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 피곤한 세상에서 벗어나 잠시 쉬어갈 용기
정희재 지음 / 갤리온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태평하다~

파아란 (그리고 물결도 거의 치지 않는 것 같은) 물 위에 

해먹같이 편안해 보이는 플로팅 튜브 위에서

부담스러운 비키니가 아닌 평상복 차림으로, 옆에는 읽던 책을 엎어두고 

팔베개를 하고 무심한 듯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의 일러스트.


그 옆에

마치 위로하듯, 흰 색으로 박혀있는 글귀


"멈춰 서도 괜찮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래도 괜찮다."


이 표지만으로도 이 책을 집어들고 읽고 싶어진다.

특히, 출근을 앞두고 무더위에 잠 못 들고 있을 (게다가 그것이 주말을 지난 월요일밤이라면....)

손에 잡힐 듯 아련하게 멀리 있는 여름 휴가와 (사람들에게 치이지 않을 곳을 열심히 찾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대부분 비슷하다는 것을 도착해서 알게 될 ^^)

여름 휴가 전후로 (나의 부재로 지구의 위기가 닥치거나 적어도 업무에 마비가 올 지도 모르니)

처리해내야 할 일의 목록들이 머리 속에 주르르르륵~ 펼쳐져 있다면 

더더욱 이 책은 집어들고 읽고 싶어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은 초조함.

세상이 바라는 생산성을 갖춘 사람이 되지 못하여 점점 도태될 것만 같은 두려움.

나이에 맞는 과업을 제대로 해내지 못해 사회적이나 경제적으로 크게 성공한 사람보다 못나 보이는 자괴감.

젊은 날 엄청나게 갈등하고 그것이 아니면 인생이 끝장날 것 처럼 치열하게 살았어도 남은 게 없고 혹은 전혀 그런 삶을 살지 않아 아까운 시간을 무위로 흘려보낸 것 같아 죄책감이 들 때

이 책은 이렇게 묻는다.


"나의 분발은 이런 대가를 치르면서 추구할 만큼 과연 가치있는 것인가?"


맞다. 이거 인정....

사업장에서 고용주가 직원들을 착취할 때는 저항하면서

왜 자신 스스로를 착취하고 가혹하게 다그치는 것에는 그토록 열정적인가.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내 삶에 들어와 있거나 아니면 내가 힘겹게 얻어낸 쳇바퀴를 

열정적으로 돌리는 것에서 잠시 내려와 아무것도 하지 않다보면

사람을 그 사람 자체로 보는 것에 좀 더 익숙해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나를 나 자체로 보는 것에 좀 더 거리낌없지 않게 되지 않을까?



책 제목은 분명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인데 책을 읽다보면 슬슬 기분이 묘해진다.


자기가 해야할 업무적인 영역에서만 능력을 발휘하도록 셀프 착취 당하다

'나'라는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존재'가 누릴 수 있는 일상의 소소한 일들 하고 싶어지게 된다.


이 무슨 말도 안되는 말인가 싶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다고 하면서 이 책을 읽고 있는 것 부터가 이미 

'이것말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의 시작이었다.

 

자본주의 체계 안에 편입되어 돈으로 사고, 피하고,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조금 귀찮기도 한 몸을 쓰는 일들이 가지고 있는 건강하고 후련한 일들을, 자연스럽게 다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몽글몽글 일어난다.


특히, 운동화빨래 페이지를 읽을 땐, 

학창시절 토요일마다 실내화를 빨며 맡았던 빨래비누 냄새, 조금 따갑기도 했던 비누 거품,

회색이었다가 점점 맑아지는 헹굼물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했다.


책을 읽고 할 일이 생겼다.

아마 평생토록 To do list의 첫 줄에 있을, 왠만해서는 '해냈다!'고 지워버리기 어려울 일이다.


타인을 그의 나이, 성별, 지위, 직업, 국적, 외모, 소용, 관계로 보지 않는 것.

나를 나이, 성별, 지위, 직업, 국적, 외모, 소용, 관계로 보지 않는 것.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만의 달력의 새해가

오마르 하이얌의 새해 정의(p.210) 와는 정반대가 될 수 있도록!

그러나 너무 애쓰지 말고, 충분히 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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