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필로소피 유니버스 - 29인 여성 철학자들이 세상에 던지는 물음
수키 핀 지음, 전혜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드디어 여성 철학자들에 대해 공부할 수 있겠네요! 기대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안의 평온을 아껴주세요 - 마인드풀tv 정민 마음챙김 안내서
정민 지음 / 비채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에게 여유와 아침은 상극과도 같은 말이다. 눈을 뜬 둥 마는 둥 정신없이 씻고 씻은 다음 정신이 차려지면 아침밥을 먹는다. 아침밥을 먹으면서 옷을 입고 화장을 하면서 가방을 챙기면 운동화를 다 신지 않은 채 엘리베이터로 뛰어간다.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나에게 여유로운 아침은 찾을 수 없었다. 이제 막 졸업을 하고 아침에 날 재촉하는 그 무언가가 없을 때 나는 이 책에서 말하는 대로 명상을 해보려고 한다. 작가는 아침에 눈 뜬 직후가 명상하기 가장 좋다고 한다. 훨씬 좋은 마음가짐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고 이 하루가 계속 돼서 매일이 된다면 이제 나에게 아침은 여유와도 잘 어울리지 않을까?

나는 명상이라 하면 똑바로 앉아서 눈을 감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며 호흡을 천천히 내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명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명상에 대한 이야기를 할 뿐인데 작가가 알려주려고 하는 얘기가 왜 이렇게 많은지 목차를 보고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상황별로 명상법이 다르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하고 싶은 명상법을 골라 아침 명상을 해보았다. 기본적인 것은 비슷하지만 명상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들이 달랐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늘 힘들었기 때문에 첫날에는 명상을 한다 하고 거의 잠 든 것과 마찬가지였지만 명상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믿음 때문인지 그 다음 날에는 그 날 오후가 피곤하지 않았다.

처음엔 아침을 여는 명상을 해보았다. 첫 질문부터 대답하기 곤란했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기분이 좋고 희망에 찬 날이 있었냐니... 여행가는 걸 참 좋아해서 여행가는 날 당일이 그렇게 설렜었는데 코로나 시국이 된 이후로 그런 설렘을 느껴본지도 오래되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 날을 기다려야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의식적으로 기분 좋은 것을 떠올려 기분 좋은 날을 만들어야한다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부터 줄곧 들어왔던 긍정의 힘을 이용하자는 건데 이 때까지 왜 계속 이유를 찾으려고 했는지 모르겠다.

눈에 들어왔던 건 나무 명상이었다.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소속된 곳이 없다는 생각에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계속 되고 있었다. 이 불안을 해소하는 명상 방법이었는데 이름이 나무 명상이라서 어떤 방법인지 궁금했다. 알고 보니 실제 나무를 이용하는 명상 방법이 아니라 나 자신을 나무라고 생각하는 명상이었다. 주위에 흔들리지 않는 곧은 나무가 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자연 속에 있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불안함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마음에 뿌리를 내리게 하는 게 중요한 포인트다.

책의 초반에 보면 명상에 대해서 명상은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모든 것을 하는 마법입니다.’고 말하고 있다. 한 때 멍 때리기 대회가 큰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멍 때리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대회까지 하나, 출전한 사람들 다 성공하겠다 했지만 아무 생각하지 않는 건 그렇게 쉬운 게 아니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늘 공부와 일을 해왔기 때문에 아무 생각 하지 않는 것이 불안하게 느껴져 더 마음 편히 쉬지 못하는 것도 있다. 명상이 좋은 것을 알고 시작해보려는 사람들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아서 마음을 비우는 게 어색하고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지 의문이 가져지는 게 당연할 것이다. 그럴 때 이 책이 지침서가 되어줄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콩고양이 10 - 팥알짱이랑 콩알짱이랑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반려동물 책 1위에 빛나는 책이다. 지금까지 총 10권이 출간 됐고 내가 읽은 책은 9권과 10권, 이렇게 두 권이다. 1권부터 읽지 않고 9권부터 읽어서 내용이 이해 안가면 어쩌나 걱정했다. 물론 그 앞 책들을 다 읽어보고 읽었으면 더 좋았을 테지만 9,10권만 읽어도 그저... 그저 너무 귀여웠다. 9권 첫 부분에 작가가 기억이 가물가물한 독자들을 위해 인물들과 동물들을 하나하나 설명해주기 때문에 내용을 이해하는데 딱히 상관없었다. 그리고 소개가 없다하더라고 내용 자체가 단편식으로 이루어져있어서 1권부터 8권의 부재는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9, 10권을 다 읽고 꼭 그 전 책들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본 만화책이라서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책을 왼쪽으로 넘겨 읽어야 한다. 이렇게 읽는 책은 오랜만이라 만화 순서를 뒤죽박죽으로 읽어서 몇 번이나 다시 순서를 잡고 읽었어야 했다. 그래도 일본 만화책만의 느낌이 있어서 오히려 더 좋았다. 섬세하고 고퀄리티 그림보다 연필로 슥슥 그려낸 듯한 그림체도 더 귀엽고 정감 갔다. 무엇보다 이야기에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 담겨져 있어서 포근했다. 

