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어하우스 플라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0
혼다 데쓰야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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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말이죠, 누구나 좋은 면과 나쁜 면이 있어요.”


라는 말로 독자들을 이해시키기엔 너무 무리한 시도가 아니었나싶다.


 플라주는 셰어하우스로 아사다 준코가 운영하고 있다. 기본적인 건 다른 셰어하우스와 딱히 다를 게 없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입주를 희망하는 사람이 전과자여야 한다는 것. 처음 이런 배경을 알게 되었을 때 전과자들이 모여 있는 공간에서 어떤 사건들이 발생할지 궁금했다. 하지만 책의 전개는 나의 생각과는 전혀 반대로 흘러갔다. 책에 나온 7명의 입주자들은 모두 법의 심판을 받은 전과자들이었다. 저지를 죄들도 다양했다. 교통사고, 학교폭력에 의한 상해치사, 약물 복용 등으로 그들은 흔히 우리나라 말로 인생에 빨간 줄이 그어졌다.

 소설은 약물 복용으로 집행 유예를 받게 된 요시무라 다카오가 ‘플라주’에 입주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다시 일자리를 구하고 싶어 이리저리 면접을 보러 다니지만 전과자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따뜻하지 않다는 걸 차갑게 깨닫는다. 그런 세상에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 때 쯤 그는 다른 입주자들 역시 전과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때, 그가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그 전과는 달리 경계심이 생겨버린다. 전과자라는 이유로 자신을 꺼려하던 회사 인사부들의 눈빛을 이제야 이해되기 시작했다. 이런 그들을 ‘플라주’는 포용해주었다. 그들은 ‘플라주’에 보답을 하기 위해서라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여러 번 도전한다.

 나도 소설을 읽으면서 전과자가 모여있는 공간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단지 그들이 사회에 다시 나가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는 공간이었을 뿐인데 어떤 범죄들이 일어날까 생각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작가는 독자들의 편견과 일반화에 금이 가게 한 것에는 성공한 듯하다. 하지만 내가 결코 이 소설을 즐겁게 읽을 수 없었던 이유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스포주의)


‘설령 죄를 저질렀어도 제대로 벌을 받으면 용서해주어도 좋지 않은가.’

‘일단 벌을 받은 사람에게는 재출발할 기회를 준다. 그 정도는 사회가 보장해주어도 좋지 않은가’

 준코가 ‘플라주’를 만든 동기이다. 이 말에는 너무 큰 허점이 있다. 죄를 저질러서 벌을 받아야 하는 사람에게 과연 법치국가는 객관적인 벌을 줄 수 있는가. 결국 법도 인간이 만든 것이라 불완전한데 법정에서 내린 벌만으로 그 죄에 대한 벌을 모두 받았다고 할 수 있는가. 나는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 죄를 저지르지 않아도 냉정한 사회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 너무나 많은데 벌을 받을 사람에게 재출발할 기회를 보장하는 사회가 과연 공정한 사회일까? 물론 준코는 전과 10범이라든가 여자에게 함부로 완력을 쓰는 사람은 거부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성실하게 살고 싶다,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얻고 싶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설령 살인범이어도 받아들이겠다’고 말한다. 이미 한 번 인간이길 포기했던 사람이 감히 다시 시작할 기회는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살인자는 자신과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정당방위로써 한 행동을 한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닌 별다른 이유 없이 피해자와 그 유족들에게 상처를 입힌 자를 말한다.) 그냥 뒷부분을 읽으면 읽을수록 가치관이 흔들린다기보다는 이 책은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단 1초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 불편했다.

