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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빼기의 기술 - 카피라이터 김하나의 유연한 일상
김하나 지음 / 시공사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파란 물에 주황색 수영복과 깔맞춤이 심히 어색한 수영모를 쓰고
방바닥에 누운 것 마냥 편안하게 둥둥- 떠있는 여자.
맨 위의 여자는 배영을 하듯 손을 위로 쭉 뻗고 있지만,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는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카피라이터 김하나가 하고 싶은 말이 표지에 다 있는 것 같다.
카피라이터 아니랄까봐, 한번 읽으면 잊을 수 없는 표지의 문구를 보라!
주삿바늘 앞에 초연한 엉덩이처럼
힘을 빼면 삶은
더 경쾌하고 유연해진다!
n0년 살면서 아직 한 번도 엉덩이에 주사를 맞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
엉덩이가 아니라도 어딘가엔 주사바늘을 영접해본 적이 다들 있겠지.
구태여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하고많은 비유중에
나를 치유해주리라 약속하지만 도통 익숙해지기는 어려운,
살을 푸욱 찌르며 들어오는 그 주사바늘을 예로 들다니.
심지어 그 상황을 떠올리자마자
자동적으로 머리속에 재생되는 소리는 생생함을 더해준다.
"자, 엉덩이에 힘 빼세요. 따끔합니다!"
작가는 "만다꼬" 정신으로 삶을 비장하게 살지 말자고 얘기한다.
비록 '안전망은 부실하고 사람들의 힘을 쥐어짜내어 굴러가는'
소모적인 생존을 요구하는 나라를 한 순간에 바꿀 수는 없겠지마는
'삶을 선물로 여기게 만드는 순간들을 더 천천히 들여다' 보자고 한다.
후반부에 남미에서 그가 느꼈던 말랑말랑하고 낭만적인 자신의 모습을
지금은 살짝 낯설게도 느껴진다는 작가의 말에
나는 더욱 공감과 위안을 얻었다.
자유로워 보이고 창의적인 생활을 할 것만 같았던 카피라이터도
(물론 생업전선에서의 긴장감과 고단함이 말할 수 없이 엄청나게 크겠지만)
물기 어린 사람을 잊지 않으려고 애쓰는구나.... 싶었다.
병원으로 데려갔지만 이미 무지개다리를 건넌 차에 치인 고양이로
눈물범벅이었다가
아직 몸도 가누지 못하고 꼬물거리는 어설픈 새끼고양이들을
넌지시 보여주며 "새끼를 보면 좀 나아요" 라고
삶과 죽음, 웃음과 울음이 동시에 찾아드는 일상을 견디는
수의사와 그에게 위로받는 모습이랄지,

하잘것없어 보이는 인간이 만들어낸 훌륭한 감탄의 결정판
마추픽추를 보며
인간의 노동, 아이디어, 지혜, 그리고 허무함을 거쳐
그래도 인간이라는 존재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작가의 태도가
지극히 일상적이어서 오히려 오래도록 내 마음을 붙들어 두었다.

책에서 얻은 일상의 주문, "만다꼬"
일이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을때, 나를 다독여줄 마법을 만나 기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