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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고 싶었던 남자
로랑 구넬 지음, 박명숙 옮김 / 열림원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행복하고 싶었던 남자>라는 책 제목을 보고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이다.
행복이 뭘까?
더 구체적으로는 "나에게" 행복은 뭘까?

내가 행복하다는 '상태'에 이르기 위해 채워져야 하는 내 기준의 조건들이 줄줄이 떠올랐다.
그 조건들 중에서 괜히 top 5를 만들고, 순위를 올렸다내렸다 해보았다.
책의 맨들맨들하고 파스텔톤의 표지는 어찌보면 '이런 류'의 책에서는 지나치게 평범했다.
뒤에 적힌 말조차도.
"... 이건 앞으로 너 혼자만 간직해야 할 비밀이야. 그게 뭔지 알고 싶니?"
"네."
"앤디, 네가 잘하고 못하는 것을 다른 사람이 대신 선택하게 하지 마라.
네 삶을 선택하고 살아가는 건 네 몫이란다."
이건 다 아는 얘기잖아....
하지만 띠지(이것 또한 참으로 어여쁘다)의 말이 강렬하게 눈길을 끌었다.
위기가 우리의 일상을 침범해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
우리에게는 의욕을 북돋아줄 무언가가 절실히 필요하다. -엘르 프랑스
책의 저자 로랑 구넬은 철학과 심리학, 자기 계발에 관한 소설을 쓰는 작가이다.
그는 직접 미국, 유럽, 아시아를 돌며 현자들과 만나는 여행 속으로 뛰어들어 인간관계 분야의 전문 카운슬러로 일하게 되었고, 이 책이 그의 첫 소설이다.
원래 제목은 <가고 싶은 길을 가라>였고 이번에 개정되며 <행복하고 싶었던 남자>로 나온 것 같다. 책을 읽고 나면 각각의 제목에 각각의 이유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프랑스인이고 교사인 남자 줄리앙은 발리 여행을 마치기 전 현자를 만나러 길을 떠난다.
지갑도 거의 빈 상태에, 특별히 아픈 적도 없을 만큼 건강하고, 현자라 불리는 치료사를 굳이 만날 필요가 없었음에도 그저 꼭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난 현자 샴탕선생은 매우 강렬한 방법으로 그와의 첫만남을 연다..
바로 엄지와 검지로 왼쪽 새끼발가락을 꼭 쥐어 엄청난 고통을 준 뒤,
"아픈가보군요."
"당신은 불행한 사람입니다" 라고 말함으로써.
(그리고 선생이 발을 놓아주자마자 순식간에 줄리앙은 순식간에 행복한 남자가 되었다.)
과연 이 사람이 현자일까 싶은 불퉁한 마음으로 줄리앙과 샴탕선생은 대화를 시작하고,
독자들은 이들의 대화, 문답을 읽어나가며
행복이라는 것, 행복을 정의내리고 선택해가는 것들에 대해 인식하게 된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나 <미움받을 용기>처럼
줄리앙은 때론 내 마음을 읽는 듯 질문하기도 하고
샴탕선생은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을 언어로 또박또박 내어놓기도 했다.
무엇보다
경험을 통해 확신을 갖게 되고, 자신의 확신이 현실을 만들어 낸다는 점.
즉, 믿는 것이 현실이 된다는 것.
그리고 믿는 것을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 행동에 옮겨야 한다는 것.
그러는 와중에 다른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 지지와 도움, 조언, 만남 등을 청하지 못하면
살아가는 동안 큰 일을 이룰 수 없다는 것.
은 두고두고 곱씹고 감상할 빅 픽처를 나에게 선사했다.

특히, 책 중에 나온 거절당하기 미션은 재미있고 흥미로웠지만,
마음이 현실을 만든다는 믿음의 원리를 좀 더 구체적으로 알게 해줬다.
믿기 어렵지만, 사람들은 대체로 남을 도와주고 싶어한고 다른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으려 하며 기대하는 방향으로 가려는 경향이 있다. (생각해보니 나도 다른 사람을 -특히 사랑하는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때론 무리하는 경향도 있다.)
그래서, 거절당할 것을 두려워하면 결국 타인에게 거절을 당하고 만다는 얘기는
내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와 사람들에게 갖는 마음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들었다.
나름대로 배려랍시고 혹은 선택의 여지를 남겨준답시고 '거절해도 할 수 없지'의 마음을
품었던 것이 결국 거절을 당했을 때 실망과 외로움, 때때로 씁쓸함을 안겨줬던 경험이
책을 읽으며 솔솔 되살아났다.

거짓된 행복을 만들지 말자.
상태가 아닌 조건을 충족시켜 얻는 행복은 탈을 쓴 불행이다.
자기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을 것 같다는 막연함과 불안감을 숨기기 위해
'불행해지지 않기'를 선택하고 그것이 곧 행복인거라고 스스로를 속이지 말자.
내 안의 부정적인 속삭임, 세상의 눈치를 보는 자기검열.
그것이 바로 나를 행복으로부터 강렬하게 막는 일상에 침범해 있는 위기.라는 것을
인식하고 나를 사랑하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