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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 - 법정의 산중 편지
법정 지음, 박성직 엮음 / 책읽는섬 / 2018년 3월
평점 :

종교를 떠나, 우리나라의 큰 어른으로 계시던 법정스님.
죽비소리처럼 단호하고 핵심을 찌르는 언어와 행동으로 사셨던 그분이
아직 '청년 박재철'이었을 때 썼던 편지들이 묶여 책으로 나왔다.
<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
말처럼 쉽지 않은 마음 다스리기.
요즘처럼 사회 분위기가 뒤숭숭하고, 마음도 걍팍해질때
법정스님이라면 어찌하셨을까? 궁금해서 읽기 시작하였다.
허투른 인연을 경계하고, 수도에 매진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엄격했고
말빚을 지기 싫다고, 본인이 쓴 책들도 사후출판을 하지 않기를 바랐던 그 분이
대학교 3학년에 출가를 결심하고 홀연히 길을 나선 청년이었을때부터
사촌동생 박성직씨에게 편지를 쓰며
가족에 대한 정과 인연, 일상의 깨달음까지 꾹꾹 담아 보낸 모습이 무척 정겨웠다.

'출가'와 동시에 고고히 혼자만의 수도에 빠진 것이라면
오히려 이 책에 마음을 열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걸 법정스님이 쓰셨다고?" 라고 할 만한 인간으로서의 섬세한 감정이
마음을 터놓고 가족을 부탁할 수 있는 사촌에게는 허락하시는 것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어
위로와 웃음,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무소유를 말씀하시게 될 분이 보고싶을 때 꺼내보고픈 사진을 (없으면 말고)를 달아가며
요청하는 마음은 어떠했을지 상상하는 즐거움도 있었다.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다면 죽음을 생각해보라는 말씀을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곰곰히 곱씹어 보았다.

'겨울'을 버티고 기다려 맞는 '봄'이 아닌, 우리가 마련하여 스스로 만드는 '봄'!
이런 마음이 있다면 힘들 때라도 내 '봄'을 지으려 행동할 수 있지 않을까.

어쨌든 세상에 나와 맺어진 인연에 대해 몸은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사랑과 연민, 그리움과 염려, 깨달음의 나눔을 하고, 경계할 것을 알려주고 격려하는 것이
종교인의 참된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책을 통해 법정스님의 말씀을 머리와 마음에 담아둘 수 있었던 시간에 감사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