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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읽는 역사 건축으로 읽는 역사 - 개념 청소년을 위한 역사 마주하기
시대역사연구소 지음 / 시대인 / 2017년 12월
평점 :

그림은 가장 진실한 시대의 기록이다.
그림 속에 숨겨진 사회 현실을 파악한다면
승자에 의해 쓰인 왜곡된 역사가 아닌
진실한 역사를 마주할 수 있다.
건물은 역사의 부분이고 과정이며 미래다.
건축이 품은 시`공간,
그리고 그 안에 펼쳐졌던 사건들을 이해한다면
살아 있는 역사를 마주할 수 있다.
'개념 청소년을 위한 역사 마주하기'를 모토로 시대역사연구소에서 펴낸 책이
<그림으로 읽는 역사 건축으로 읽는 역사>이다.
어려운 양식과 역사적인 사실을 나열하기 보다는
시선을 빼앗는 흥미로운 그림과 건축물을 깊숙하게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그 그림과 건축물 속에 숨은 시대의 '원인-과정-결과'를 들여다보는
새로운 접근방식을 선보여 흥미로웠다.
따라서 목차의 소개도 건축물이 아닌 주제가 먼저 제시된다.
1부. 그림으로 읽는 역사

2부. 건축으로 읽는 역사

그 시대의 사람들이 향유했던 그림을 통해 시대상을 읽어보는 1부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얼마 전 영화로 개봉한 <튤립피버>에 관련된 부분이었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튤립은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국화, 라는 것만 알았을 뿐 '튤립'에 얽힌 사람들의 투자와 도박을 넘나드는 탐욕과 광기는 모르고 있었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튤립을 재배하고 사고팔며, 말을 타고 음식을 먹는 존재들은 모두 원숭이다.
이 작품은 얀 브뤼헬 2세의 '튤립광기에 대한 풍자'로 그는 튤립 투기자들을 우스꽝스러운 원숭이에 빗대어 표현했다.
영화 속에서 묘사된 튤립의 색깔에 따라 높은 값을 받고,
어떤 색이 나올 지 모르는 구근을 사고팔며 도박과 투자를 하다
인생을 망치거나 이용당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한 폭의 그림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튤립으로 막대한 부를 얻을 수 있다는 소문에 돈을 빌리거나 훔쳐서라도
시장에 참가하는 일반 서민, 농민들이 거래한 것은 실체를 가진 튤립이 아니었다.
그들은 튤립 구근을 표준화시켜 은행권이나 주식처럼 취급하여
여름에만 채취할 수 있는 튤립 구근을 1년 내내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일종의 선물거래이다.
이쯤에서 현재의 비트코인, 선물거래시장, 주식시장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1673년 대부분의 투기꾼들이 만기에도 튤립 구근을 갖고 있지 않아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어음은 부도가 나고, 막대한 채무를 떠안은 3000명의 사람들은 도주해버린 혼란의 네덜란드.
이런 인간의 탐욕은 여러 나라에 걸쳐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자료로 보여준다.

과거의 일을 박제처럼 그림에 담은 것이 현재의 그것과 그리 다르지 않음을 눈으로 보면 마음에 남는 감상과 영향력이 확실히 다르다.
인간이 문명을 발달시켜온 과정, 사회구조의 변화, 권력의 형성과정을
드러낸 2부 건축의 역사는 특히, 방학을 맞아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가기 전 꼭 한번 읽기를 권하고 싶다.
막상 현지에 가면 바글바글한 사람들의 물결에 휩쓸려 스르륵 지나치고야 마는 위대한 건축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알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시야가 닫지 않은 곳에 있는 스테인리스, 조각상 같은 작품들까지 또렷하고 선명하고 크게 감상할 수 있다.



사진으로 찍어서 여행지에 가면 한 눈에 역사의 흐름/변천사를 알 수 있도록
보기 좋게 정리해둔 연대표도 매우 유용할 듯!!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여 쉽게 읽히지만 속에 담긴 내용만큼은 깊은
인문학+예술의 콜라보 <그림으로 읽는 역사 건축으로 읽는 역사>
영화, 책, 그림, 건축에서 산발적으로 알아왔던 지식의 퍼즐들을
한데 엮어 맥락화하기에 정말 좋은 책을 즐겁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