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만 꾸는 게 더 나았어요 트리플 10
심너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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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의 톡톡 터지는 상쾌함과 새로운 맛을 이 책에서 느꼈다.

심너울 작가의 <꿈만 꾸는 게 더 나았어요>




제목부터 취향이다.

살짝 뒤틀린 냉소가 느껴지지만 그 탓을 남에게 돌리지는 않는 의연함.

게다가 sf라니. 

현실에 한발짝 걸쳐져 있지만 다른 발과 눈은 여기가 아닌 곳을 바라보는,

경계의 아슬아슬함이 상상력을 더욱 자극하고 있을 법한 기시감도 놓치지 않아

여러 번 읽을 때마다 그 맛이 다른, 글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자음과 모음 트리플 시리즈는 한국 단편소설을 다룬다.

이 책에는 '대리자들', '꿈만 꾸는 게 더 나았어요', '문명의 사도'라는

세 편의 단편소설이 한 권에 담겨 있다.







'대리자들'을 여는 것은 누구나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신비한 눈을 가진 강도영이다.

지극히 현실적인 연극무대-여전히 바뀌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슬프기까지한- 에서 

배우로 활동하고 있지만,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매니저였던 부모를 잃기 전까지는

그 '눈'으로 사람들을 매혹시키고, 가만히 바라만 봐도 의미를 만들게 했던 스타였다.

영화쪽에서 주연으로 캐스팅 제의가 오지만 알고 보니, 

강도영은 얼굴만 빌려줄 뿐, 연기는 인공지능이 한다는 조건이다.

경제적인 이유로 승락하고 찍은 영화는 극장에서 상영되고 사람들은 좋아한다.

다른 사람의 삶을, 그 감정을, 배우의 몸과 목소리로 나타내는 연기가

인공지능과 그것을 다루는 '기술자분'들의 일로 치환되는 근미래.

여기에 아주 오래 전 연극 속에 연극을 보여줬던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을

아이싱처럼 살짝 넣어둔 점도 이 글의 다채로운 맛을 텁텁하지 않게 살려준다.


이 책의 제목인 '꿈만 꾸는 게 더 나았어요'는 '대리자들'에 비해 적은 분량이다.

하지만 읽으면 왜 제목이 되었는지 격하게 공감할만큼 매력적이고 산뜻하며 재미있다.


세번째로 수록된 '문명의 사도'는 앞의 두 작품보다 sf적 배경이라 세계관이 짙다.




단편소설의 특성상, 그리고 장르적인 쾌감상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록

책을 아직 읽지 않은 독자들의 재미를 반감시킬 것 같아 자세히 쓰기는 생략하지만,

'SF를 단편에 어떻게 소화할까?' 하는 의문에 '문제 없습니다!' 하는 

시원하고 상큼한 대답을 들은 기분이다.


어쩌면 작가 심너울의 세계는 나와 동시대를 살고 있지만

한 발짝은 다음 세상에 걸쳐져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즐거운 상상도 해본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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