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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닌 지금은 없다
글배우 지음 / 쌤앤파커스 / 2017년 8월
평점 :

작가의 수려한 옆얼굴과 "네가 가고 싶은 길이 있다면 그곳은 가도 되는 멋진 길이다"가 띠지에 있어서 호기심도 들었으나, 솔직히 어디서 들어봤던 말 ( "어떤 선택이든 나는 당신을 응원한다")도 떠오르며 이 책도 힐링과 위로, 응원의 메세지를 담고 있는 책이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그것 말고도 <아무것도 아닌 지금은 없다>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훨씬 더 많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이 책이 수많은 힐링류 책으로 묻히진 않을까 염려하는 마음이 들었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인듯 ^^ 오프라인 서점에도 맨 위에 깔린 책 중 하나이고, 온라인에서 사람들의 평도 꽤나 좋다.
애초에, 나처럼 이 책을 고른 사람들은 그런 힐링과 위로, 생각의 잠시 멈춤을 원하기 때문에 그 섹션을 어슬렁거렸을 것일테니까.
아무리 좋은 방송이어도 나의 취향이 아니면 멀리하게 되듯이, 글배우 작가의 이 책은 분명, 취향을 타기는 하겠지만 나에게는 탁 꽂혀서 뿌리를 내린 말/글들이 있었다.
작가 글배우에 대한 소개를 하자면
힐링에세이의 책을 쓸 때의 필수코스(?)를 다 밟은 사람이다.
의류사업을 6년동안 하면서 좋아하고 관심가는 일을 하는 즐거움을 누리다
사업에 실패하고
그 여파로 과로로 쓰러지기까지하며
"무너지고 무너지고 또 무너져 내렸"던 사람.
마음을 닫고 2년간 숨어서, 울고 괴로워하다 하나의 글귀를 보고
다시 자기 "자신"을 제대로 쳐다보고 마주하고 화해한 사람.
그리고 자신이 얻은 위로와 거기에서 오는 평안함과 힘을 다른 사람에게 주고자
SNS와 인터넷을 이용하여 자기 글을 적고, 공유한 사람.
여기까지는 평범하지만, 글배우작가만의 차별성이 있다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글을 직접 적어, 담벼락이나 전봇대에 붙이고
그 사진으로 SNS활동을 했다는 것.
아날로그가 주는 불편함과 어수룩함 속에 담긴 인간미를 살려, 마로니에 공원에서 천막을 치고 사람들과 고민을 나눈 '블빛 프로젝트', 사람들을 직접 만나 강연하는 것,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직접 만나 고민을 듣고 위로해주는 '새봄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라는 것이다.
일상의 평범했던 공간 속에서 문득 눈을 들었을 때
그렇게 훌륭하진 않지만, 진심이 묻어나도록 꾹꾹 눌러쓴 진솔한 이야기를 만나
그 글자를 읽을 때 울컥한 느낌을 모아서 만든 책이 <아무것도 아닌 지금은 없다>이다.


내가 내 스스로를 '아무것도 아닌'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고 속으로 비난할 때
지금 앞으로 쭉쭉 빠르게 나아가는 사람들이나, 화려하게 인생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과 나를 비교해보며 '아무것도 아닌 지금'이라는, 인생이라는 경기에서 진 듯한 패배감과 상대적 비참함에 혼자 괴로워할 때
"삶에는 고난도 있고 시련도 있지만
그 많은 순간을 버텨낸 너에겐 감동이 있다."
고 말해주는 고마움을 느낄 수 있어, 책을 읽는 내내 따스함이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좋았던 글귀, 지극히 평범하지만 그래서 더 마음에 와 닿는 이야기들을 읽을 때마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 책의 고마운 글귀를 적은 포스트잇으로 살짝 전해줘야겠다고 혼자서
'나름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천하고 있는 것은 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