 이 책에서는 콩알이와 팥알이, 두 고양이뿐만 아니라 여러 동물들을 볼 수 있다. 까칠한 암탉 마당이, 매년 2세를 키우러 이 집에 들어오는 비둘기 부부, 시바견 두식, 연못에 사는 잉어와 거북이들, 그리고 이번에 새로 이 집을 찾은 큰유황앵무새 유황이까지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만화책을 안 좋아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랑스러운 동물들이 많이 나온다. 그리고 이 동물들이 성향은 서로 다르고 가끔씩 부딪힐 때도 있지만 한 가족처럼 지내는 모습을 보는 것이 힐링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등장인물... 아니 등장동물은 시바견 두식이었다. 나도 집에서 귀여운 푸들 한 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고양이와 함께 살아서 자신이 고양인줄 아는 두식이와 사람들과 살아서 자신이 사람인 줄 아는 우리집 강아지가 닮아서 계속 생각났다. 두식이를 보면서 우리 강아지는 신발은 안 물어뜯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다.^^ 

 9권에는 새로운 손님인 수다쟁이 큰유황앵무새, 유황이의 이야기이다. 유황이는 어느 날 갑자기 집으로 날아 들어온다. 사람 말을 할 줄 알지만 도통 말이 통하지 않아 내복씨의 가발을 가져가고 듣기에 약간 민망한 소리를 하는 등 가족들은 유황이로 인해 진땀을 뺀다. 다른 동물들과도 약간의 트러블을 일으킨다. 가족들은 낯선 동물이 들어오면 불편할만도 한데 식구들은 유황이에게 먹을 것과 잘 곳을 내어주고 전단지까지 만들어서 유황이의 주인을 찾아 주려 한다. 주인은 바로 나타나지 않고 유황이는 당분간 사랑을 마음껏 받을 수 있는 이 집에 머물 예정인 것 같다.

 10권에서는 유황이가 들어온 이후 여러 등장인물과 등장동물들의 일상들을 그려낸다. 특히 두식이의 이야기가 주로 나온다. 고양이 집사 엄마는 두식이를 산책시키다가 두식이를 놓쳤을 때 가족들이 슬퍼하고 전단지를 붙이며 두식이를 찾을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나도 강아지를 키우는 입장에서 매우 안타깝고 슬펐다. 애견 카페에서 얌전히 기다리던 두식이를 유황이가 발견해 두식이를 찾게 되고 돌아오는 길에 고양이 집사 부모님은 붙였던 전단지를 떼면서 돌아온다. 너무 많이 붙여서 다 떼기 힘들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얼마나 두식이를 사랑하는지 보여 뭉클했다.

 다 읽고 나니 아쉬워서 1 ~ 8권의 소개글을 다 읽어보았다. 알고 보니 두식이가 1권부터 있었던 반려견이 아니었다! 어떤 사정으로 이 집에 오게 되면서 나름의 갈등도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리고 8권까지 너구리가 있던데 왜 9권부터는 빠지게 됐는지... 소개글을 읽고 나니 더 궁금해져서 조만간 서점에 갈 거 같다. 작가가 얼마나 동물들을 아끼고 사랑하는지 보이는 작품이기 때문에 동물을 좋아하고 따뜻하고 투박한 드로잉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킨 (리커버 에디션) 옥타비아 버틀러 리커버 컬렉션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 / 비채 / 2020년 7월
평점 :
품절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여행에서 팔 하나를 잃었다.

.