 물론 작가가 이 글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책에 나오는 6명 전과자들은 억울하게 일에 휘말렸거나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잠깐의 판단 착오로 인한 실수로 죄를 저질렀다. 독자들은 이들을 보며 범죄자지만 안타까움을 느낀다. 이를 이용해서 작가는 이들의 생각과 행동을 보여주며 벌을 받은 이들에게 한 번의 기회는 더 제공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나는 작가가 더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등장시키지 않은 것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독자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그의 주장의 모순을 숨기려고 한 것으로 생각되어졌다. 이 책을 다 읽고 덮는 순간에도 ‘지나친 일반화는 금물이다.’라는 한마디만 있었으면 작가가 이 글을 쓴 이유에 대해 더 잘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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쑴쑴쑴 2022-09-24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어려운 주제를 다루기엔 소설이 너무 가볍긴했죠ㅎㅎ
그나마 전과자가 된 이유를 어느정도 납득가능하게 설정해놓긴 했습니다만
그렇기에 오히려 정작 중요한 핵심을 피해가서 껍데기만 남은 느낌이죠
자신을 방위 하기위해 어쩔수없이 죽어도 동정이 가지 않는 사람을 죽였다라는 설정을
만들어놓고 전과자에게 기회를 주세요를 외치는거는 너무 쉽게 가자는거고
대부분의 전과자는 그런 사연이 없을진데 너무 과격한 주장이 될수가 있습니다.
죄의 대가와 용서라는 주제는 야쿠마루 가쿠쪽이 더 심도있게 다룹니다.
 
유원 (양장)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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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할 원, want 원. 안녕, 원아.


청소년 문학은 고등학생 이후로 처음이었다. 아직 완전한 어른은 되지 못했으면서 숫자 나이에 익숙해져 청소년 문학을 읽지 않았었다. 그리고 7년 만에 읽은 청소년 문학은 내 마음에 잔잔하게 자리 잡았다.

책 제목인 ‘유원’은 이 책의 화자 이름이다. 유원은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고 식당을 하시는 엄마, 아빠와 함께 살고 있다. 딱히 인간관계에 불편함을 느낀 적도, 깊은 관계를 맺은 적도 없는 유원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의식적으로 인식된다. 그 이유는 12년 전 사고로 돌아간다. 유원에겐 친 언니가 있었다. 이름은 유예정. 11살 차이가 나서 유예정은 유원을 잘 보살폈다. 공부도 잘하는 데다 착하기까지. 부모님의 자랑이었으며 친구들과도 잘 어울렸다. 때는 유원이 6살, 유예정이 17살 때였다. 부모님은 일 나가시고 집에 둘만 있을 때 윗 층 할아버지의 담뱃재가 옮겨 붙어 큰 불이 났다. 유예정은 유원을 이불로 감싼 다음, 11층이라는 높이에서 누군가 받아주길 바라며 떨어뜨렸, 아니 보냈다. 다행히 지나가던 용감한 시민이 유원을 받았고 대신 그의 다리를 잃었다. 결국 유예정은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하늘로 가버렸고 그렇게 유원은 ‘기적의 아이’가 되었다.

유원은 잘 자라주었다. 언니가 목숨 바쳐 살린 아이였기 때문에 착하게 살아야 했고, 공부도 열심히 해야 했다. 그리고 자기를 구해준 용감한 시민인 아저씨를 위해 의사가 되기로 했다. 하지만 그녀는 비밀이 있었다. 자신을 살린 언니를 싫어하고, 자신을 구해준 아저씨를 증오하고 있었다. 그들이 안겨준 죄책감과 의무감은 유원에게는 버티기 힘들 만큼 무거웠다.

우연찮게 친구 한명을 만나게 되었다. 이름은 수현. 수현은 마스터키를 들고 다니면서 이런 저런 옥상의 문들을 열었다. 그렇게 둘이 같이 옥상에 올라가 얘기를 나누면서 유원은 처음으로 친구라는 의미를 몸소 체험하였다.

이 이상으로 글을 쓰면 스포일러가 될 거 같아서 줄거리는 여기까지만 얘기해야겠다. 첫 장을 읽을 때부터 마지막장을 읽을 때까지 거슬리는 이야기가 하나도 없었다. 나도 종종 사고가 발생한 걸 뉴스를 통해 봤을 때 살아남은 사람을 기적이다. 라고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그건 너무 쉽게 내뱉은 말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 사람이 겪은 사고 현장, 그리고 사고를 크게 당한 사람들을 보며 자기는 살아남게 됐다는 죄책감, 살아서 다행인 건지 아니면 앞으로 감당해야 할 무거운 삶의 무게에 대해 한탄해도 되는 건지 등 모든 감정들을 무시한 채 살아남았다는 사실 하나로 쉽게 툭 내뱉은 내 말은 사건의 당사자들에게 뾰족하게 날아가 박혔을 것이다. 철저하게 제 3자의 시선으로 가볍게 바라본 사건의 감상은 너무나 무책임했다.

