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 (양장)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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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할 원, want 원. 안녕, 원아.


청소년 문학은 고등학생 이후로 처음이었다. 아직 완전한 어른은 되지 못했으면서 숫자 나이에 익숙해져 청소년 문학을 읽지 않았었다. 그리고 7년 만에 읽은 청소년 문학은 내 마음에 잔잔하게 자리 잡았다.

책 제목인 ‘유원’은 이 책의 화자 이름이다. 유원은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고 식당을 하시는 엄마, 아빠와 함께 살고 있다. 딱히 인간관계에 불편함을 느낀 적도, 깊은 관계를 맺은 적도 없는 유원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의식적으로 인식된다. 그 이유는 12년 전 사고로 돌아간다. 유원에겐 친 언니가 있었다. 이름은 유예정. 11살 차이가 나서 유예정은 유원을 잘 보살폈다. 공부도 잘하는 데다 착하기까지. 부모님의 자랑이었으며 친구들과도 잘 어울렸다. 때는 유원이 6살, 유예정이 17살 때였다. 부모님은 일 나가시고 집에 둘만 있을 때 윗 층 할아버지의 담뱃재가 옮겨 붙어 큰 불이 났다. 유예정은 유원을 이불로 감싼 다음, 11층이라는 높이에서 누군가 받아주길 바라며 떨어뜨렸, 아니 보냈다. 다행히 지나가던 용감한 시민이 유원을 받았고 대신 그의 다리를 잃었다. 결국 유예정은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하늘로 가버렸고 그렇게 유원은 ‘기적의 아이’가 되었다.

유원은 잘 자라주었다. 언니가 목숨 바쳐 살린 아이였기 때문에 착하게 살아야 했고, 공부도 열심히 해야 했다. 그리고 자기를 구해준 용감한 시민인 아저씨를 위해 의사가 되기로 했다. 하지만 그녀는 비밀이 있었다. 자신을 살린 언니를 싫어하고, 자신을 구해준 아저씨를 증오하고 있었다. 그들이 안겨준 죄책감과 의무감은 유원에게는 버티기 힘들 만큼 무거웠다.

우연찮게 친구 한명을 만나게 되었다. 이름은 수현. 수현은 마스터키를 들고 다니면서 이런 저런 옥상의 문들을 열었다. 그렇게 둘이 같이 옥상에 올라가 얘기를 나누면서 유원은 처음으로 친구라는 의미를 몸소 체험하였다.

이 이상으로 글을 쓰면 스포일러가 될 거 같아서 줄거리는 여기까지만 얘기해야겠다. 첫 장을 읽을 때부터 마지막장을 읽을 때까지 거슬리는 이야기가 하나도 없었다. 나도 종종 사고가 발생한 걸 뉴스를 통해 봤을 때 살아남은 사람을 기적이다. 라고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그건 너무 쉽게 내뱉은 말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 사람이 겪은 사고 현장, 그리고 사고를 크게 당한 사람들을 보며 자기는 살아남게 됐다는 죄책감, 살아서 다행인 건지 아니면 앞으로 감당해야 할 무거운 삶의 무게에 대해 한탄해도 되는 건지 등 모든 감정들을 무시한 채 살아남았다는 사실 하나로 쉽게 툭 내뱉은 내 말은 사건의 당사자들에게 뾰족하게 날아가 박혔을 것이다. 철저하게 제 3자의 시선으로 가볍게 바라본 사건의 감상은 너무나 무책임했다.

원이가 자신의 진심에 용기를 냈을 때, (나는 또 막상 무책임한 가벼움으로 유원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이유로 친근하게 원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다행이라기보다는 걱정이 먼저 앞섰다. 원이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은 원이의 행동을 무책임하다고 하진 않을까, 혹시나 구해준 은인들에게 배은망덕하다고 생각하진 않을까라는 생각에서였다. 사람들의 시선은 너무나 가볍고 냉정하기에.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그저 원이가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롭길 바라면서 끝냈다. 또 너무 현실적으로 끝없이 생각하기엔 책을 읽은 감상이 너무 아리게 끝날 거 같았기 때문이다.

 역시 믿고 보는 창비 청소년 문학. 이 때까지 읽지 못했던 청소년 문학들에 관심을 가지고 싶어졌다. 

세상의 모든 유원들이 죄책감과 사건의 아픔에서 조금은 벗어나길 바라며. 그냥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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