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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멍때리기
웁쓰양 지음 / 살림 / 2021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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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때리고 싶어서 이 책을 펼쳤다.
비록, '지금 당장 멍때리기' 같은 시원화끈한 제목은 아니었지만
희망과 기대, 설렘과 다짐마저 느껴지는 <내일은 멍때리기>는 그러나,
제목과는 사뭇 다른, 예상 못한 환기의 즐거움을 선물해 준 책이다.
질책이나 가벼운 핀잔의 대상이 되는 '멍때리기'를 대회씩이나 개최한
책의 저자 웁쓰양은 회화부터 영상, 대규모 퍼포먼스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아우르는 아티스트이며 '웁쓰(Oops!)양(lady)'이라는 이름도
뜻밖의 일을 벌여 세상과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주는 작품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대놓고 천명하며 만든 사람이다.
자기 자신을 포함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휴식'에 대한 이유와 근거, 사유를 달지 않거나 기한을 정하지 않고
그저 편안하게 쉬고 싶은 만큼 쉬는 것은 요즘, 참 호사가 되었다.
전국민의 인생의 큰 그림이 정해져 있는 것마냥
안부를 묻는 인삿말이 삶/일상의 과제를 수행했는지를 논하는 대한민국.
-그나마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 같아 무척 마음에 든다-
대학 졸업 후에는 취업을, 취업 후에는 승진을, 승진 뒤에는 결혼을
결혼 뒤에는 자녀 출산을 -첫째가 있어도 둘째 계획을 묻는;;;;-,
집이나 자동차의 소유와 업그레이드(의 계획이라도)로 대표되는 '부'의 증식을
계속계속계속 물어보며 '~해야 한다', '~는 갖춰야 한다'의 틀에서 벗어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래서 웁쓰양은 스스로를 외계에서 와 지구인을 관찰하는 임무 수행 중이라고
어렸을 때부터 생각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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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첫머리에는 '평소 나 자신을 가장 '보통의 인간'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지만
가족, 친구, 학교, 연인, 사회적 관계 속에서 연을 맺게 되는 사람과 상황 속에서
도무지 '가장 보통의' 방식으로 반응하고 생각하고 행동하지는 않는 그녀의 모습이
다채로운 면과 색을 드러내는 여러 에피소드들을 읽으면서
나와는 사뭇 다른, 그러나 나와 또 아주 다르지는 않은 나의 '조각'들을 발견하고
데면데면 낯설어하다가 또 '나만 그랬던 것이 아니었어' 하며 반가워하기도 하는
기묘하면서 신기해서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7년 전 바쁜 도시 한 가운데에서 대조적으로 열린 1회 '멍 때리기 대회'는
어느덧 '숲에서도 바쁜' 현대인들 덕에 제주도 치유의 숲에서도 열렸다.
특별하거나 거창한 목적 없이,
바쁜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와 사람들(중엔 작가도 포함됐다고 한다)에게
조롱과 비꼼, 약을 올리기 위해 만든 멍때리기 대회에
사회가 기어코 '창의력 증진, 힐링, 집중력에 도움'이라는 효능과 의미를 찾아냈지만
작가 웁쓰양에게 이보다 더 신기하고 기쁜 것은
그 이후 '멍때리기'를 예찬하고 그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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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누군가의 자유로움과 아무렇지도 않게 틀을 깨보는 움직임이
모두에게 신선한 기운과 유쾌함을 줄 수도 있다. ^^
책에서 익힌 기술을 활용해서 시간과 공간의 멍때리기를 시전하며
나를 돌게 만드는 것들로부터 잠시 유니버스 분리를 해봐야겠다. 훗.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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