원이가 자신의 진심에 용기를 냈을 때, (나는 또 막상 무책임한 가벼움으로 유원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이유로 친근하게 원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다행이라기보다는 걱정이 먼저 앞섰다. 원이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은 원이의 행동을 무책임하다고 하진 않을까, 혹시나 구해준 은인들에게 배은망덕하다고 생각하진 않을까라는 생각에서였다. 사람들의 시선은 너무나 가볍고 냉정하기에.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그저 원이가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롭길 바라면서 끝냈다. 또 너무 현실적으로 끝없이 생각하기엔 책을 읽은 감상이 너무 아리게 끝날 거 같았기 때문이다.

 역시 믿고 보는 창비 청소년 문학. 이 때까지 읽지 못했던 청소년 문학들에 관심을 가지고 싶어졌다. 

세상의 모든 유원들이 죄책감과 사건의 아픔에서 조금은 벗어나길 바라며. 그냥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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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라는 발명 - 1572년에서 1704년 사이에 태어나 오늘의 세계를 만든 과학에 관하여
데이비드 우튼 지음, 정태훈 옮김, 홍성욱 감수 / 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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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두꺼운 책은 처음 봤다. 초등학생 때 샀던 백과사전보다 더 크고 두꺼운 책이다. 올해 목표가 ‘독서 편식 뿌수기’여서 호기롭게 이 책을 선택했다. 하지만... 힘들었다...

이 책을 신청하기 전, tvN 프로그램 ‘금요일 금요일 밤에’에 나왔던 김상욱 교수님의 ‘신기한 과학나라’를 다시 보고 있었다. 김상욱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면서 ‘학교에서 저렇게 수업을 들었으면 과학에 흥미를 가지게 됐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갑자기 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됐을 무렵, ‘과학이라는 발명’이 김영사에서 출간되었고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아니 사실 약간의 망설임은 있었다. 1016페이지라니..? 과연 그 두께가 얼마나 될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책이 도착했다. 굉장히.. 두꺼웠다.. 뭔가 책 표지가 책의 속지들을 감당하지 못하는 거 같은? 그런 느낌마저 들었다. 그래도 이때까지 알지 못한 과학 이야기들을 알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기대하며 책을 펼쳤다.

 책은 역시나 과학에 대한 신선함을 안겨주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젊다는 사실로 부터 책이 시작되었다. 지구에서 생명체가 살고 그 중 사람이라고 인지될만한 생명이 살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중 과학이 발견되었을 때는 비교적 너무나 최근이었다. 하지만 과학이 발견된 비교적 최근과 지금 현대 사회는 매우 빠른 시일 내에 이렇게나 발전한 것이다. 이렇게 설명하면서 독자들의 궁금증을 부추겼다.

