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이 출간되는 미니멀리즘 살림살이 책이라고 생각했다. 작은 공간 요리조리 수납을 잘 해내는 일본의 책이어도 어떻게 3평으로 '괜찮아'라고 하는지 궁금하기도 했고난 도저히 그렇게는 못 산다고 생각해서 '어디 한번 보자!' 싶은마음도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나처럼 이런 착각(?)으로 책을 펼친 사람들은 좀 당황할지도 ^^이 책은 '살림살이' 그 이상이 아니라 진짜 '삶살이'의 모습이었다. 스스로 전통양식으로 집을 짓고 살고, 집도 물건도 소유하지 않으며 매일 숙소를 찾아 생활하는 사람도 있고, 에너지 자립을 이룬 오프그리드 삶을 사는 사람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인상깊었던 것은 그 중 가장 평범한 마스무라씨의 경우였다. 집을 줄이면서 생활비도 줄게 되고, 도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살며 이웃들의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오게 된 것을 느낀 마스무라씨의 삶. 사실 그녀가 이 삶을 스스로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안타깝게도 첫째 아이를 출산하고 광고 제작 일선 복귀는 힘들거라는 회사의 의향/압박과 그에 따른 급여의 감소로 프리랜서로 전향하며 '사는 곳'을 바꾸다보니 '삶의 양식'까지 바뀐 경우다. 나도 도시에서 일을 하며 살고 있지만, 회사의 사정에 따라 언제든 어찌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늘 있었기에 그녀의 삶의 변황가 남일처럼 보이지 않았다. 특히 원래 읽고 쓰는 능력을 가리키는 말인 '리터러시'를 주어진 재료에서 필요한 정보를 끄집어내 활용하는 능력이나 응용력, 기술로 바라보는 법을 배웠다. 그녀처럼 냉장고나 에어컨 없이 살 순 없지만 (단호!)그래도 내 손으로 소소하게 만들거나 고칠 수 있는 것은 직접 해보는 것, 물건을 줄이더라도 취향껏 꾸미면서 무미건조한 생활은 하지 않겠다는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는 방식은 시작하기에 어렵지 않으니까. :)일본의 대지진 및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삶의 방식에 근원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사람들, 지구에 미치는 인간들의 (이기적인) 영향을 줄이려고 불편함을 감수하고, 그 생각을 실천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대단하다' 를 넘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고 함께 해야겠다는 다짐이 생기게 만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