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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사울 레이터
사울 레이터 지음, 이지민 옮김 / 윌북 / 2022년 1월
평점 :
나에게 사울 레이터는 익숙한 이름이 아니다.
예술의 세계는 넓고도 깊고, 어지러울 정도로 다채롭고 또 담백해서
언저리에서 흘끗거리는 입장에서는 낯설고, 그래서 또 매혹적이다.
사울 레이터의 전시회가 열린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가지 못했다.
그래서 이 책이 더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크릴 물감으로 캔버스에 그린 듯한 책표지의 사진은 기대감을 한층 고양시켰다.
책을 펼치자마자 독자를 맞이하는 첫 문구.
"사진 덕분에 나는 바라보는 기쁨을 알게 되었다."
흔히 하는 말로, 지금이 제일 젊을 때고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으니
사진을 찍거나 찍히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는 권하기도 하고
휴대폰의 원래 목적은 통화나 문자가 아니라 SNS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내가 무엇을 입고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혹은 혼자서라도) 무얼 먹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 순간인지 박제하고 올리는 행위가
일상을 사는 모든 사람들이 숨 쉬듯 하는 일이 되었다.
하지만, 인화하지 않고도 바로 결과물을 볼 수 있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기술/앱을 사용하여 '보정'할 수 있고
연사로 수십 장의 비슷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디지털 사진 덕분에
무언가를 오래 들여다보고 온전히 바라보는 여유가 얄팍해진 것도 사실이다.
<영원히 사울 레이터>에서 만난 사진은 평범한 순간의 비범한 이미지로 가득 차 있다.
차창, 건물 창문, 거울 등 무언가를 거쳐 사진 속에 담긴 인물이 있고,
내리는 비나 눈 때문에 멈춘 풍경도 흔들리는 것처럼 보인다.
인물의 일부분을 크게 클로즈업해서 선명함을 없애 버리기도 하고
초점을 부러 맞추지 않아 흘러가는 순간이 필름이라는 망에 걸러진 것 같은
인상을 주는 사진들.
어제 보았을 때의 느낌이 다르고
오늘 지나칠 때의 느낌이 다르다.
아마, 내일 만나게 된다면 그때도 다르겠지.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가보지도 못한 장소나 시간에 대해
부러움, 열망, 경탄, 압도감 없이 그저 조용히 응시하게 되는 경험은
오히려 신선했으며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었다.
전시회에 갔으면 더 큰 사진을 만났겠지만
이렇게 한 사진을 자주, 오래 들여다보지는 못했겠지.
내가 찍었다면 '아... 초점이 나가버렸잖아....'하고 삭제해버렸을지도 모를
사울 레이터의 사진들과
어려운 말을 사용하지 않고도 상당히 철학적으로 느껴지는 그의 말들을
언제든 내킬 때마다 바라보고 음미할 수 있는 책으로 만나 정말 다행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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