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아저씨네 빵가게 인성의 기초를 잡아주는 처음 인문학동화 1
김선희 지음, 강경수 그림, 황희경 도움글 / 주니어김영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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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자주 떠올리는 논어 위정편의 한 구절이다. 아무리 많은 책을 읽어도 생각하며 읽지 않은 책들은 책을 덮은 후 남는 게 없다. 수박 겉핥기식의 생각하지 않는 공부도 알맹이가 없는 공부다. 그래서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늘 훈계하듯 하는 말 중 하나가 생각하라는 말이다. 어릴 때부터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특히 요즘 아이들은 혼자 있는다해도 사색할 여유조차 없는 환경 속에 살고 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만 있으면 지루할 틈이 없다. 문제는 이런 환경이 아이들을 단순한 재미만을 좇도록 하면서 생각하기를 싫어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학교와 학원 공부에 지친 아이들이 빠질 수 있는 유일한 재밋거리가 되버린 것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좋은 책을 읽는 독서습관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을 늘 갖게 된다. 단순히 책을 많이 읽어내는 게 목적이 아니라 좋은 책을 골라 읽으며 생각하는 힘을 키웠으면 하는 것이다. 요즘처럼 수없이 많은 책들이 매일 쏟아져 나오는 환경에서는 책에 관심이 많은 부모라도 아이들에게 유익한 책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 그럴 땐 고전의 지혜를 담은 책들을 골라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이뿐 아니라 함께 보는 부모님들에게도 유익한 책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공자 아저씨네 빵가게》는 마침 논어를 읽고 있던 내 눈을 사로잡았던 책이다. 지금은 주니어 김영사에서 인문학동화 시리즈로 몇 권의 책이 더 출간돼 나와 있지만 그 중 첫번째 시리즈인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나는 이것저것 살펴보기 전에 '공자'라는 이름만 보고 아이를 위해 구입했다. 아이들 인성의 기초를 잡아주는 책이란 사실에 먼저 마음이 갔고 아이와 함께 읽으며 논어를 읽고 익힌 주요 내용들을 이 책에서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리고 내가 어렵사리 읽고 있는 논어라는 책을 아이는 이 책을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다. 아이에게 몇 번 반복해 읽어주면서 공자의 중요한 철학들을 쉽게 다시 훑어볼 수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은 아이와 함께 읽는다면 부모님들이 논어의 핵심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책이라도 고전을 다룬 책이 유익한 점이 바로 이런 점이다.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책들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작가의 말에서도 이야기했 듯 인문학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길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특히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는 능력, 자신의 행동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도덕적 능력이 많이 부족해져 간다. 물론 팍팍해진 환경 탓이고 아이들만의 문제만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유야 어떻든 자라나는 아이들이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답게 사는 것인지를 일찌감치 깨닫고 실천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것은 우리 어른들의 몫이다. 이 책 속 등장인물이자 어린 주인공인 환희는 무척 불행해 보이는 환경 속에 살아가는 아이다. 어쩌면 비뚤어질 수도 있는 상황에 있는 아이 앞에 공자 아저씨가 빵가게 주인으로 둔갑해 아이의 변화를 이끈다. 그 과정에서 논어 속의 익숙한 말들과 공자의 생애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곁들여진다. 불우한 환경에서도 환희가 공자 아저씨를 만나 생각의 변화를 겪게 되는 과정에서 빛을 발한 것은 환희가 깊이 생각하는 장점을 가진 아이란 점이었다. 공자아저씨로부터 한가지씩 교훈을 배울 때마다 아이는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처럼 사색하는 과정에서 변화의 꽃은 피어난다. 아무리 좋은 스승의 가르침이라도 귀담아 듣고 생각하지 않으면 잔소리로 끝날 뿐이다.

 

 최근 아이에게 논어의 좋은 문장들을 따라쓰기 연습을 할 수 있는 책을 한 권 사 줬더니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 부분만 조금 끄적이고는 진도가 안나간다. 억지로 시키면 교육효과가 없을 것 같아 아이의 의지에 맡겨 놓고 있다. 문득 생각해보니 써 놓은 그대로 배우고 때로 익히는 일에만 열심히 매진해주어도 더 이상 바램이 없을 것 같다. 어떤 것이든 배우려는 자세가 우선이고 그것을 연습하고 익혀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어야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배우고 항상 익히는 일에서 기쁨을 느끼는 아이는 단 한 권의 책에서도 배우는 깊이가 다를 수 밖에 없다. 이런 자세로 이 책을 읽는다면 주인공 환희처럼 배움의 '환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욕심같지만 공부는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람답게 살기 위한 것이란 걸 아이가 깨달았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고전을 다룬 주니어 김영사의 인문학동화 시리즈를 잘 활용하면 아이들의 인문학적 감성을 깨우는데 유익하겠단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아이에게 책을 사주고 가르침을 줄 순 있지만 받아들이는 건 아이에게 달려있다. 그런 의미에서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라도 주구장창 반복해 쓰게 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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