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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이어트 Quiet -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
수전 케인 지음, 김우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에 주간 관리자회의가 있는 날은 나를 포함해 몇몇은 유독 긴장하는 날이었다. 회의 분위기지만 명목상으로는 TEA TIME. 즉, 차를 마시며 가볍게 담소를 나누는 자린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상사의 지시사항을 듣고 직원들이 의견을 내야만하는 딱딱한 자리가 되버렸다. 문제는 그 시간을 마칠 때 즈음 한마디도 이야기를 하지 않은 사람들을 상사가 일일이 지목하며 할 얘기가 없는지 묻는 것이다. 그저 할 얘기가 없으면 안 해도 되는 가벼운 TEA TIME이 아니라 무조건 한 마디라도 해야하는 의견개진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미처 아무 이야기도 준비못한 관리자들은 괜스레 위축되버린다. 꿀먹은 벙어리처럼 앉아있는 건 아무 생각없이 앉아있는 것으로 치부되기 때문에 무조건 튀기위한 발언은 한마디씩 해야하는 큰 부담감을 안고 앉아있는 자리다. 한마디라도 거들어야 회사에 관심있다는 표현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회의석상이나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늘 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주목을 받고, 말하는 능력으로 인정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조직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어쨌든 외향적인 사람들이 무척 유리한 듯 보이고, 회사에서 인정받고 승진의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내향적인 사람이라도 때론 외향적인 것처럼 말하고 행동해야 할 때가 많다. 그래서 외향성이 뛰어난 사람들이 영업직으로 먼저 발령받고 데이터 상으론 별 차이 없더라도 실적이 좋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만큼 회사라는 조직에서는 외향성이 존중받는 분위기고 실제 말을 많이하고 먼저 행동하는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 성과를 먼저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라면 내향성을 지닌 사람들은 상당한 스트레스가 된다. 자신의 성향과는 상관없이 억지로 외향성을 추구하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 직급이 올라갈수록 내향성은 외향성으로 바뀌어간다. 자신의 성향이 조직에 적응하며 바뀌어 가기 때문이다.
무조건 외향성이 인정받는 분위기에서 내향적인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 책이 바로 이 책 《콰이어트》다. 나 자신의 내향성이 어떻게 장점이 될 수 있을까하는 기대감으로 본 책이기도 하다. 먼저 우리가 상식처럼 생각했던 리더십 부분에서 내향성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것은 상당한 수확이다. 이 책에 따르면 외향적인 지도자들은 직원들이 수동적일 때 집단의 성과를 향상시키는 반면, 내향적인 지도자들은 직원들이 능동적일 때 더 효과적이라는 가설을 증명하는 연구사례를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내향적인 사람들은 능동적인 사람들을 이끄는데 유달리 잘 맞고, 외향적인 지도자들은 수동적인 일꾼들과 함께할 때 훨씬 나은 결과를 보여준다고 한다. 조직의 성격에 따라 성과를 내는 지도자의 스타일도 이처럼 다르다는 것을 증명해낸 것이다. 이같은 결론은 관리자들이 조직의 특성을 잘 분석하고 리더십 스타일을 구사해야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책은 이처럼 내향성의 장점들을 다양한 연구와 내향성을 지닌 인물들을 사례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있는 발견은 '자기감시(self-monitoring)'라는 개념을 알게 된 점이다. 자기감시가 뛰어난 사람들은 상황에 따른 사회적인 요구에 자기 행동을 맞추는 데 아주 능숙하다고 했다. 즉 내향적인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외향적인 사람처럼 연기하는 데 특별히 뛰어난 사람들은 대체로 자기감시 특성에서 매우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이들은 주위 상황이 요구하는대로 자기 행동을 바꾸는 것이다. 이 책에서 표현한 대로 로마에 가면 로마인들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내향성을 가진 사람들 중 능숙하게 외향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은 이런 자기감시능력이 좋은 것이다. 나 자신의 말과 행동을 늘 모니터링해야 하며 상황에 따라 나의 말과 행동을 즉시 교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조직이나 사회생활을 하는데 필수적인 능력이라고 느낀다. 자기감시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잘못된 언행을 하고도 즉시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인 것이다.
책을 통해 내향성이 일상에서 충분히 장점으로 발현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실제 상황에 맞게 그 장점을 잘 활용하는 것이다. 다행히 내향적인 사람들은 외향적인 사람들보다 주위 환경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그런 민감한 특성을 잘 활용하면 어떤 환경에서든 내향성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다. 여기에 덧붙여 필요한 것이 바로 앞에서 말한 '자기감시' 능력이다. 외부에 민감한만큼 자신의 내면을 민감하게 살피는 것이다. 그게 가능해지면 언제 어디서든 내향성의 장점을 구사할 수 있고 필요할 땐 외향적인 것처럼 연기도 가능해진다. 외향성이 요구되는 자리에서 무작정 나는 내향성이기 때문에 나의 스타일을 고수하겠다고 하는 것은 감점요인이 될 수 있다. 내향성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되 필요할 땐 외향적으로 말하고 행동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그게 스트레스가 된다면 이 책에서 그 해법을 찾아 도움을 받기 바란다. 평소 내향적이라 고민하고 있거나 내향성을 장점으로 활용하고 싶은 직장인들이 참고하기 좋은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