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엄마라는 여자 + 아빠라는 남자 - 전2권 비채×마스다 미리 컬렉션
마스다 미리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스다 미리, 일상을 그려내는 일본 에세이로 유명한 사람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작품을 접해볼 기회는 없었는데 이번에 두 권의 책을 읽게 되었다. 왠지 엄마에 관해서라면 어떻게 쓰였을지 짐작이 대충 가능했지만 아빠에 관해서 어떻게 썼을지 궁금해져서 ‘아빠라는 남자’를 먼저 읽기 시작했다.

 책은 아주 쉽게 읽혀졌다.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 풀고 뒤에는 그에 관련된 만화를 볼 수 있는데 마스다 미리의 귀여운 그림체는 만화에 더 빠질 수 있게 만들었고 역시 특유의 일본 문체를 통해 나름 일상의 가벼움도 느낄 수 있었다. 책 내용 전반적으로 아빠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지만 아빠와 작가 사이에 뭔지 모르는 어색함과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에 진하게 느껴지는 딸을 향한 사랑과 가족을 향한 책임감을 동시에 짐작할 수 있다.

 그 다음 ‘엄마라는 여자’를 읽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엄마라는 여자’를 먼저 읽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가족 구성원에 대한 설명이 이 책에서 나오기 때문에 앞선 책을 읽을 때 추측만 했던 것들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역시 엄마는 사랑이다. 여기서 마스다 미리도 말하고 있다. 작가는 아빠에 대해서 썼을 때와 엄마에 대해서 썼을 때 문체조차 다른 듯하다. 엄마라는 사람을 잘 아는 듯 했다. 엄마와의 추억이 더 많은 것도 한 몫 한 거 같다. (아빠는 건설회사를 다니셔서 자주 출장을 가셨다고 한다.) 읽는 내내 엄마와 나 사이를 생각하면서 저절로 입꼬리도 올라갔다.

 작가가 일본인이다 보니 책을 읽기 전에 엄마라는 여자와 아빠라는 남자의 캐릭터에 대해 대충 짐작해 보았다. 아빠는 조금 가부장적인데다 조금 무뚝뚝하지 않으실까, 엄마는 가정을 위해 집안의 전반적인 일을 모두 해내시고 딸들과 아빠에게 다정스런 사람이 않으실까. 역시나 내 생각이 맞았다. 특히 ‘아빠라는 남자’를 읽을 때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아.. 왜 저렇게까지 짜증을 내실까. 조금만 이해를 해주시지. 애정있는 표현은 더 하셔도 될 텐데. 라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게 되었다. 작가가 아빠와 함께 있을 때 아빠의 눈치를 보느라 조마조마한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역시 그 내면에 있는 가정을 사랑하는 모습은 서툴게나마 은연 중에 새어나왔다.

 ‘엄마라는 여자’를 읽으면서는 작가가 부러웠다. 표현에 적극적이고 가끔은 나보다 젊은 거 같은, 어린 거 같은 엄마. 아무래도 우리 엄마는 무뚝뚝하다 보니 색달라서 더 빠져 읽은 것 같다.(그렇다고 작가의 아빠만큼 무뚝뚝한 건 아니다! 애정표현에 조금 약하시달까.) 작가가 엄마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엄마를 너무 좋아해서 큰일이라고 하는 대목에서는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엄마같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작가의 말은 엄마가 자신에게 어떠한 존재고 엄마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단번에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도 우리 엄마와 우리 아빠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됐다. ‘어? 이 부분은 우리 아빠랑 같네. 만국 공통의 특징인가.’ 하다가도 ‘이 부분은 우리 엄마랑 조금 다르네. 우리 엄마가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다른 건가?’ 등 나는 우리 엄마 아빠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어떤 가족을 구성하여 살고 있는지에 대해 의식했다. 이 책을 읽는 건 일상적인 이야기와 마스다 미리 특유의 유머로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보다 읽는 동안 나와 우리 부모님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