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 마티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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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귀여운 책을 만났다고 생각했다.

문틈 사이로 냥냥 발을 샤사샥- 들이민 고양이가 빼꼼~ 하는

<거실의 사자>의 제목과 표지만 보고,

귀여운 고양이들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고 수난도 겪는 집사들의 이야기가

담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저자 애비게일 터커 (캣츠의 '그' 럼 텀 터커가 생각나는 이름이다) 의 이력을 보고 1차 위기를 맞는다.


자연과학잡지 <스미스소니언>에 무려 뱀파이어 인류학과 생체발광 해양생물,

고대 맥주 고고학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주제에 관한 글을 기고한 사람이다.


애비게일이 이 책을 쓴 이유는 다음과 같다.

'무자비하고 이기적인 육식동물인 고양이에게 헌신하는 

자신의 행위에 의문을 품고 인간과 고양이 간의 신비로운 관계에 관해 탐구'


즉, 원래는 이런 생명체를 (사진자료 출처 : BIGCATRESCUE.ORG)


이렇게 인식하고 있는 자신을 이해하고자 쓴 책이 <거실의 사자>이다.


귀여우면 그냥 귀여운 것이지 그 이유를 왜 따지려나, 싶은데 

얼마 전 흥미롭게 읽었던 기사가 생각났다. (자료출처 : 엠빅뉴스)


벌써 '아, 역시 내 고양이가 날 문 것은 공격이 아니라 애정이었어!' 하며

홀로 뭉클한 눈으로 고양이를 쳐다보고 있는 집사들이 떠오른다만,

이 기사가 알려주는 냉정한 현실.

고양이 입장 : 그저, 느낌이 좋은 장난감 같아서 좀 더 입이 가는 것임. 


밥도 챙겨주고, 비싼 캣타워도 들여놔주고, 똥도 치워주고

놀아도 주고, 아프면 병원도 데려가주고, 흥미로운 장난감도 사다주는

나를 물어버리는 괘씸한 고양이에게 서운한 마음+분노를 표현해보았자...


요즘 인기있는 개에 관한 프로그램을 보며 느낀 바가 있다.

인간과 개는 다른 종족이며, 서로에게 맞추어 살아가고 있지만

각 종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차이를 알지 못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소통과 올바른 이해, 건강한 관계맺음은 불가능하다는 것.


반려동물이지만 개와 고양이가 인간과 맺는 관계는 엄청나게 다르다.

도그쇼와 캣쇼에 나오는 각자들의 모습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거실의 사자>는 '고양이를 좀 더 알고 싶어요' 라는 집사들에게

고양잇과의 진화의 역사와 오늘날의 처지를 정리해준다.


그냥 단순히 고양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가 궁금했던 사람이라면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는 '학문적 접근'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았던가!

평소 고양이에 대해 궁금했던 것보다 훨씬 더 방대하고 깊숙한 정보를 

보물 캐듯 알아갈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고양잇과 동물 덕분에 

인간이 먹잇감이 아닌 청소동물로서

최초로 숙명적인 고기 맛을 보게 되었다는 사실부터


다른 수많은 동물들이 밖에서 추위에 떠는 와중에

문간에 발을 들여놓거나, 대담하게도 인간의 무릎에 올라가

편안함을 누릴 수 있게 했던, 

고양이가 진화를 통해 얻은 습성과 타고난 외모(!)를 활용하는 능력이나


포식자로서의 고양이가 다른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위협이 되는 것과

그 본능을 이용하여 각국의 생태계 동물 개체수를 조절하는 데 

'공무원'처럼 이용하는 정부들 그리고 고양이에게 당하는

새, 토끼, 쥐, 곤충, 다람쥐... 등에 대한 연민도 느낄 수 있고


인간이 고양이를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무모한 가정 하에 시행된

TNR이나 품종교배로 동물의 기본적인 본능과 안전을 침해당하거나

종교적 이유나 미신으로 인해 숭배받거나 죽임을 당하는 고양이들의 수난에 

이르면 다른 종과의 '평화로운 공존'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잘 몰랐던 고양이와 각종 질병(조현병, 톡소플라스마로 인한 병, 운동부족으로 인한 고혈압, 과체중 같은.. )의 상관관계에 대한 진지한 연구를 읽다보면 살풋 웃음도 난다. ^^


고양이 연구로 밝혀진 인간-고양이 관계의 재미난 점들도 흥미롭다.

자기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인지하지만 '의도적'으로 무시를 택하는 고양이에 관한 연구.

저녁식사에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이 고양이게에 '혼란과 공포'를 야기한다는 사실부터

가구배치가 바뀌는 데에도 스트레스를 받는 고양이를 위한 집꾸미기 웹사이트소개까지


그야말로 '고양이'라는 종에 대하여 다방면, 다층적으로 

너무나 고양이스럽게 미스테리하지만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연구와 이야기들을 능청스럽게 펼쳐놓는다.


책의 시작은 고양이라는 종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였으나

인간의 요구대로 행동하지 않는 고양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고양이만큼 귀엽지 않거나, 같이 생활하기 편리하지 않거나

생존력이 뛰어나지 않은 다른 생명체에게까지 아우르자는 

말미에 이르른 작가의 말이 깊은 울림을 준 것은 보너스.


지구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우리 '인간'이 

좀 더 책임감 있고 '인간적'이 되어야하는 이유를 <거실의 사자>에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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