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유난 떨며 삽니다 - 소심한 사람이 세상에 던지는 유쾌한 저항
박현선 지음 / 헤이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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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이네' 라는 말에는 피곤함과 귀찮음에 '너로 인해 짜증난다'는 감정이 섞여 있다.

확실히 어딘가 민감/예민하고 불편한 것이 많은 사람과 함께 있으면

-그리고 그 사람이 자신의 불평불만을 모두 입으로 뱉어내야만 하는 사람이라면-

부정적인 에너지에 쌓여있어 얼른 빠져나오고 싶은 것도 어느 정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불편함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보았을 때,

평소 의식하거나 깨닫지 못하고 무심코 지나쳤던 부당함과 

나에게 딱히 손해를 끼치지 않아 애써 말하지 않았던 부조리함이 섞여 있다면

얼굴과 양심이 화끈 달아오르는 창피함 속에서 되짚어 보게 되기도 한다.


<오늘도 유난 떨며 삽니다>는 <핀란드 사람들은 왜 중고가게에 갈까?>의

박현선 저자가 본인이 유난하기도 하고 타인의 유난함에 뜨끔하기도 했던 경험을

에세이로 엮어낸 책이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목조형가구학과에서 가구를 공부한 뒤,

-정말이지- 어쩌다보니 제대로 의사소통할 줄도 모르는 핀란드 헬싱키로 건너가

가구디자인을 전공하고 제품 디자인 회사를 운영한 저자는,

너무나도 다른 두 문화권에서 '공부'와 '생활'을 하며 느낀 바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물건을 디자인하고 생산하며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는 입장으로서

어느덧 '환경'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 자신의 경험을 확장하여 

지구 생태계에서 피라미드의 정점에 서서 생활하는 인간으로서의 '책임'을 말한다.


아는 것은 디자인 강국이라는 것과 '휘바휘바'와 자작나무 밖에 몰랐던 핀란드는

공동체 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개인보다는 가족, 회사, 단체를 우선에 두는 것이

배려이며 예의라고 교육받고 체화했던 저자의 세계관에 균열을 가져온다.

자신의 생각을 말과 행동으로 먼저 드러내고, 개인의 판단과 이해득실에 무게를 두는

핀란드의 생활방식이 우리와 비교해서 더 낫다고 말할 수는 분명히 없지만

너무나도 다른 문화와 삶/사회/자신에 대한 태도를 접하고 난 다음은 

분명 이전과는 달라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외국의 것이 무조건 좋고,

우리는 그들에게 배워야 한다는 사대주의가 깔려있지 않아서 더 좋았던 책이다.

핀란드 사람들의 문화에서 이해할 수 없던 부분에 대한 솔직한 심경,

성인이 되어 성장했던 것과는 다른 문화에 놓여진 사람들이 

실수할 수 밖에 없는 일에 대해 날서게 비난하지 않고 이해하는 마음을 갖게 된 것이

자기 자신에게도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가르치려는 태도가 아니라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익숙하고도 소소하며 다양한 에피소드로 전하는

'소극적'인 유난이 글 곳곳에 배어있어 독자에게도 그것이 은근하게 스며들게 된다. 




우리가 갖고 있던 '오지랖'과 '정'의 애매하고 넉넉한 경계가 무너지면서

다른 사람의 일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고 오로지 자기 편의만 추구하는 냉정함이

사람간의 관계 뿐만 아니라 사람과 자연/환경에까지 나쁜 영향을 미치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다같이 어울려 잘 사는 것을 추구했던 우리의 '공동체성'을 떠올리며

책임감을 갖고 사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겠다는 다짐에 참여하고픈 마음이 샘솟는다.



현명한 물질주의자로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와 생활 방식을 다듬으며

신중한 잡식주의자이자 배우는 다원주의자로 새롭게 변하는 '가치'와 '개념'에 대해

유연함을 잃지 않으려는 '유난함'


저자의 유난함은 자신의 '불편함'이나 '손해'에만 꽂혀서 불평불만만 내뱉으며

변화와 참여에는 소극적인 사람이 그것이 아니다라는 점이 저항을 유쾌하게 만든다.



**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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