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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혹하는 이유 - 사회심리학이 조목조목 가르쳐주는 개소리 탐지의 정석
존 페트로첼리 지음, 안기순 옮김 / 오월구일 / 2021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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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요맘때 한참 빠져서 (그리고 여지껏) 열심히 본 드라마의 주인공의 대사다.
"의심하지 않기 위해 의심하는 겁니다."
순진한 눈망울로, "아, 그래요?" 하고 대답하면서
선의처럼 다가오는 것들에게 마음을 열었다가,
비유하자면, 옥장판 하나씩 옆구리에 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경험이 있다면
존 페트로첼리의 <우리가 혹하는 이유>를 읽어보면 남일같지 않은 사례를
많이 발굴하게 될 것이다.
이 책 저자의 이름을 눈으로 훑었을 때에도
'핫, 이름도 왠지 철학적이야.' 라고 생각하는 팔랑귀의 소유자로서
권위의 아우라가 조금이라도 감지되면 바로 뭐라도 배울 자세를 공손히 취한다.
(그래도 책에서는 나같은 사람이 오히려 수비게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호감 +100만으로 이 책의 모든 내용을 더욱 수용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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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대개의 경우, 부를 기본으로 +학벌, 사회적 지위, 유명세, 외모가 덧붙는다-
한 사람들은 아무래도 이유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정당성을 부여하며
그 사람의 말과 지시사항을 스펀지처럼 쫙 흡수하려고 할 즈음이면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다이나믹 코리아.라는 것을 실감하게 하는 일이 생긴다.
바로, 지금까지 내가 듣고 있던 것은 다 근거없는 헛소리였다며
-그리고 그것에 속고 있는 너는 호구나 다름없어 '나님'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한 떼의 전문가 무리/집단이 우르르 등장해서 숫자로 의견을 압도하는 상황.
둘의 싸움을 재미나게 관전하며
'역시 이 세상에 믿을 놈 없구만' 하고 냉소에 빠지는 지지부진함.
무엇이든 제대로 결정하고 판단한 것인지에 대해
스스로에 대한 확신도, 명쾌한 결말도 없어 또다시 등장할 개소리에 취약한 상태.
이 책을 읽으면 이처럼 내가 동력이 되어 열심히 굴리는 흑역사의 수레바퀴는
다양한 형태로 우리에게 접근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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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광고, 옥션/경매/한정품으로 끝도 없이 올라가는 가격과 부추겨지는 욕망,
혈액형과 별자리를 밀어내고 당당히 그 자리를 차지한 MBTI,
와인 시장, 주식(폰지)사기, 자본주의와 결탁해서 치어리더가 된 전문가들,
자신을 떠받드는 세력을 키우면서 '권위'를 만들어가는 유명인들,
'과학'의 외투를 입고 사실의 조각들이 사실 그 자체로 둔갑하는 경우들,
재미와 감동, 웃음과 눈물을 주면서 사람들을 조종하는 강연들.
당장 뉴스만 봐도 바로 꺼버리고 싶을 정도로 웃픈 일들이 정치면을 채우고
경제면도 만만치 않게 어린 아이들의 액체괴물 장난감처럼 어지럽게 터지고 있다.
그럼 이런 '거지같은' 혼돈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으란 말이냐!!! 싶은
울분이 솟구칠 때쯤, 5장 '왜' 대신 '어떻게'라고 물어라. 가 등장한다.
만약 성미가 급하다면 1장부터 차근차근 분노와 냉소를 쌓아가는 것 보다는
방법론이 나오는 5장과 6장 그리고 나오며 부분을 오가며 읽는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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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실천 방법이 나오기도 하거니와
이 세상이 사기꾼으로 드글거린다는 성급한 일반화의 고삐를 부드럽게 잡아채며
아직 멸망까지 가지 않은 이유도 인간에게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어리석게도, 여전히 따뜻한 마음과 희망을 가지고 세상을 지탱하고 있는
사람들의 힘과 열정으로 인해, 변화는 느리지만 분명히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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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까지 얼마나 더 많은 개소리와 헛소리를 들어야 할 지 답답한 것은 변함없지만
사그라들던 인류애의 온기가 -위태롭지만- 아예 꺼지지 않게 되어 다행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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