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스카이
엘리자베스 콜버트 지음, 김보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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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스카이>라는 제목은 SF 공상과학적인 느낌이 난다.

'인류는 더 이상 푸른 하늘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라는 부제는

영화의 캐치프레이즈같다.


문제는 현실은 영화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주인공의 활약이 2시간 남짓 펼쳐지다가

온갖 난관을 뚫고 영웅적인 희생/결단/조치를 취해서

어스름히 밝아오는 햇살과 함께 희망을 꿈꿀 수 있다는 결말이 아니다.


통신수단과 이동수단의 발달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은 인류의 발달은

그에 상응하는 댓가, 즉 기후 변화에 따른 환경의 파괴를 치르게 되었다.

문제는, 지구는 어마어마하게 크고 오래도록 지속된 생명체이고

인간은 어마어마하게 작고 기껏해야 100년을 넘기지 못하는 생명체여서

'인류'라는 집단적 행위/행동의 결과를 그 세대가 경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또한, 지구상의 주인 -혹은 그 권리를 대행받는 유일한 존재-처럼 행세하면서도

진정코 주인의식은 없는 모순적인, 그리고 이기적인 생각으로

지금 어딘가에서 뻔히 일어나고 있는 재앙과 재난이

나에게 바로 닥치지 않는 경우는 모르는 척 하는 것에도 능숙하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인류가 쌓아온 알량한 지식과 논리를 내세워

생태계의 불균형을 바로 잡겠다고 호기롭게 나섰다가

예상하지 못한 결과에 허둥지둥거리는 것도 인류의 애처로운 모습이다.


이 책의 저자 엘리자베스 콜버트는 언론인이자 작가로,

팩트를 탐구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해관계를 파악한 다음,

위트있고 몰입되는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하여

독자들이 읽고 이해하기 쉽도록 쉽게 설명하는 글과 풍부한 예시로 

우리 인류가 처한 심각한 사태를 알려준다.




지금 당장 자신이 있는 곳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과

집단, 회사, 국가, 공동체가 움직이도록 강력하게 촉구해야 하는 이유를

책 곳곳에서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미, 책 속에서는 뭐라도 해보려고 움직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무분별한 화학 약품 사용이 인간에게 유해하고, 새와 다른 물고기, 하천을 망친다는 생각에

'매우 탁월한 다른 대안'으로 생물학적 방제수단인 외래종을 도입한 것은,

언뜻 보면 매우 환경 친화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생물은 의지와 본능이 있어 인간이 정한 규칙과 부여한 임무만을 하진 않는다.

말 그대로 생존하기 위해 인간이 그은 경계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당연하게도- 강을 넘나들며 기존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외래종 물고기를 차단하기 위해 

전기 물고기 장벽을 세우거나, 그 물고기가 얼마나 맛이 좋은지를 역설하거나

'포획' 행사를 열어 조금이라도 거두어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

인간의 '계획'이라는 것은 거대한 자연 앞에서는 귀엽고 애처로운 바보짓 처럼 보인다.



그럼 어쩌란 말인가?

생물학적 방제가 늘 해답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억지로 무언가를 되돌이키려고 하는 시도를 멈추고

자연이 원래 있던대로, 원래 기능하던 대로 작동하도록

인간이 쌓아놓은 '문명'의 덩어리들을 치우고 막아선 길을 비켜야 할 때다.



지금까지 편리하고 깨끗하며 안락하게 누려왔던 것들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뭔가를 하는 것보다 낫다. 또 때로는 그 반대다." p.187

영국의 작가이자 환경 운동가인 폴 킹스노스의 말이다.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것조차 오만임을 깨달아야 한다는 생각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다.

영화나 신화처럼 한 번에 해결되는 요술 방망이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오랜 세월 서서히 망쳐온 지구를 '공동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으로 

역배출함으로써 원래의 모습에 가깝게 만들기 위해서 기술과 

(때로는 허황된 것처럼 보이는) 생각들을 동원하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늦더위에 에어컨을 켜고 싶은 강력한 충동을 선풍기를 트는 것으로 대신한다.



책을 다 읽어도 시원스런 결말은 나지 않는다.

새삼스레, 책 앞머리에 있는 이 말이 마음에 훅 들어온다.


우리 세대까지 어찌어찌 전해진 이 폭탄 돌리기 게임을 아슬아슬하게 지속할 것인가?

우리의 후손들에게, 과연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

후손까지 갈 것도 없이, 전염병이 창궐하고 기후 위기에 따른 재난이 끊임없는

이 지구에서 우리는 언제까지 생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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