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꾸제트
질 파리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떠나버린 아빠를 원망하는, 하늘에 대고 투덜거리는 엄마와 함께 사는 소년인 이카로스.

자기 이름 보다는 꾸제트(호박덩이)라는 엄마의 애칭(?) 호칭(?)이 더 익숙한 아이.


어느 날, 충격적인 사건의 결과로 엄마와 더 이상 살 수 없게 된 꾸제트는

레이몽 경찰관이 말하는 '바구니 속 야옹이 처럼 아주 편안하게 지낼 수 있을' 새 집에서

마담 파피노, 아흐메드, 알리스, 베아트리스, 보리스, 그리고 까미유를 만나

상처받은 아이들끼리, 아이이므로 받기에 마땅했으나 줄 어른이 없어 못 받은

관심과 애정을 서로에게 아낌없이, 때로는 매우 코믹하게 나누며 

색깔있는 구슬처럼 알알이 꿰어간다.


이 책을 읽다보면

가슴에 저릿하게 다가오는 표현들이 꽤 많은데

각자의 아픔을 갖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단지 아이의 모습이 아니라

어쩌면 독자들이 가지고 있는 상처나 아픔이 이입된 또 다른 자아로 인식하게 만드는

작가의 솜씨가 아닌가 한다.

(실제로 작가는 많은 경력을 가지고 있다. 레스토랑 웨이터, 경제학 공부, <르 몽드>의 사환, 약물검사원, 청소년스포츠부의 문서계 직원, 포장기술자, 단역영화배우 등등)


그리고 아이들끼리 나누는 웃긴/아이다운 대화나 평범한 일상들이 

켜켜이 쌓인 뒤, 나중에 아무렇지도 않게 툭, 던져지면

아이들에게 느낀 동질감, 안스러움만큼

감정을 깊게 울리면서 몇 번씩 책에 밑줄을 긋게 한다. 


아... 이럴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일 줄은 모를 정도로

사랑스럽고 눈물나는 책이다.



그 중 인상적인 구절을 몇 개 적자면


-.... 근데 왕자는 정말 올 것인지 말 것인지 망설이기라도 하듯, 되게도 뜸을 들이더라.

-.... 가끔 방에 불을 끄기 전 로지는 우리에게 자장가를 들려주기도 한다.

 "별들의 눈빛 아래 하루가 잠들고요, 해님도 피곤한가봐요. 이젠 모두 잠자리에 들 시간. 지붕 위의 고양이만 야릇한 그림자와 노닐고, 풀밭의 거미는 은빛 꿈을 자아내지요." 

아흐메드는 항상 노래가 다 끝나기 전에 잠들어버린다.

-....무기력하다니... 지금 나는 잘 알고 있다.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 짓을 저질렀는지.

 그리고 똫나 알고 있다. 그런 짓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나는 여기 이곳에서 까미유를 비롯한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지내지 못했을 것이다.

-....스키를 타는 것은 오렌지 껍질 위를 걷는 것과도 같다. 툭하면 넘어지기 일쑤다.

-....손을 뻗어 불을 끄려는데 아흐메드 녀석이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저기요, 로지, 자장가 불러줄 거죠?"

-...일단 레이몽과 같이 살게 되면, 너는 우리를 예전과 같은 눈으로 바라볼 수가 없을 거야. 우린 아무도 꺾어갈 생각이 안 다는 야생화나 마찬가지야. 사람들은 갓난아기들을 입양하길 원하니까 우리 같은 말썽꾸러기 꼬마들은 그들이 보기엔 나이가 너무 많아.




마지막은 작가가 우리 모두에게 하는 말 같은 글.


-...아니, 무슨 소리! 너 바보야? 바깥세상의 찬란한 태양이 너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런 감옥에 주저않겠다고? 꾸제트, 너는 지금부터 절대 다른 사람 말을 들어선 안 돼. 내 말도, 그 누구의 말도 마찬가지야. 오로지 네 마음의 소리에만 귀를 기울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