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은 준비된 사람 앞에서만 드러난다.

안목에 대하여 - 가치를 알아보는 눈
필리프 코스타마냐 지음, 김세은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7년 6월

 저자 필리프 코스타마냐는 프랑스 에콜 뒤 루브르에서 미술사를 전공하고 

파리 4대학 소르본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다. (는 별로, 감흥이 없지만;;)

이탈리아 회화를 전문으로 하는 미술사학자이자 미술품 감정사, 학예사를 병행하고 있다.

(여기까지도 그냥 흔한 약력이려니, 하고 읽었다)

미술품 감정사는 영화에서는 자주 봤던 직업인데, 실제로는 전 세계에 몇 안된다고 한다. 

정체가 불분명한 그림의 원작자를 판명하고, 행방이 묘연했던 걸작을 발견하며 

작품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는 (여기서부터 흥미가 생기고 ^^)

필리프 코스타먀나의 예리한 직감, 천부적 재능, 직관과 지식을 절묘하게 융합시키는 안목에 대해

자신이 실제로 겪은 이야기 및 미술품 감정 학계를 빛낸 선배와 대가들의 이야기를 담아

한편의 영화를 보듯, 걸작을 찾아 세상에 소개하는 모험가의 삶으로 자신의 일을 신이 나서 이야기 해준다.  (정말 신이 난 것이 느껴지는 몇몇 챕터들은 특히 인상적이다)

사실, 미술작품에 대해서 잘 모르고

특히나 숨겨져 있던/아무도 몰랐던 미술작품에 대해서는 내가 그 "아무"에 속해 있는 사람이라

미술의 역사나 기법, 기술의 발전에 따른 그림의 변화, 그것을 감정해내는 감정사의 능력에 대한

부분은 어려웠다;;;

(역시 전문가가 신나서 자기 전문 분야를 설명하는 단계에 이르러서는 흥미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중간중간 눈을 잡아 채는 삽화와 걸작들을 보는 재미는 쏠쏠했다.

영국 드라마 셜록에서 본 마인드팰리스 같은 "기억구조론" 그림을 첨부하여 기억극장이라는

원리를 설명하기도 하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 걸, 유명한 그림을 두고 도슨트의 설명처럼 회화의 역사에서 그림의 기법까지 지식을 탈탈 털어 말해주기도 하고.

지식과 경험, 그리고 그 위에 안목과 통찰력을 가지고 작품을 복원하여, 

그 작품이 원래 가지고 있었던 감동을 생생하게 되살리는 일의 숭고함과 아름다움도 알려준다.

결국

이것이다.

아름다움은 준비된 사람 앞에서만 드러난다.

아름다움을 알아채고 발견할 수 있도록 평소 자신을 잘 벼려두면 

그 수고와 노력은 분명히, 예술을 넘어 삶이라는 장르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

그 과정 속에,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분야에 대해 신나서 흥이 올라

이러저러하게 계속 설명해주고 싶어하는 아저씨의 이야기를 책으로 옆에 끼고

두고두고 읽으면 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