 다나의 스물여섯 번째 생일에 다나는 그녀의 남편 케빈과 함께 막 이사한 집에서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갑자기 엄청난 현기증이 몰려왔고 정신을 차려보니 그녀는 외딴 곳에 있었다. 숲 가장자리, 녹지였다. 그녀의 눈 앞에는 잔잔한 강이 흘렀고 그 가운데 어린아이 한명이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다나는 그 어린아이를 구했지만 뒤늦게 나타난 아이의 부모가 그녀에게 총을 겨눴고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순간 다시 원래의 집으로 돌아왔다. 숲 속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케빈에게는 다나가 사라졌다가 나타난 지 3초밖에 지나지 않았었다. 또 같은 현기증을 느끼고 정신을 차리자 그녀는 그녀가 그 때 구해줬던 그 남자아이의 집에 있었다. 남자아이의 이름은 루퍼스. 알고보니 자신의 조상이었고 1972년을 살고 있던 그녀가 현기증을 느낄 때마다 오게 된 곳은 1815년, 노예제가 폐지되지 않았을 때였다. 루퍼스가 죽을 위험에 처할 때마다 그녀는 루퍼스를 구하기 위해 1815년으로 불려갔고 그 곳에서 그녀가 죽을 위험에 처할 때마다 현재, 1972년으로 돌아왔다. 세 번째 어지러움을 느끼게 됐을 때 남편인 케빈이 그녀를 안았고 이번에는 그와 함께 과거로 오게 됐다. 하지만 그녀가 다시 그 시대에서 죽을 위기에 처해있을 때 케빈과 같이 있지 않았고 눈을 떠 다시 돌아온 집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 케빈은 돌아오지 못했다. 이래서 케빈과 함께 가면 안 됐던 건데. 그런데 왜 다시 현기증이 나지 않는 거지?

.

 책을 덮자마자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추천하고 싶은 책이 생겼어.” 책이 꽤 두꺼웠는데 어느 틈에 다 읽었을까. 타임루프라는 꽤 익숙한 소재인 SF 소설이었다. 이번에 리커버 에디션으로 책이 새로 출간됐는데 마치 다나가 느끼는 그 현기증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 같은 표지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시간여행을 하는 주인공은 흑인 여성이었고 하필 그녀의 여행지는 아직 노예제가 폐지되지 않은, 흑인의 인권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곳이었다. 역시 극한의 상황이 주는 긴박감은 스토리를 더 흥미롭게 만들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여행을 하게 될지 모르는 불안정한 상황은 읽는 사람들도 긴장하게 만들었다. 나도 읽는 내내 ‘이 때 돌아가야 하는데! 아, 벌써 과거로 가면 안 되는데!’ 속으로 같이 주인공과 감정을 공유하며 여행을 했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에선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만약 내가 백오십년 전, 아직 신분제가 폐지 되지 않았을 조선 땅에 낮은 신분으로 그 시대를 살아가야 했다면 현실을 부정하다가 결국엔 순응해버리고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고 현재로 돌아오지 못한 채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잘못된 것이 옳은 일이라고 여겨지는 곳에서 다나는 적당히 비위를 맞추며, 하지만 불합리함에 가슴 답답해하고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도와주며 그 시대를 살아냈다. 물론 자유를 찾아 떠난 사람들의 결과들은 참혹했지만 현재를 살고 있는 다나는 멈출 수 없었다. 

 점점 읽을수록 루퍼스를 동정하는 나를 발견 할 수 있었다. 너무 다나에 이입해서 그런가. 다나가 말하는 루퍼스와 다나와의 관계성이 이해 안 가면서도 묘하게 설득됐기 때문에 마지막에 루퍼스가 정신적으로 많이 흔들릴 때는 가여웠다. 다나는 루퍼스가 폭력적으로 사랑을 표현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이 이해(알고 있기에 무작정 루퍼스를 싫어할 수 없는)가 때로는 다나에게 독이 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 여행에서 다나의 결정은 그 누구도 비난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여행에서 마지막 여행에서 잃은 팔 하나는 앞으로 평생 다나가 안고 가야할 루퍼스와의 연결고리가 되었다. 

 프롤로그와 이어지는 마지막 부분도 너무 좋았다. 처음 프롤로그를 읽었을 때는 무슨 상황인지 쉽게 파악할 수도 없었는데 여행을 다 마치고 돌아올 때 묘사됐던 딱딱하게 굳어지는 그 느낌이 내 팔에도 저릿하게 느껴졌다.

