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쓰지 않는다
오제키 소엔 지음, 김지연 옮김 / 큰나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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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매력적인 제목이 아닐 수 없다.


신경 쓰지 않는다.

신경 쓰지 않음으로써

나는 불행하지도, 슬프지도, 화가 나지도, 괴롭지도 않다.


라니.


내가 지금 괴로운 이유를 이렇게 콕 찝어서 표현한 것이 놀라울 정도이다.

착한 사람이 되고 싶은 병에 걸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남들의 평판이 좋았으면 한다.

내 마음에 걸리거나, '이래선 안되지' 하고 제지하는 이성에 반하는 행동을 할 때,

뒷맛이 깔끔하지 않았던 적이 많았던 나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해답을 구하고 싶었다.


책의 저자 오제키 소엔 스님은 고등학교 3학년 시절 불교에 입문하고, 1965년에 약관 33세의 나이로 교토 대선원 다이센인의 주지가 되었고, 최고재판소 가사조정위원으로 지내다 2007년에는 한서(주지에서 은퇴한 선승)로 취임하며 책을 써 내고 있다.


선불교 느낌이 물씬나는 (게다가 본인의 가족도 있으신) 스님의 이야기를 읽고 있다보면

고개를 갸웃할 때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아직, 수양이 부족한 탓인지 이해가 안되는 구절들도 많았다.


하지만, 책의 "신경쓰지 않는다"가 무엇인지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은 외부야 어떻든 내 갈길을 표표히 간다. 도 아니고

남들이야 어떻든 개의치 않고 하고픈 것을 내 맘대로 한다. 도 아니며

두려워하거나 슬퍼하거나 노여워하는 마음의 동요가 없는 상태도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신경쓰이고 있는 자신의 상황을 똑똑히 파악하고

자신에게서부터 뭔가를 발견하는 것이다.

특별한 수행을 통해 얻는 것도 아니며

있지도 않은 것을 내쫓는 삶의 방식이다.


즉, 내가 자꾸 나의 부족함, 부끄러움, 외로움, 잡념, 괴로움, 분쟁심에 휘말릴 때

그 실체를 직시하고 끝까지 부딪치고 결국 박살을 낼 기세로 싸우거나

물러서야 할 땐, 남의 시선 따위는 의식하지 말고 삼십 육계 줄행랑을 치는 것이

최선을 다해 그때그때를 충실히 살아가는 "신경쓰지 않는 것"


말로는 쉬운데 행하기는 참 어렵다. ^^

하지만 머리 속에서 점점 사이즈를 키우는 생각과 관념에 계속 먹이를 주지 말고

물러설 지 나아갈 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이곳에서 있는 힘을 다 해 임하는 자세로

살라는 스님의 말씀은 20장을 통해 때로는 거칠게, 재미나게, 어렵고도 평범하게 펼쳐진다.


물론, 1932년에 태어난 일본 불교의 선승인 작가의 말과 행동을

다른 시대, 다른 나라, 그것도 일본과는 아프고도 괴로운 과거가 있는 (책에는 대동아전쟁 시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대한민국에 사는 내가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어색하고 납득이 안 가는 부분도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깃발처럼 바람따라 정신없이 나부끼는 마음을 가지고 있던 요즘

나에게 딱 필요했던 책이다. 

좋은 기분이든, 나쁜 기분이든 나를 가득가득 채우며 사는 삶이야말로

진정 머리로 신경쓰지 않고 온 몸으로 살아가는 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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