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뜬구름
찬쉐 지음, 김태성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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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 라는 말(도 물론 중요한 정보이겠으나)보다 "

"해외에서 가장 많이 번역된 중국 여성작가"라는 띠지의 문구가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다.

동북아 문화권을 공유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확연히 구분되는 중국과 한국의 정서를,

에세이가 아닌 소설에서 만나게 된 경험은 -책을 읽은 뒤 다시 생각해보자면-

작가와 독자의 국적이 중국과 한국이어서가 아니라

이 글의 작가가 찬쉐이기 때문에 생경하고 이질감이 들면서도

딱지가 내려앉은 상처를 덧날 지언정 계속 손톱으로 잡아 뜯는 것 같은

중독적인 괴상함이 들었다고 할 수 있겠다.

찬쉐라는 필명부터,

'겨울 끝에 남아 있는 더러운 눈' 혹은 '높은 산꼭대기에 있는 순수한 눈'이라는

도무지 양립할 수 없어 보이는 의미를 담아 만든 본명 덩샤오화의

<오래된 뜬구름>은 얼핏 서정적으로 보이는 제목을

통렬하게 배신하는 이야기가 저릿저릿한 기운을 뿜으며 끈질기게 이어진다.

소설을 리뷰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읽을 예정인 독자들이 만나게 될

'어머, 이런!' 의 순간을 망치거나 김빠지게 만들고 싶지 않아

간략하고 흐릿하게 감상을 쓰자면 아래와 같다.

주인공인 쉬루화는 현실이라면 별로 옆에 두고 싶지 않은 인물이다.

그리고 쉬루화 곁에 있는 사람들도 근처에 있고 싶지 않은 군상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서로의 생활을 염탐하고 감시하며 쾌감을 느끼는 족속들이다.

소설이라면 마음이 가거나, 공감하는 캐릭터가 하나쯤 있을 법도 하지만

찬쉐의 소설은 그렇지 않다.

소설의 캐릭터들이 처한 현실과 환경도 남루하고

그들의 선택이나 행동은 변호해주기 쉽지 않다.

약간 욕하면서도 '어디까지 하나 보자' 하는 마음으로 읽게 된다.

그렇게 읽다보면 어느덧 소설과 -독자인 내가 살아가는- 현실이

묘하게 겹쳐지면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소설의 세계관에서 위안을 얻어보려하는

나약한 마음에 차가운 물을 맞으며 정신을 차리게 된다.

소설은 현실의 반영이다.

작가에 대한 배경지식을 알고 읽으면

그 전과는 또다른 색채가 겹쳐지고

그렇게 읽은 이야기는 영 다른 기분을 느끼게 한다.

거기에 이 소설의 끈질기고 의도된 정서를 통해

독자인 내가 절대적 시점에서 그들을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독자도 그들이 살고 있는 세상의 일부마냥

-일부, 라는 말과 아이러니하지만- 타자화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세상은 쉽지 않고,

우리는 그것이 좋든 싫든 받아들여야 한다.

정치나 시스템이 달콤한 것으로

더럽고 빈약하며 허접한 것을 가리려고 해도

현실이 가진 씁쓸함의 존재를 부정하고 모른척 하지 말아야 한다.

맹목의 세계에서

직면의 눈을 뜨고 그 불편함을 느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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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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