 하지만 책을 읽는데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았다. 모르는 사람들도 너무 많았다. 제일 중요한 건 과학적 사실을 다루는데 이 모든 게 역사를 기반으로 한 서술이었다. 그래서 지겨울 수도 있다. 저자가 말한 ‘과학’이 발명되었을 때는 천문학의 발전으로 비롯된 것이었다. 거짓의 천동설이 진실의 지동설로부터 의심을 받기 시작할 때부터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물론 과학은 절대적인 것이라는 상식적인 면에서 저자는 과학은 상대적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학의 진실이 밝혀지기 위해서는 각 시대의 ‘사회적 합의’가 잘 이루어져야 하고 어느 과학적 사실이 어떤 시대를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갑자기 저번에 인상깊게 보았던 구절이 생각났는데 진실은 세 가지 과정을 통해 밝혀진다고 했다. 첫 번째는 사람들에게 조롱을 받는 것이고 두 번째는 사회에서 부정당하며 비로소 세 번째에 인정받는 것이 바로 진실이다. 이 과정을 잘 보여주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과학이라는 단어의 정의가 무엇인지, 어떻게 태어난 것인지, 왜 생겨나야만 했는지에 대해서 잘 알 수 있는 책이지만 역시 완벽한 이해는 어려웠다. 과학적 지식이 없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혹시나 과학이 더 어려워지고 책을 완독하지 못할 까봐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다음에, 다음에, 하면서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다만 저번에 ‘알쓸신잡’ 방송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과학자가 아니다.’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걸 본 적이 있다. 그 때도 나름 이해를 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확실히 무슨 말이었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이렇듯 지금 바로 책에서 읽은 내용을 바로 이해할 수도, 활용할 곳도 없을 수 있지만 앞으로 과학적 지식을 하나씩 얻을 때 여기서 읽은 내용을 토대로 더 쉬운, 자세한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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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엄마라는 여자 + 아빠라는 남자 - 전2권 비채×마스다 미리 컬렉션
마스다 미리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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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스다 미리, 일상을 그려내는 일본 에세이로 유명한 사람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작품을 접해볼 기회는 없었는데 이번에 두 권의 책을 읽게 되었다. 왠지 엄마에 관해서라면 어떻게 쓰였을지 짐작이 대충 가능했지만 아빠에 관해서 어떻게 썼을지 궁금해져서 ‘아빠라는 남자’를 먼저 읽기 시작했다.

 책은 아주 쉽게 읽혀졌다.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 풀고 뒤에는 그에 관련된 만화를 볼 수 있는데 마스다 미리의 귀여운 그림체는 만화에 더 빠질 수 있게 만들었고 역시 특유의 일본 문체를 통해 나름 일상의 가벼움도 느낄 수 있었다. 책 내용 전반적으로 아빠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지만 아빠와 작가 사이에 뭔지 모르는 어색함과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에 진하게 느껴지는 딸을 향한 사랑과 가족을 향한 책임감을 동시에 짐작할 수 있다.

 그 다음 ‘엄마라는 여자’를 읽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엄마라는 여자’를 먼저 읽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가족 구성원에 대한 설명이 이 책에서 나오기 때문에 앞선 책을 읽을 때 추측만 했던 것들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역시 엄마는 사랑이다. 여기서 마스다 미리도 말하고 있다. 작가는 아빠에 대해서 썼을 때와 엄마에 대해서 썼을 때 문체조차 다른 듯하다. 엄마라는 사람을 잘 아는 듯 했다. 엄마와의 추억이 더 많은 것도 한 몫 한 거 같다. (아빠는 건설회사를 다니셔서 자주 출장을 가셨다고 한다.) 읽는 내내 엄마와 나 사이를 생각하면서 저절로 입꼬리도 올라갔다.

 작가가 일본인이다 보니 책을 읽기 전에 엄마라는 여자와 아빠라는 남자의 캐릭터에 대해 대충 짐작해 보았다. 아빠는 조금 가부장적인데다 조금 무뚝뚝하지 않으실까, 엄마는 가정을 위해 집안의 전반적인 일을 모두 해내시고 딸들과 아빠에게 다정스런 사람이 않으실까. 역시나 내 생각이 맞았다. 특히 ‘아빠라는 남자’를 읽을 때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아.. 왜 저렇게까지 짜증을 내실까. 조금만 이해를 해주시지. 애정있는 표현은 더 하셔도 될 텐데. 라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게 되었다. 작가가 아빠와 함께 있을 때 아빠의 눈치를 보느라 조마조마한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역시 그 내면에 있는 가정을 사랑하는 모습은 서툴게나마 은연 중에 새어나왔다.

