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빠와 여행을 떠났냐고 묻는다면
안드라 왓킨스 지음, 신승미 옮김 / 인디고(글담)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부모와 자식의 비극(?)의 원인은

1. 다른 선택지 없이 즉, 서로를 고를 수 없이 만났다는 것.

2.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입과 탈퇴가 자유롭거나 쉽지 않은 것.

이 아닐까?


<왜 아빠와 여행을 떠났냐고 묻는다면>의 저자 안드라 왓킨스는 

공인회계사로 회사의 성실한 부품이 되어 위궤양이 생길 정도로 일하다 

세계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그나마 수입도 확- 깎이고 금전적 보상이 사라진 사람이

차근차근 밟아가는 단계를 성실하게 따른다.


돈과 일이 끊기면 내 옆을 돌아보게 마련이다.

하지만 일찍 결혼한 친구들과는 달리 외로움을 진하게 느끼고,

어느 날 문득, 삶을 낭비하고 있다는 위기감과 '소중한 가족과 추억을 만들어야 하는 순간'을 

미루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영원을 살 것처럼 생활하다, 삶은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을 몸서리쳐지게 겪고 난 사람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이할 수 있어서 기뻤어요'라는 말을 하고 싶게 되니까.


그래서 작가가 고른 선택지는 다소 과격하다.

45세의 여성과 80세의 남성이 딸과 아버지이 관계로 -ㅁ-;;;;

34일의 시간동안 714킬로미터나 되는 길나체즈 을 도보 여행하기로 한 것이다.


와우.....


부모님과 함께 가끔 여행을 해보고, 엄마와 함께 여행을 해보긴 했지만

아빠와 5주를, 그것도 걷기 여행을 하다니..

과연 이것이 '함께 떠나야 더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인가.


예상대로 글의 초반에 작가는 아버지로서의 모습뿐만 아니라 80세의 늙어가는 남성으로서의

아빠를 처음 만나게 된다. 그녀조차도 버거운 도보여행 중에 말이다.


몸이 힘들면서 점점 신경은 예민하고 날카로워지고

별 것 아니라고, 다 극복했다고 여겼던 어린 시절에 부모로부터 받았던 상처도 새삼스럽게 수면에 올라온다.

자기의 기준대로 행동하지 않는 아빠가 창피하기도 하고 퉁명스럽고 고집불통인 모습에 화가 치밀기도 하지만, 사실 딸도 아빠의 기준대로 행동하지 않았고 아빠만큼이나 고집을 피우고 툴툴거리며 아빠를 대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작가의 여행기는 소설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빠의 생각만큼은 작가가 상상해서 썼으니 소설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버라이어티하며 아프고 솔직하다.


늙어가는 모습이 두려운 어린 시절의 보호자

가족에게 필요한 존재로 남고 싶은 부모님

누구에게나 평생 잊을 수 없는 상처가 있기 마련이지만 그것이 부모와 자식간이라면 

그 깊이와 고통은 당사자가 아니라면 짐작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가족은 기대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고

나이 들어가는 부모의 모습에서 나의 미래를 보게 되며

반대로 나의 모습에서 부모의 젊은 시절을 만나게 되는


일상의 삶에서 떨어져나온 '여행'이라는 고립된 경험이 주게 되는 깨달음의 순간들을

이 책은 도보로 타박타박 흙먼지와 땀, 추위와 피곤을 곁들여 나지막히 이야기한다.



사랑하지만 표현에 서툰 가족들을 위한 최고의 치유서. 라는 카피가 무색하지 않다.

아름다운 영혼을 가지고 있는 오래된 것들, 고물들의 존재에 눈물이 왈칵 치밀게 하는 책

<왜 아빠와 여행을 떠났냐고 묻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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