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신의 오후 (앙리 마티스 에디션)
스테판 말라르메 지음, 앙리 마티스 그림, 최윤경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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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신의 오후'

많이 들어본 문구지만,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었다.

그래도 이 책이 탐났던 이유는 '앙리 마티스 에디션'이라는 말 때문이다.

(책에게 미안... 그러나 기획력이란 이런 거 아닐까?)




책 날개에는 2명의 이름이 실려 있다.

지은이 스테판 말라르메와 엮고 그린이 앙리 에밀 브누아 마티스.


스테판 말라르메는 이런 사람이다.

보를레르의 <악의 꽃>을 읽고 깊은 영향을 받았고 

보들레르가 번역한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을 접한,

관리의 아들로 태어나 5세 때 어머니를 여의고 외할아버지 슬하에서 자란

파리의 작가.


대학입학자격시험 합격 후 국유지 관리국에서 직장생활을 했던 그는

20세가 된 1862년부터 시와 평론을 발표하고, 

그 해에 런던으로 건너가 영문학에 매진한 뒤 귀국 후 일생을 영어교사로 지냈다.

프랑스어와 영어의 말 맛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라는 얘기다.

1884년부터 '화요회'를 조직해서 문인, 예술가, 당대의 지식인과 교유하며

당대와 20세기 프랑스 문학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작가에 대한 설명을 읽으니, 그 시절에 워라밸, 덕업일치를 이룬 사람인가, 싶었다.

영문학의 정수를 업무적(교사였으니)으로나 예술적으로 오래오래 누리고

자기가 느낀 것을 표현하는 일을 여러 유명인들과 적극적으로 나누며

인정을 받았던 것에 그치지 않고 지금까지 인기있는 화가 앙리 마티스가

말라르메의 시를 직접 선별하여 엮고 에칭화를 넣어서 책으로 냈으니

금손들끼리의 협업이란 이런 것이구나, 멋있게 보인다.


안면을 트고 책을 읽으니, 내가 몰랐을 뿐이지 엄청난 작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문학에 조예가 깊지 않은 평범한 독자 1인으로 머쓱함이 느껴졌으나

책 뒤표지에 '마티스가 직접 선별하고 편집한 말라르메의 시 국내 최초,

최다(64편) 번역/출간'이라는 말에서 위안을 좀 얻었다.


제목부터 기운을 뿜어내는 시도 있고

따로 붙인 제목이 없어 시에서 인상적인 구절이 제목이 된 시도 있다.

모국어로 읽어도 소설이나 에세이보다 더 어려운 것이 -나에게는- 시다.

찰랑대는 표면의 파도 속에서 어떤 격랑과 흐름이 있는지 가늠해볼 수 없는

망망대해를 그저 바라보고 있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만난 시도 낯설었고, 그렇기에 어색했고, 그래서인지 호기심이 들었다.

상징주의를 이끈 19세기 프랑스 시의 지도자,라는 호칭에 걸맞게도

스테판 말라르메의 시에는 상징과 은유가 가득하다.

게다가 어찌할 수 없는 원어가 아님에 시의 말 맛도 고스란히 느끼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상력을 잔뜩 자극하는 작가의 의식의 흐름을

더듬더듬 따라가면서 오묘함과 모호함을 즐기는 매력이 있다.


내용을 파악한 뒤, 한번 읽고 그대로 책장에 꽂아두는 것보다

불현듯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저번의 이해와 지금의 느낌에 변화가 있는지

'상징'이라는 자유로움 속에서 이렇게 저렇게 되짚어 보며 읽게 된다.


제목인 '목신의 오후'는 드뷔시의 음악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으로 익힌 이름인데

검색해보니 나진스키가 안무한 무용도 말라르메의 시를 바탕으로 한 것이란다.

시로만 읽었을 때는 난해했는데 유튜브로 음악과 발레 공연을 함께 감상하니

글, 그림, 음악, 신체의 움직임이 주는 시너지가 상당하다.



원래 1932년에 145부 한정으로 출간한 리미티드 에디션이었던 책을

시대도 다르고 공간도 다른 곳에 사는 내가 클릭 몇 번으로 쉽게 손에 넣고

최윤경 번역가의 도움으로 언어의 장벽까지 뛰어넘어 즐길 수 있으니

최종 행운아는 독자라고 결론 짓겠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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