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 : 신화편 세트 - 전3권 신과 함께 시리즈
주호민 지음 / 애니북스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 땐 만화를 곧잘 그리기도 하고 읽기도 많이 읽었는데 졸업 후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고나서는 만화 책을 접한 기억이 아예 없다. 주위에 만화책을 들고 다니며 보는 이들도 당연히 없다. 왠지 어른과 만화책은 어울리지 않는다. 다 큰 성인이 만화책을 들고 킥킥 웃으며 보는 광경은 누가봐도 부자연스럽다. 그런 의식 때문인지 아니면 생활에 쫓겨 여유가 없어 그런지 만화를 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만화매니아들이 만화보는 방법을 최근에야 알았다. 컴퓨터 앞에 앉아 업무를 하듯 만화를 보는 것이다. 마우스로 한장 한장 넘겨가며 만화를 찾아 즐기는 모습을 본 것이다. 이젠 컴퓨터 뿐만 휴대가 쉬운 스마트폰 하나면 만화를 손쉽게 볼 수 있는 세상이다. 만화매니아들은 이렇게 만화를 즐기고 있었다는 걸 나는 몰랐다. 뭐 그리 아쉬울 일도 아니지만.

 

 

 

  얼마 전 회사동료의 추천으로 알게 된 만화 가운데 하나가 《신과 함께》시리즈다. 술자리에서 갑자기 만화이야기가 나와 한 동료가 침을 튀기며 감동적인 만화라고 소개했던 만화. 기억에 남는 스토리들을 감동적인 이야기로 각색해 듣는 이들의 귀를 모았다.   '신과함께 저승편'이 가장 감동을 준다는 얘기가 문득 떠올라 얼근하게 취해 집으로 가던 중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찾아보게 됐다. 읽고 눈물을 흘렸다는 그 장면을 찾아보려고 눈을 부릅뜨고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신과 함께'를 접하기 시작해 이상하게도 술을 마시고 가는 날에만 이 만화를 이어서 봤다. 평소 스마트폰으로 만화를 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다지 아름답게는 보이지 않았던 탓에 맨정신으로는 나름 일탈행위를 할 수 없었던 게 이유였으리라. 그런데 그것만으로도 이 만화에 빠지긴 충분했다.

 

 

 

  그렇게 이미 본 만화들이었기에 책으로 나왔을 때 처음엔 구입할 마음이 없었다. 그런데 내게 이 만화를 침을 튀기며 자랑했던 그 동료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아이들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아내에게 심심할 때 보라고 '신화편' 세트를 구입해 주었다. 읽어보면 푹 빠져들거라고 나름 확신하면서 말이다. '저승편', '이승편'은 술김에 오가며 다 읽었고 이번에 나온 '신화편'은 일부만 보고 말았기 때문에 '신화편'만 구입했다. 책에 담고 있는 내용이 한국신화에 근거해 구성된 것이란 걸 알고 나서는 좀더 친근하게 느껴진 것도 사실이다. 물론 작가가 재미있게 구성한 덕분이겠지만 한국신화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는 계기도 된 것 같다. 신화하면 그리스로마신화를 우선 떠올리는 나와 아이들에게는 우리 신화에 관심을 가지는 좋은 기회가 된 것이다.

 

 

 

  내게 특히 와닿는 교훈적인 말이나 장면들이 있다. 제일 자주 떠올리는 말은 中권의 '할락궁이전'에서 할락궁이가 아버지 사라도령에게 '모든 것은 당신이 결정했습니다.'라고 했던 말. 사라도령의 행적을 되짚으며 꾸짖었던 이 말이 나의 일상에도 적용됨을 차츰 깨닫게 된다. 자신이 현재 처한 괴롭고 힘든 상황은 결국 부지불식간의 나 자신의 의지가 초래한 것이니 남을 탓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가끔 내가 처한 현실 때문에 남 탓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 이 대목을 떠올리곤 한다. 다음 기억나는 명장면은 下권의 녹두생이전 제일 마지막 한 칸. '그깟놈 알게 뭐야?' 부분이다. 가장(家長)이 무능하면 가족이 고통을 받게 된다는 사실. 그리고 이런 가장은 '그깟놈 알게 뭐야?'라는 빈정거림의 대상이자 무가치한 인간이 되버린다는 사실이 약간은 섬뜩하게 느껴지도록 한다. 두 이야기 모두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며 가장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한다. 난 그깟놈이 되진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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