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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페인행 티켓 - 잠자던 여행세포가 깨어난다
정주환 지음, 대한항공 / 홍익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나의 스페인행 티켓>은 보통 여행책과 조금 다르다.
여행을 계획할 때 호기심을 부풀리지 않는다.
낯선 곳의 아름다움을 찬양하기 보다는 그 능숙해보이고 여유로워 보이는 그림 밖에
서툴고 실수가 많은 모습, 언어가 안 통해 겪게되는 생활의 곤란과 긴장된 상황이
솔직하게 실려있어, 신뢰도가 더욱 올라간다.

책 이름과 표지도 특이해서 봤더니, 대한항공 기획이다.
이런저런 구설수가 있지만^^;;, 그래도 멋진 광고로 해외여행의 뽐뿌질을 전국민에게 저지른(!) 회사가 컨셉을 잘 잡은 것 같다. 매 페이지마다 보딩패스로 시작하여
책으로나마 여행가는 기분을 듬뿍 안겨준다.
살짝 광택이 도는 보딩패스를 손에 꼭 쥐고, 탑승줄에서 대기하는 그 기분!!
지면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겨주는 고마운 발상!!

영어랑은 발음이 사뭇 다른 스페인.
스페인어를 잘 하는 사람들이라면 아무 문제 없겠으나 영어를 잘해서가 아니라;
영어 밖의 외국어로는 의사소통이 안되는 여행계획자들에게는
외래어 발음표기가 최대한 현지 발음과 비슷한 것도 정말 감사한 배려다.
'Centro Comercial Maremagnum' 이라고 아무리 말해보아야
쎈뜨로 꼬메르씨알 마레마그눔이라 들리지 않으면
람블라스 거리에서 콜럼버스 동상을 보고 포트벨 항구에 들르면 만날 수 있는
365일 운영하는 작은 항구 쇼핑몰의 2층 무료 화장실을 못 쓸 뿐 아니라,
2층의 스타벅스 테라스에서 내려다보는 멋진 뷰를 포기해야 할 지도 모르니까 ^^
그리고, 구글맵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맵!!!
와이파이를 찾아 떠돌지 않아도 원하는 곳을 갈 수 있도록 QR코드로 소장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렇게!

2006년부터 시작해서 몇 번이고 방문한 스페인에 대한 작가의 애정은 책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리고 내가 스페인 여행을 간다면 꼭 갈 축구클럽들까지!!!

며칠동안 다녀오는 여행용으로도 좋지만, 1주일 이상 여유를 가지고 스페인을 만끽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유명한 관광지 이외의 곳과 친구가 된 현지인에게 얻은 꿀팁들은 알고도 지나치기엔 너무 아깝다!
긴 덧붙임 :
작가는 떠나기 전의 설렘, 꿈에 그리던 여행지를 맞닥뜨린 감격과 감동, 한정된 (여행)시간의 아쉬움을 넘어,
스페인에 거주하면서 돈이 궁할 땐 계란밥만 먹어가며 고생하는 모습들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그래도 넌 스페인에서 살고 있잖아'라는 말에 짜증을 내다 그것을 위로로 삼기도 한다.
그런 작가의 '거주민으로서의 모습'을 보다 갑자기 내가 살고 있는 도시를 생각하게 되었다.
앞으로 펼쳐질 긴 연휴에 해외로 나가지 못해 다소 우울했는데
멀리, 스페인을 꿈꾸며 내 도시의 아름다움을 먼저 찾아봐야겠다.
이거, 정신승리인가....? 그래도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