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만드는 사람
마윤제 지음 / 특별한서재 / 201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책을 펼쳐 읽었을 때, 다시 책날개로 돌아와 작가를 찾아보게 되었다.

아무런 편견없이 책을 읽으면 유럽이나 북미 작가가 쓴 것 같은 배경과 분위기의

이야기였다.


이름만 들어도 낯선 남미 파타고니아의 고원 지대.

끊임없이 휘돌아치는 거친 바람의 존재감이 큰 그 곳.

거기엔 홀로 오두막을 짓고 살아가는 가우초 네레오 코르소가 있다.

그는 목장 주인의 딸을 죽인 퓨마의 가죽을 가져다 달라는 의뢰를 받고

사냥에 나섰다가 큰 중상을 입고, 죽음의 문턱에서 헤메이다 

어머니를 죽인 살인자라는 누명을 쓴 젊은 사형수를 만나게 된다.


'가우초'는 죽을 때도 혼자냐? 는 젊은이의 질문에 노인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덟살 때 아버지에 의해 목동으로 팔려간 소년 네레오 코르소.

서러운 처지에 매일 밤 우는 그에게 늙은 가우초는 파타고니아 고원의 전설인

바람을 만드는 남자 '웨나'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외롭고 절망에 빠진 네레오의 마음에 깊이 각인된 웨나.


그날부터 웨나에 대한 동경을 품고 바람을 맞이하던 소년이 열 네살이 되었을 때

실제로 한 줄기 바람을 만들어내는 긴 머리카락의 웨나를 보게 된다.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내려와 본격적으로 웨나를 찾으며 듣게 된 비참한 아버지의 최후, 웨나에 대해 관심을 보이다 곧 그 존재를 부정하고 네레오를 미친 사람 취급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게 서서히 영향을 받는 네레오의 여정은 장소와 시간만 다를 뿐, 삶의 목표와 목적을 발견했다고 생각하다가도 시간이 흐르고 내가 보고 만나는 세상이 달라짐에 따라 방황하고 허무해하다 포기하기도 하는 우리 보통 사람의 삶을 극적으로 표현한 것 같아 많은 공감이 되었다.





성공과 행복, 익숙함과 권태로움, 부유함 속에서 무너지는 치열함.

바람이 불어오는 곳, 바람을 만드는 원천을 찾기 보다는

바람이 부는 대로 휘날리며 몸을 맡기고 살아가는 것이 자유와 초월이라는 착각.

마침내, 자신의 길을 선택하고 삶을 관장하는 것이 오롯이 자신의 책임이고 

자기의 존재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임을 직면하고 깨닫는 네레오의 내면의 갈등.

이 감정의 여정들이 매우 촘촘하게 짜여져 흥미로웠다.



경북 봉화에서 태어난 마윤제 작가가 파타고니아에 대해 알게 된 계기는, 

우습게도(?) 병 치료를 위해 병원 대기실에 앉아 있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집어든 잡지 때문이었다.

작가는 독일 <슈테른>지의 기자 폴커 한트로이크가 아르헨티나 남부의 

파타고니아 고원에서 양을 키우며 살아가는 목동들의 일상을 취재한 르포를 읽다 

마주친 한 장의 사진에 강력하게 끌리게 된다.

예순여덟 살의 목동 네레오 코르소가 자신의 오두막 계단에 앉아 

낡은 브라질산 권총을 닦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

그리고 10년이 지나 새로운 작품을 써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리다, 

친구의 부탁을 받아 참석한 종교행사에서 만난 

무언가를 절실하게 찾아 헤매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다시 네레오 코르소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작가는, 황량한 고원에서 홀로 오두막에 앉아 

낡은 권총을 닦는 노인의 얼굴위의 행복한 표정의 뒷 이야기를 상상하며 

부르스 채트윈의 <파타고니아>라는 책과 폴커 한트로이크의 기사에서

많은 부분을 인용, 변주하며 소설을 적어내려갔다고 작가의 글에서 밝힌다.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세계는 판타지도 아니고, 그렇다고 극도로 사실적이지도 않았지만, 매우 설득력있고 몰입하게 만드는 감정적인 깊이를 느끼게 했다.

주인공 네레오 코르소의 일생을 따라가며 운명에 대해, 

그리고 초자연적인 무언가를 갈구하고 실체를 잡아보려는 노력에 대해, 

삶의 여정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과의 인연과 그것이 남기는 흔적에 대해,

죽음을 앞두고 마침내 질문하던 것에 대한 대답을 찾아내고 깨닫는 과정에 대해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파울로 코엘류의 소설같은 느낌(?) 도 받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