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달아서 끈적한 것 - 박상 본격 뮤직 에쎄-이 슬로북 Slow Book 2
박상 지음 / 작가정신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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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보다도, 간판같은 표지의 구성이 독특해서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읽어볼 수록 <사랑은 달아서 끈적한 것>이란 제목은 정말 잘 지은 제목이란 생각이 든다.


작가 '박상'은 "말이 씨가 되니까 조심해야 한단다"라는 어른들의 말씀을 떠올리며

생계가 막막해 인청공항 면세 구역의 어묵 가게에서 '오뎅'을 판 사람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세계의 이곳 저곳을 여행한 사람이다.


내용을 읽기 전 Side A와 Side B에 아로 새겨져있는 목록 중 이름이 생소한 노래들과 그 노래를 들었을 여행지를 생각해보았다. "팔자 좋은 한량이구만~" 하는 부러움 20% 시기질투 80%의 마음으로.


작가가 웹진에 약 3년에 걸쳐 여행기와 음악칼럼을 기고한 것을 모아 엮은 이 책은, 그러나,

작가 박상의 맛깔나는 솔직한 화법과 (옆에서 진짜 말하고 있는 얘기를 듣는 것 같은 현장감!)

단짠처럼 유머와 짠함이 적당히 버무려져있는 상황이지만, 

다른 사람이 짠해하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못할 것 같은 긍정과 유쾌함이 넘쳐나다가도

여행지에서 혼자 예민하게 느끼는 (전혀 예민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도, 역시 예술가라 그런지 예민미가 비추일 때가 꽤나 많다) 외로움과 허무함, 괴로움, 그리움, 헛헛함을 음악에 얹는 솜씨가 달콤하지만 입에 쩍쩍 달라붙어, 먹을 때마다 아래턱을 좌우로 왔다갔다 해야하는 호박엿을 먹는 느낌이다.


작가의 엉뚱한 매력은 책 곳곳에서 드러난다.


울고 싶을 때 듣는 음악이라고 주제를 잡았지만

이 음악을 들으면서 펑펑 울게 되지는 않는다.

..... 

등을 두드려준다거나 누군가가 따듯이 안아준 듯 음악으로 이해받고 위로받는 기분까지 든다.

아아, 역시나 이런절너 우울과 고통을 한 마리 나비처럼 승화시켜 날려주는 명곡이다.

음악이 끝나자 해소감을 느낀 감정이 차분하게 가라앉으며 말한다.

"그래 울고 싶은 건 없었던 일로 하지."

-p.140 울고 싶을 때 듣는 음악. 블론드 레드헤드 _ <Misery is a butterfly>


.. 냇 킹 콜 아저씨의 리메이크 곡이 워낙 유명해서 오리지널 넘버를 들은 건 처음이었다.

그 음악 덕분에 여행 경비 걱정에 벌벌 떨던 심정도 릴렉스했다. 고로 술도 마음껏 마실 수 있었다. 1년 내내 했던 돈 걱정도 결국 힘만 빡 주는 것이다. 돈이 뭐라고, 그렇게 힘주어 목매었단 말인가. 일단 쓰고 열심히 갚으면 되지, 뭐.

-p.238 나가사키에서 힘 빼고 릴렉스 크리스마스. 멜 토메_<The Christmas Song>


영화 <건축학개론>에서처럼 음악은 그 시절, 그 순간에 함께 했던 나의 기억/추억을 송두리째 

가져다주는 마력을 지닌 존재임을 책을 읽으며 다시금 절감하게 된다. 


그리고 박상씨의 시간을 함께 했던 음악의 목록들을 어느새 받아적고 있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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