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시하게 살지 않겠습니다
야마자키 마리 지음, 김윤희 옮김 / 인디고(글담)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제목이 정말 도발적이었다. <시시하게 살지 않겠습니다>
사실, 난 요즘 내 일상이 좀 시시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좋게 말하면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을 나름 열심히 꾸려가고 있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예상가능해서 안전이 (얼마 동안일진 모르겠지만) 보장되는 궤도에서 벗어날 새라 남들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을 정도로는 쳇바퀴를 돌리고 있다. 그것도 내 쳇바퀴 돌리는 모양새가 어찌 보일 지 가끔씩 의식하고 신경 써 가면서...
시시한 어른으로 살고 있다. ...고 생각한다. ㅠ
저자 야마자키 마리는 영화 <테르마이 로마이>로 먼저 알게 되었다.
일본영화의 꽤나 황당한 설정에 다소 과장된 이야기 진행이나 연기의 앙상블이 썩 취향은 아니었지만, ^^;;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는 유쾌한 변태(?)가 누구일지 궁금했었다.
이번에 알게 된 그의 이력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 드라마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작가의 어머니가 제일 처음 건네준 책 <닐스의 모험>과 자유로운 삶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격려한 가정환경 덕에, 작가는 14살에 '홀로' 유럽 여행을 떠난다.
이탈리아에서 도예가를 만나고, 3년 뒤 그의 초청으로 이탈리아로 건너가 유화와 미술사를 11년동안 배우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아이를 낳고, 새로운 인생을 만들고....
야마자키 마리는 이렇듯 절체절명의 타이밍에 천사처럼 만나는 사람과 사건들에 얽매이지 않고 능동적으로 자신의 인생에 입장시킨다.
무엇을 하든, 어디를 가든, 어떤 선택을 하든, 세상이나 남의 탓도 하지 않고
혜택을 얻으려 억지로 관계를 이어가거나 순응하지 않고
이 생은 오로지 그녀만의 유일한 삶이라는 점을 늘 분명히 알고 살아가는 점이 진정으로 멋졌다.
작가 스스로도 '인간이 만든 경계선을 무시하고 드넓은 하늘을 날아가는 새도 아니고, 넓은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치는 물고기도 아니'지만 선물로 받은 생명을 충분히 만끽하며 지구를 살아가는 하나의 생명체로 사는 그의 모습이 정말 부러웠다.
세속적인 성공이나 실패를 인생에서 받아들이거나 거부할 것, 나아가거나 후퇴할 포인트로 담담히 생각하는 에피소드들을 읽으며 남들과는 다른 것에서 오는 손해나 질시 혹은 '나답다'라는 칭찬의 말에 은근슬쩍 걸쳐져있는 굴레를 당당히 발로 차버리는 모습에 대리만족도 느꼈다.
나라면 그럴 수 있을까?
솔직히 아직은 용기가 나진 않는다. '난 유목민보다는 농민형 인간으로 길들여진 걸까' 싶어 서글픈 기분도 든다. 요즘 난 쓸데없는 고민으로 머리속을 복잡하게 하고 사소한 지적에도 움찔거리며 미모사처럼 움츠러드는 마음으로 살았었다.
야마자키 마리가 기꺼이 공유하고자 책으로 보여준 삶의 모습과 선택들을 읽으며 2차원에서 3차원으로 시선을 이동하게 되었고 '움직임'이란 키워드를 얻었다.
남들의 틀에 갇히지 말자.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의 틀에 갇히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