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괜찮은 사람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 어느 지방 방송작가가 바라본 노동과 연대에 관한 작은 이야기
권지현 지음 / 책과이음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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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의 내 상황과 마음이 투영될 경우는 더욱 그렇다.

괜찮다는 평가조차 사치처럼 느껴질 만큼

정신없이 쏟아지는 일더미를 무미건조하게 해치워가며

To do list에서 지워나가고 있는 직장인 1의 삶에 허덕거리고 있을 때

권지현 작가의 <제법 괜찮은 사람이 되어가는 중입니다>는

시원한 바람처럼 곁에 왔다.

작가는 대구에서 방송작가로 일하는 사람이다.

모두가 즐겨보는 '방송'과 흠모하는 마음이 슬몃 드는 '작가'가 합쳐진

직업은, 그러나 -이제는 꽤나 많은 사람이 알고 있지 않을까?-

듣기만큼 멋지진 않다는 것은

노동과 연대에 대해서 쓴 다른 방송작가의 책을 읽고 절절하게 느꼈었다.

TV나 라디오를 틀면 언제든 나오는 방송을 위해,

재난, 사건, 사고, 해외의 큰 일들이 발생하면

언제고 긴급 편성되는 방송을 위해

그나마도 ott와 유튜브같은 매체에 빼앗기는 소중한 시청자들의

즐거운 여가를 메우기 위해

많은 스태프들이 제대로 먹고, 자고, 씻거나 쉬지도 못하고

갈려나가고 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프로젝트, 프로그램, 봄/가을 개편 때마다

알뜰하게 써먹히고 살뜰하게 교체되는

인력들의 불공정한 처우에 대한 토로와 개선을 위한 호소가 많겠거니,

하며 펼친 책은

오히려 말과 글을 읽고 쓰고 다루는 직업을 오래도록 가지고 있고

방송으로 송출되는 것 말고도

그 이면에 존재하는 다양한 삶의 모습에 대해

따뜻한 마음과 시선으로 공감하는 한 사람의

결 좋은 마음이 담뿍 담겨 있었다.

예전에는 그랬을지 모르고 그냥 넘어갔을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까지 그럴 수는 없는 일들에 대해서

분명하게 짚어내는 단호함도 반가웠다.

방송작가가 직업인 개인의 이야기가 많은 챕터 1과 2부터

왜 노동과 연대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스며들게 하는 챕터 3까지

저자는 세상을 현미경처럼 들여다 보았다가

망원경처럼 눈을 돌려 각자의 지점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두에게

응원을 보낸다.

'나만 아니면 된다'고 소리 지르며

타인의 고통을 무리지어 희화화하는 방송도 있었지만

-아직도 은은하게 그 기운을 잃지 않고 있다는 것이

순간순간 튀어나올 때마다 괴롭다....-

누군가가 잃어버린 소중한 인연, 물건, 사람에 대해

손을 내밀어 도움을 주고

해마다 기록하며 기억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방송도 있다.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정규직이 아닌 매년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프리랜서'로

일할 때는 한 식구이지만 해고할 때는 잉여인력인

방송작가로 사는 직업인이

삶의 곳곳에 어깨를 겯고 연대를 통해 서로를 지켜주고 위해주는 여정을

외로움과 수고로움, 미운 털이 박힐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고서도

꿋꿋이 지속하는 이유가 책의 마지막에만 있지 않았다.

챕터 1부터 챕터 3에 도착하는 동안 차곡차곡 쌓아왔던

삶과 사람, 작고 부드러워 지켜줘야 하는 마음과 정서에 풀썩 기우는

작가의 애정 덕분에 한번도 만난 적도 없고,

아마도 작가가 쓴 방송도 거의 듣지 못했을 -듣더라도 몰랐을-

완벽한 타인인 나도 따스한 에너지를 채워간다.

주말이 끝나면 다시 직장인 1의 삶으로 돌아가지만

주변을, 그리고 나 자신을 대하는

눈빛과 마음의 온도는 조금 달라져 있겠지.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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