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백 리 퇴계길을 걷다 - 지리학자, 미술사학자와 함께
이기봉.이태호 지음 / 덕주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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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여행은 버킷리스트 저 아래쪽에, 그러나 빠짐없이 머물고 있는 아이템이다.

조바심을 내지 않으려 애쓰다가도,

'지금 여기'에 머무르지 못하며 분주한 마음을 달래는 것엔

한 걸음 한 걸음 무념무상으로 걷다가도

어느새 달라지는 풍경, 땀을 식혀주는 바람, 낯선 목소리에

퍼뜩 내가 어디에 있는지 가늠해보는 도보여행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육백 리 퇴계길을 걷다'라는 도서 제목을 보았을 때

육백. 이라는 숫자 앞에서는 '이게 되나?' 싶은 마음과

퇴계길. 이라는 주제 앞에서 호기심과 흥미가 두더지처럼 불쑥불쑥 올라왔다.


퇴계 이황이 한양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고향으로 내려가던 그 길을

지리학자와 미술사학자가 몸소 걸으며 보고 듣고 깨닫고 배운 모든 총체를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편안히 앉아 읽는 맛은, 솔직히, 더할 나위없이 좋았다.


 


 

관심 주제가 비슷하고 각자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 같은 길을 거닐면서도

서로 다른 시각으로 접하고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고 상대의 경험을 나누며

지금까지 여행이나 연구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움을 누리는 퇴계길의 과정이

9일 동안 펼쳐진다.


그 옛날 퇴계 이황께서 배와 말을 갈아타며 13박 14일에 간 길을 걷는 

재현 및 체험 행사가 2019년부터 시작된 것도 모르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익숙한 지역이 나오면 반갑고

낯선 지역이 나오면 궁금해하며 별 생각없이 살고 있는 

내 나라, 우리 역사에 대해 새삼스레 감동하기도 했다.



 

 

과거의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조선시대 기준으로는 

한참 미래인, 현재에 살고 있지만

이 현재도 곧 과거가 될 것임을 떠올려본다.


서울에서 출발하여 도산서원으로 가까이 갈 수록 

바뀌는 정취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꼼꼼하게 남기는 것이 의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조들이 남긴 문헌과 그림을 통해 그 시대를 가늠하는 지금 우리처럼,

미래에 이 땅에 살게 될 사람들도 지금의 우리가 사는 모습을

왜곡이나 과장없이 -어렵겠지만- 이해하고 궁금해했으면 좋겠다.


기술과 산업이 발달하면서 수 천년을 이어온 대한민국의 지형과 지리도 꽤나 변했지만

땅 그 자체보다 그곳에 머물렀던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정서, 가치관이

대한민국/한국인을 정의내리는 요소가 아닐까, 까지 생각이 뻗어나가다보니

역사 속 위인들만큼 대한민국의 시대에 족적을 남길 위인들이 누구일까를 더듬어보고

역사의 준엄한 평가는 언제 어떻게 내려질 지에 대해 상상하게 된다.



 

 

꽤나 묵직하게 상념에 빠져들다가도

곳곳에서 나오는 저자들의 귀여운(!) 모습과 흥에 겨운 순간을 담은 사진이

활자로 따라 읽는 퇴계길을 가볍게 만들어준다.

주제는 '퇴계길'이지만 퇴계 이황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걷는 것이 아니라

내 나라를 내 두 발로 걸으며 나만의 경험을 쌓는 '나의 길을 걷는다'는 저자의 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지금은 집에서 대중교통을 타러 나가는 길까지도 덥지만

날이 좀 선선해지는 가을이나 봄기운이 물씬 나는 4월 즈음에

저자들의 여행길을 따라해보고 싶은 마음이 몽글몽글 솟아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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