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에 대한 이론
이하진 지음 / 열림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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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장르에 대한 묘한 기대감과 그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어려움이 있는 독자다.

현실과 아예 동떨어진 세계를 만들어 그 안에서 이야기를 펼치는 소설을 읽을 때

(문학을 전공하지 않고 그저 향유하기만 하는 사람으로서는) 이것이 판타지인가 sf인가, 

갸웃갸웃하며 이야기에 빠져들지 못하고 장르의 경계에서 두리번거린 경우가 꽤 있었다.


<모든 사람에 대한 이론>을 쓴 이하진 작가님의 이력을 보니 

'어려서부터 과학을 좋아해 물리학을 전공하고 연구하는 삶'을 사셨다는 소개가 먼저 나온다.

허무맹랑하지 않고, 현재 및 사실과 맞닿아 있지만 '과학 바깥의 일을 상상'하는

작가의 태도가 책에서도 -그리고 책 속의 세계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2001년생 작가가 처음 소설을 여는 시간, 공간적 배경은 2018년 8월의 학교이다.

덥고 습한 공기, 그 공기가 머금은 훅- 한 기운이 청소년과 성인을 아우르는 '청춘'들과 

맞닿으면서 지극한 현실감을 준다. (VR로 인물들의 등장과 대화를 지켜보는 느낌이다.)


그랬던 것이 곧 '이능력이 없는 잠재자'라는 문구를 만나며 sf와 상상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입장하게 만든다.

이능력이 없던 시절에 태어난 기존의 세대와는 다르게,

2000년대 이후로 태어난 이들은 이능력을 가진 세대이며

그 힘을 사용하며 이능범죄를 일으키며 이전과는 다른 혼란을 만들어 낸다.

사실 이능력, 이라고 명명한 일종의 '초능력'의 개념은 이미 온갖 히어로물로 익숙하고

자기의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이 세상/사람과 부딪히며 만들어 내는

파괴, 폭력, 충돌은 드러나는 형태나 방식이 다를 뿐,

결국 나와 다른 생각, 취향, 사고, 경험, 가치관을 가진 타인과의 부조화를 겪는

우리 인간 모두의 삶의 모습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익숙한 이 개념과 과정을 어떻게 새롭고 흥미로운 스토리로 만들어내느냐,

그것이 바로 소설이 가진 매력의 척도가 될 것이다.


<모든 사람에 대한 이론>이 얘기하고자 하는 주제는 기억, 선의, 용기와 노력이다.

나 하나의 힘이나 노력만으로는 세상이나 관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고, 

알알이 모아서 애써 건넨 선의와 용기는 거대한 이기심 혹은 무관심 앞에 쉽게 녹아버린다.

커다란 재난 앞에서 자기 생존만 눈에 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타인의 불행을 보고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고개를 돌려 무심하게 일상으로 향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 복잡다단한 세상과 사람들의 모습이 등장인물들의 면면을 통해 구현되면

이 책을 읽는 내가 속해있는 세계처럼 이능력/이력(absurd force)가 존재하는 세계는

평행우주처럼 어딘가에서 공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경계의 모호함이 생기는 것이다.




확실히 우리나라 작가가 우리말로 쓴 소설이어서 그런지

책이 다루는 사건과 인물들의 행동방식에서 현실 속 면면이 피부에 착 붙는 느낌으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점들이 있었다.

(이는 소설 뒤에 수룍된 작가의 말,에서 나의 추측만이 아니었음을 확인 받는다.)


n차로 읽으면 한번만 읽을 때의 느낌과는 또 다른 감상을 할 수 있으니,

약간의 텀을 두고 문득 소설 속 인물들이 그리워지면 책을 펼쳐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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