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은둔의 역사 - 혼자인 시간을 살아가고 사랑하는 법
데이비드 빈센트 지음, 공경희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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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도 좋아하지만

그만큼 이나 내 방에서 홀로 있는 시간이 소중한 나에게

<낭만적 은둔의 역사>라는 제목은 당연히 호기심을 자극했고

'in my bag'처럼 다른 사람들은 혼자인 시간을 어떻게 살아가고 사랑하는지

책을 보고 알고 싶다는 궁금증도 생겼다.

들판에 홀로 서있는 나무가 있는 겉표지를 아무 생각 없이 펼쳤을 때 

깜짝 선물처럼 드러나는 비비드 핑크 하드 커버도 마음에 들었다.

'은둔'과 '혼자'가 갖고 있는 이미지를 모두 담고 있는 것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빈센트 근대 서양 역사에 관한 석학이다.

영국 왕립 역사 학회와 왕립 예술 학회의 회원이며 (이미 여기부터 어나더 레벨)

케임브리지, 옥스퍼드, 킬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 강의, 방문연구원, 교수, 부총장까지

골고루 역임하면서 계급과 문화, 비밀, 사생활, 정치 등에 관한 폭넓은 주제를 연구했고

이 책은 18세기 후반부터 현재까지 '혼자' 보내는 '매일의 일상'에 대한 역사를 

최초로 조명한 결과물이다.


이전에도 '혼자'를 연구하는 시도는 있었다.

스위스 철학자 요한 게오르그 치머만의 <고독에 대하여>가 그것이다.

치머만이 '혼자의 장점들'과 '집단의 편리성과 축복' 를 오가며

인간에게 적정한 상태란 무엇인가에 대해 궁리하기 전에는

공적 압박과 의무에서 벗어난 '혼자'인 상태를 칭송하거나 (몽테뉴의 <수상록>)

극단적 은둔을 반대하고 사회적 교류의 장점을 강조하며 집단에서의 삶을 옹호했다.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치머만은 인간의 은둔 욕구를 진지하게 다뤘다.

개인이 가정과 사회에서 혼자 있고 싶어하는 다양한 상황을 탐구하며

가장 건강한 고독은 '자기 회복과 자유롭고자 하는 경향'이라고 정의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불안, 우울, 무기력을 가져올 수도 있지만

낚시, 원예, 자수, 우표수집 등 조용히 즐길 수 있는 취미나 여가활동을 즐기거나

낭만주의 사조로 대표되는 감정과 사물, 현상에 대한 깊은 관찰의 방식으로 

혼자 도보/걷기를 (동호회까지 만들어서!) 하는 사례들은

팬데믹으로 되도록 사람이 적은 곳이나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취미를 찾는

지금의 상황과도 맞닿은 부분이 있어 흥미로웠다.




<낭만적 은둔의 역사>의 내용이 결코 낭만으로 채워져 있지 않은 점도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혼자 되기'를 스스로의 의지나 취향으로 선택할 수 없었던 계급과 계층,

홀로 존재하는 자유를 누리고 싶어했으나 사회적 압박으로 소외되었던 집단,

교류를 끊고 소통을 막아 놓은 '고립'은 인간성을 심하게 왜곡시키는 고통임을 알고

독방을 감옥의 기본 세팅으로 만들었던 -여전히 지금도 그러하다- 중세의 세계관은

역사 속의 사실, 인물, 사건의 사례와 함께 독자의 이해를 넓힌다.




시간이 흘러 기술과 과학이 발전하고 대규모 집단 생활이 가능한 현대에 올수록

'혼자'인 상태와 그에 따른 '외로움'이라는 결과는 정신/정서에 초점을 맞추게 되고

자유를 갈망하지만 한 가닥일지언정 다른 이와 접촉하고 교류하기를 원하는

인간의 복잡한 마음과 욕구는 SNS, 명상, 1인 가구(혹은 개인의 방), 공유 경제 등

익숙한 아이템들을 솜씨 좋게 엮어내며 커다란 테피스트리를 만들어 간다.

역사학자답게, 변형되면서도 큰 틀에서는 반복되는 현상에 대한 통찰이 돋보인다.


글을 읽으며 이 문장이 나를 데리고 갈 곳은 어디인지 기대하는 마음을 갖기는

꽤 오래간만이어서 새롭고 신선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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