 내가 이 책이 더 좋았던 이유는 자칫하면 더 어두워질 수 있는 그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에 치중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대를 살고 있는 흑인 여성 다나가 약 150년 전으로 돌아가서 노예제 폐지 운동을 했다는 내용이면 나는 책을 조금 딱딱하게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연적인 다나와 루퍼스의 관계에 주목해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자연스럽게 그 당시의 사회를 보여줘서 부담감 없이 잘 받아들일 수 있었다. 

.

 “너도 도망갔다가 잡혀 온 검둥이들을 봐야 해. 봐야 알지…… 굶주리고, 반 벌거벗은 몸에 채찍질을 당하고 질질 끌려다니고 개에 물리고…… 너도 봐야 해.”

 “난 반대쪽을 보고 싶은데요.”

 “무슨 반대쪽?”

 “성공한 사람들요. 지금은 자유롭게 사는 사람들.”

 “있다면 말이지.”

 “있어요.”

 “성공한 사람이 있다고도 하지만, 그건 죽어서 천국에 가는 것과 비슷해. 아무도 돌아와서 얘기해주지 않으니까.”

.

“그리고 그 녀석이 죽었으니 이제는 계속 제정신으로 살 가망이 생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정호승의 시가 있는 산문집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에 이런 책은 없었다. 이것은 시집인가, 산문집인가! ‘시가 있는 산문집’이라는 글을 보자마자 이 대사가 바로 떠올랐다. 이 책을 쓴 사람은 정호승 시인이다. 고등학교를 나온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본 시인인데 나는 우리 학교에 강연 오셨을 때도 뵌 적 있었다. 나는 시 읽기를 참 어려워한다. 물론 좋아하긴 하지만 내 머리로 바로 이해하기 어려운 시들이 많기 때문에 시보다는 글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 책은 단순한 시집도 아니고 단순한 산문집도 아닌 ‘시가 있는 산문집’이라고 해서 어떤 구성으로 되어 있을지 궁금했다. 우선 책 두께만 보더라도 시집 보다는 산문집에 더 가까워 보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 읽기를 힘들어하는 나에겐 시 참고서, 시 설명서와 같은 책이어서 좋았다. 시 한편이 먼저 나오고 그 뒤에는 시를 쓰게 된 배경이나 시에 담긴 의미들이 나온다. 그래서 시인이 어떤 생각으로 시의 소재를 잡고 어떤 마음으로 시를 써내려갔는지 알 수 있다. 순서가 시를 읽고 뒤에 시에 대한 글이 이어지다 보니 시를 읽은 순수한 나의 감상을 먼저 느끼고 이 시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알 수 있어서 시를 더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아마 책 제목도 그렇고 외로움이 어떤 것인지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하신 것 같다. 나는 처음 시 ‘수선화에게’를 읽었을 때 이 시가 작가가 홀로 고독하게 핀 수선화를 보고 사람의 삶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글인 줄 알았다. 그런데 외로움이라는 소재를 먼저 잡고 외로움에 색이 있다면 아마 수선화같은 연한 노란색일 것 같아서 제목을 그렇게 정했다니! 이 책이 아니었으면 평생 몰랐을 사실이었다. 읽어나갈수록 계속 놀랐던 것 같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요약을 잘 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장편 소설보단 단편 소설, 단편 소설보다는 시를 쓰는 사람이 더 대단한 사람이라는 얘기를 한 번 들은 적 있다. 어렸을 때는 시 쓰는 걸 좋아해 아무 주제나 잡고 내 마음가는 대로 시를 쓴 적이 있었다. 점점 커가면서 내가 쓴 글이 부끄러워지고 교과서에 나오는 시들과 비교했을 때 내 시가 너무 형편없이 느껴져서 어느 순간부터는 잘 안 쓰게 됐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계속 썼으면 어땠을까싶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시는 어려운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시를 쓸 때는 학생 때 배웠던 비유법, 반어법, 역설법 등과 같은 많은 표현들을 녹아내야 하는 줄 알았다. 그랬기 때문에 가볍게 쓰던 시에 무게를 느끼게 되고 어려워서 점차 쓰지 않았다. 강연 질의응답 시간에 이런 질문을 한 적 있다. “작가님께서는 우리가 배우고 있고 시험을 치기 위해선 외워야 하는 표현방법들을 다 염두에 두고 쓰시나요?” 작가님은 웃으며 아마 그걸 염두에 두고 글을 쓰는 시인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 대답하셨다. 그리고 그 표현 방법에 얽매이지 않고 시를 읽어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이 책이 그 때 들었던 강연의 연장선인 것 같아 더 반가웠다. 시는 어렵지 않구나.

.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