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의 저주
김정금 지음 / 델피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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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유명한 다리(아마도...) 위에 휘영청 떠오른 보라색 달.

현실과 공상에 한 발씩 걸치고 있는 소설의 내용과 썩 어울린다.

인파가 빠진 여름밤의 바다.

바람이 불지 않고 조금 전에 내린 소슬비로 소금 냄새와 끈적거림이

글자를 넘어 내 피부에서도 느껴지는 듯 하다.

'의사가 되어 사람을 살려라, 신이 너에게 주는 벌이다.

신은 너의 행복을 허락하지 않는다.

네가 가장 행복할 때, 네가 사랑하는 세 사람이 네 앞에서 죽게 될 것이다.'

라는 엄청난 저주를 매 년 꾸는 의사 강해수는 대학 병원 응급실에서 일한다.

특이한 것은 그가 CPR을 할 때마다 -게다가 응급실의 특성상 자주-

환자의 과거를 본다는 것이다.




절체절명의 순간, 다른 사람의 인생이 쏟아져 들어오는 설정에서

이 소설은 조금씩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익숙한 전래동화 내용이 한 겹 더해지고,

등장인물들의 이름 (현무, 연화, 원효 등)은 상징적, 동양적 정서를 담고 있어

이야기의 진행을 이끌어갈 각 인물들의 행동과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하고

작가의 의도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읽어내기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더욱 흥미진진하게 페이지를 넘기는 장치가 된다.

의사를 그만두려고 하는 해수에게 다가온 스님은

그가 가져서는 안되는 물건을 가졌기 때문에 저주를 받은 것이라고 하고

해수의 러브라인을 형성하게 되는 연화는 역시 스님으로부터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이 이치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해수와 연화, 그리고 다른 등장인물들의 접점은

19년 전 남하도에서 일어난 '인생호 화재 사건'이다.

사건의 전말을 세상에 드러내고자 하는 주인공들은

원인제공자와 희생자, 삶과 죽음, 고통과 연민, 운명과 의지 같은

복잡다단하고 쉽사리 끊어낼 수 없는 인과 연을 마주하고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오버랩되는 현실에서의 사고/참사를 떠올리며

인물들의 감정에 스며들 듯 이입하게 된다.

미스터리물이 그러하듯,

그리고 전래동화의 끝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

어느 정도의 결론은 예상할 수 있음에도

저자 김정금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와

'운명인가 의지/마음인가' 라는 두 개의 큰 의문을 독자들에게 던지며

판타지, 전래동화, 미스터리(와 추리), 멜로를 넘나들며

흡인력있게 이야기를 전개해간다.

요즘 웹소설.웹툰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 책도 드라마화한다면 주인공들은 어떤 배우가 하면 좋을지

가상 캐스팅을 해 가며 읽었더니 더 재미있었다.

ps: 장편소설이라기엔 판형이 작다, 싶었는데 글씨가 작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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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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