아가고 있을 때에 가능한 모습이란 걸 알게 된다. 그래서 무탈한 우리 가정은 너무나 행복한 가정임을 새삼 느낀다. 행복은 저 멀리 어딘가에 우리 손이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붙잡을 수 있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다.



 내가 싱글대디가 아닌 평범한 가장이라 행복하다는 생뚱맞은 생각을 하게 한 책이 바로 《아빠는 필요없어》다. '어라? 아빠가 필요없다니 무슨 말이야?'. 내가 보기엔 한껏 도발적인 제목 때문에 아빠 입장인 내가 제대로 호기심이 발동해 선택했던 책이다. 알고보니 싱글맘인 저자가 아이를 혼자 키우면서 현실에서 부딪히는 어려움들과 일상들을 써 놓은 책이다. 읽다보니 책제목과는 달리 엄마와 아이의 진심은 《아빠가 정말 필요해》라는 걸 알게 된다. 싱글맘이나 싱글대디에 대한 불편한 사회인식은 둘째 치더라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입장에서 보면 혼자 아이를 키워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일지 대충 상상은 할 수 있다. 이 책은 내겐 상상만 할 수 있는 그 상황의 실제 속내를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해 줬다.



 높은 이혼율만큼 싱글맘, 싱글대디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물론 내 주위에 그런 이가 없어 실감은 안나지만 싱글맘인 저자가 이혼 후 아이를 혼자 키우며 받았을 눈총의 의미는 쉽게 공감 할 수 있었다. 이혼모에 대한 주위 시선의 불편함, 친정부모에 대한 미안함과 자책감 그리고 남편이 없어 받았던 주위에서의 차별대우, 아이에게 아빠가 절실히 필요할 때 남편의 부재로 인한 난감함 등은 비록 엄마는 강하다고들 하지만 여자 혼자서 극복하기에는 무척 힘든 현실적인 문제들임을 알 수 있다.



 외눈이만 살고 있는 성에 두 눈을 모두 가진 사람이 가면 그가 비정상이 되듯이, 모든 아이들이 엄마 아빠와 함께 사는 것이 대세인 이 사회에서 아빠 없이 자란다는 것은 아이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P.49)



 다섯 살 난 딸을 아이 엄마에게 맡기고 이혼한 친구의 이야기가 나온다. 별거를 시작하며 어린 딸에게는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미국 유학'을 갔다고 말했단다. 이혼 후 4~5년이 지나 초등학생이 된 딸은 아빠의 '미국 유학'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어느 날, 혼이 날 일을 저질러 매를 든 엄마에게 딸은 이렇게 사정했다. "엄마, 잘못했어요. 이제 말 잘 들을게요. 그리고 아빠한테는 제발 말하지 말아주세요. 나 엄마 말 잘 들어야 아빠가 오신댔는데......" 딸아이는 자신의 잘못으로 아빠가 집에 오지 않는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 부분은 다시 읽어도 내 가슴이 저려온다. 그런데 실제 부모마음은 어땠을까?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친구는 그날 밤 뻗을 때까지 술을 마셨단다. 술만 마셔 될 일이 아니그만. 물론 이혼한 당사자들은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게다. 하지만 아이를 둔 사이였다면 당사자들 자신만 생각해서는 절대 안된다. 아이의 입장과 아이의 미래까지도 이혼을 마음 먹을 때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책에서 언급 된 내용이지만 이혼가정의 아이들은 부모의 이혼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알 리 없는 부모들의 무책임과 이기심 때문에 상처입을 어린 영혼들이 안타깝기만 하다.



 아빠가 없어 될 일이냐고 굳이 힘주어 말하지 않더라도 아빠없이 살아가는 엄마나 아이의 생활이 순탄하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어떠한 어려움과 고난이든 그 실체를 분명히 알아야만 그것을 극복하고 희망을 얘기할 수 있다. 이미 결혼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두 번째 결혼은 실패하지 않도록 고민하고 계획할 것이다. 이미 아이를 낳아 길러 본 사람은 두 번째 아이를 키울 때 더욱 신중하고 부족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우리 인생이 이처럼 먼저 경험하고 대비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인생이라는 것이 어디 그런가.



 경제적인 고달픔과 주위의 따가운 시선, 아이에게 지어버린 마음의 빚 때문에 힘들어하는 싱글맘들에게 공감을 구하고, 격려를 건네고 싶었다는 저자의 이 책이 수많은 초보 싱글맘 그리고 싱글대디들에게까지 힘과 용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리고 심각한 저출산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담한 현실에서 열심히 낳아 잘 키워보겠다며 고군분투하는 싱글맘과 싱글 대디들에게 나 또한 힘껏 응원의 목소리를 높여본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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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 2010-05-24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