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 에리히 프롬 진짜 삶을 말하다
에리히 프롬 지음, 라이너 풍크 엮음, 장혜경 옮김 / 나무생각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국내에 미출간되었던 책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가 나오자마자

심플한 책표지 가득 프린트된 작가의 이름이 반가웠다.


책 제목에 비해 책의 내용이 심오했던 "사랑의 기술"과 "건전한 사회"를 통해

에리히 프롬이 그토록 명징한 말로 표현하기를 원했던 자유와 사랑이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에서 비로소 내 손끝에 잡히는 듯 했다.


특히 현대인이 고독과 무력감을 해소하기 위해 타인과 같아지는 방법으로 외부 세계와 어울리려고 한다고 진단한 1장에서 독서의 속도를 내지 못하고 한참을 머물러 있었다.


결국 자신의 본성에 대한 고찰과 인정(모자라고 보기 싫은 모습일지언정)보다는 남들에게 비춰지는 나의 모습, 남들이 기대하는 나의 모습에 매달려 자신을 소비하며 인생을 보내는 삶이 왜 보편적일 수 밖에 없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은 그렇게 사는 것이 이상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며 방황하고 괴로워하는지를 설명하는 글을 읽을 때는, 제대로 머리를 틔우는 느낌이어서 책을 덮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이 1장에서 세팅한 인간에 대한 정의로 다음 장을 유기적으로 풀어간다.

인간이 가지는 본능적이며 내재적 에너지의 표출인 자발성이 왜 충동으로 낮춰 취급되는지, 

왜 인간은 자신을 사회에 팔리는 상품, 혹은 그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증명해내지 못하면 불안해 하는지, 

이런 불안과 자유/자발성에 대한 억압을 체계적이고 사회전반적으로 재생산해내는 역할을 하는 교육이 강박과 자아를 잃은 존재로서의 사람을 만드는 매커니즘이 무엇인지

이런 매커니즘의 순환을 거쳐 사람이 왜 '무기력한 존재'로 거듭나는지

1장의 깊은 울림을 충분히 느끼고 나서는 다음 장들은 술술 읽힌다. 

어서 빨리 작가의 분석을 읽고 싶게 만드는 매력 또한 있다.


에리히 프롬의 글을 읽다보면 -물론 이 글은 강연록과 저서를 엮어 만든 것이어서 더욱-

이해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실례를 곁들여 찬찬히 설명해주는 느낌을 받았다. 


무려 1930년대에 인간의 본질과 인간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대하는 사회의 시스템/구조를

이토록 구조적으로 드러낸 글을 썼다니, 대단할 뿐이다.


읽는 것 자체는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독후 생각을 쉽사리 정리할 수 있는 책이 아니어서 사실 리뷰를 쓰기가 더 어려웠다. 간신히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에 대한 생각의 끄트머리를 붙잡은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이 큰 성과로 느껴지는 까닭은 이 책을 통해 내가 붙잡은 그 생각이 앞으로 제대로 나를 이끌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기 때문이다. ^^

현실은 그저 연출된 것이다. 왜 진짜 삶을 찾아야 하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