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답게 살다 나답게 죽고 싶다 -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한 종활 일기
하시다 스가코 지음, 김정환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아름다운 동백꽃이 있는 표지가 눈길을 끈다.
<나답게 살다 나답게 죽고 싶다> - 품위있는 죽음을 위한 종활 일기
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다소 불편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일본 드라마 <오싱>의 작가 하시다 스가코가
아흔 둘의 나이로 안락사로 죽음을 맞고 싶다는 주장을 펼쳐
일본 사회에서 찬/반의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사는 것,
자신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찾아 만족하고 만끽하고 사는 것 처럼
'삶'의 모습에 관심이 집중되는 요즈음,
'웰 다잉'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죽음'만 생각해도 마음이 헛헛하고 허무한 생각이 드는데
(나의 죽음은 오히려 가볍게 받아들여도,
내가 사랑하는 존재들의 죽음을 떠올리면 괴로워진다.)
'죽음에 이르는 시기'와 '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던 것 같다.
기껏해야, 장례식 절차나 매장방식, 유산 배분 정도만 생각했지
나라는 생명체가 서서히 생기를 잃어가고 쇠락하는 '죽음'의 경로를
지리하게 걷는다는 생각은 애써 하지 않으려 했었다.
저자 하시다 스가코는 그런 의미에서 용감하다 할 수 있다.
사회적 금기인 '안락사'의 '법제화'를 외치는 그녀의 이야기를
인간의 존엄을 해친다거나, 신이 영역에 도전한다고 치부해버리기엔
죽음에 대한 패러다임이 많이 바뀐 요즘 시대는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과학과 기술, 의학의 발달로 중환자 의료분야/연명치료가 발전하며
삶과 죽음 사이의 경계인 회색지대에 놓여 옴싹달싹 못하는 환자들은
더이상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게 되어버렸다.
이 책에서 다루는 안락사, 존엄사, 소극적/적극적 안락사 등의
용어에 대한 정의를 읽다보면 더더욱 생각이 깊어진다.
인간이 존엄하게 죽을 수 있는 인권적 측면, 자기결정권의 측면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이라는 부정적 의미와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에게 삶의 포기를 강요할 수 있다는 측면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100세 시대로 수명이 늘어나지만
그 수명을 건강하고 행복하며 자기주도적으로 누리기 위해서는
건강한 음식을 챙겨먹고, 몸과 뇌를 자극하는 운동을 꾸준히 하며
정서적인 안녕까지 세심하게 신경써야 하는 '노력'과 '힘'을 들여야 한다.
그리고 그런 생활이 유지되도록 하는 '돈'도 필요하다.
이 모든 것들이 다 담보되지 못할 때의 장수와 연명은
외로움과 질병으로 인한 괴로움, 비참함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겠다.
작가는 단순히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라 외치지 않는다.
안락사에 대해 무한히 긍정하지도 않는다.
죽음에 대해 고민하는 독자들과 편지를 주고 받으며
자신의 경험과 생각, 의견을 전한다.
책을 읽을 수록 행복은 삶의 길이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삶의 충만함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절절히 느끼게 된다.
자신이 죽는 순간까지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살아있을 때 '죽음'에 대해
현실적이고도 단계적으로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책 말미에 실린 '나의 엔딩 노트'는 앞으로 생일마다 고쳐서 써야할
인생의 화두를 실어두어, 생각을 구체화하는 것을 도와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