 ‘엄마라는 여자’를 읽으면서는 작가가 부러웠다. 표현에 적극적이고 가끔은 나보다 젊은 거 같은, 어린 거 같은 엄마. 아무래도 우리 엄마는 무뚝뚝하다 보니 색달라서 더 빠져 읽은 것 같다.(그렇다고 작가의 아빠만큼 무뚝뚝한 건 아니다! 애정표현에 조금 약하시달까.) 작가가 엄마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엄마를 너무 좋아해서 큰일이라고 하는 대목에서는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엄마같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작가의 말은 엄마가 자신에게 어떠한 존재고 엄마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단번에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도 우리 엄마와 우리 아빠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됐다. ‘어? 이 부분은 우리 아빠랑 같네. 만국 공통의 특징인가.’ 하다가도 ‘이 부분은 우리 엄마랑 조금 다르네. 우리 엄마가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다른 건가?’ 등 나는 우리 엄마 아빠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어떤 가족을 구성하여 살고 있는지에 대해 의식했다. 이 책을 읽는 건 일상적인 이야기와 마스다 미리 특유의 유머로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보다 읽는 동안 나와 우리 부모님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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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살아남아 버렸다 - 파국의 불안을 딛고 일어서는 서바이벌 프로젝트
이명석 지음 / 궁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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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봤을 때, 살아남아야 하는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인 줄 알았으나 소설은 아니고 진짜 서바이벌을 해야만 하는 상황들의 예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놓은 책이었다. 


최근 읽은 책 중에 가장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책이었다. 책에서는 서바이벌에 놓일 만 한 상황을 크게 7가지로 나누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전염병과 좀비로부터의 생존이었다. 이게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이유는 상반되었기 때문이었다. 좀비 바이러스는 일어날 일이 가장 희박했기 때문이고 전염병은 지금 현 시국에 딱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좀비 바이러스. 인간의 상상력은 대단하다. 어떻게 좀비라는 생명체? 아니 생명체도 아니다. 좀비라는 걸 탄생시킬 수 있었을까. 마냥 판타지같은 얘기지만 이 책에선 전염병과 같이 언급되고 있다. 만약 좀비가 그냥 판타지가 아니라 어느 정도 과학적 근거가 있는 얘기라면? 그때부터는 아마 대재앙이 시작된다. 사람이 아니라 이성이 없는 괴물인 걸 알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직접 제거해야 한다는 패닉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면 차라리 좀비를 택하는 사람들도 더러 생길 것이고 그렇게 전염병처럼 빠르게 확신된다.


지금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게 바로 코로나 바이러스이다. 세계화에 발맞춰 전염병 또한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 책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12년 우수저작 및 출판지원사업’ 당선작이다. 아마 작가는 이런 상황을 예상했을 것이고 예상했다 하더라도 본인의 예상에 대해 놀랐을 것이다. 책에서 나온 것처럼 우리는 코로나의 확산세가 무서울 무렵 집 밖에 나가지도 못했다. 무시무시한 전파력에 치사율도 낮다고 할 수 없는 바이러스는 온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고 머지않아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그래서 왠지 이 대목을 읽을 때 많은 공감과 공포를 함께 느끼며 읽게 되었다. 


앞서 작가가 미리 언급한 것처럼 실제 서바이벌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질 대 유용한 도움을 줄 실질적 가이드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가 서바이벌에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 그 마음가짐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해주고 있다. 저자는 명쾌한 해답을 알려주기 보다는 많은 질문을 제시하면서 독자들이 직접 상황에 놓였을 때 어떤 판단을 해야 하는 지 생각하게 해준다. 그리고 여러 영화, 드라마 그리고 책을 통해 파국의 상황을 묘사하고 설명해준다. 상당히 실감나서 여느 소설책처럼 재밌게 읽을 수 있다. (물론 읽으면서 갑자기 모든 것이 걱정되긴 한다.)


그래서 서바이벌에 대응하는 실질적인 정보를 얻기 위한 사람에게는 이 책을 추천하지 않는다. 책을 계속 읽어나가면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 답답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편안한 일상에서 한 번 쯤 이런 경각심을 가지는 것이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똑같은 나날이 반복되던 때 갑자기 코로나 사태가 일어났다. 온 세계 사람들은 당황했다. 자신들의 일상이 뒤틀렸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는 앞으로 어떤 일을 맞닥뜨리게 될지 모른다. 그래도 이런 생각을 한 번 해보고 파국을 마주하는 것은 (물론 절대 이런 파국은 앞으로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데 조금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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