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은밀한 취향 - 왕과 왕비의 사적인 취미와 오락
곽희원 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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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은밀한 취향>은 제목 빼고 다 마음에 드는 책이다.

(제목을 마케팅 목적으로 저렇게 지었다면, 글쎄 요즘 감성과 어울리려나? 싶다.)


조선 후기와 일제 강점기 즈음의 답답한 고구마 시기와

드라마틱한 스토리로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 소재가 된 -거의 사골급!- 건국 초기나

연산군, 숙종, 세종, 세조, 광해군, 영조, 정조 시대의 정치/권력/사화/당쟁에서 보인

왕과 왕비들의 모습은 기능적이거나 '힘'과 '생존'에 대한 욕망의 주인공이었다면

이 책에서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은 각각의 취향(덕질)을 가진 자연인이자

최애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못하는 사랑스러운 존재로서 한층 더 가깝게 느껴진다.


이것을 가능하게 만든 사람들은 이 책을 만든 (무려) 12명에 달하는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들이다.

평생가도 제대로 완독할까 싶은 -그나마 교육과정에 있어 일부만 맛 본-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용비어천가> 등에 더해 

각종 단행본과 신문, 논문과 기사 뿐만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까지 망라해서

조선의 왕과 왕비가 (때로는 신하들의 눈총을 받고 궁색한 변명까지 하면서) 

소중히 아끼고 마음을 준 것들을 정리한 목록은 다음과 같다.


동물, 꽃과 나무, 소설과 그림, 도자기, 여행(온천)

스포츠(활쏘기, 사냥), 오락(당구, 쌍륙), 그리고 플렉스(불꽃), 화장, 판소리.


조선시대의 셀럽 오브 셀럽인 왕가의 사람들이 현재에 살았더라면

각 분야의 유튜버로서 명성을 떨쳤을 것 같다.

높은 신분 덕분에 해외 문물을 더 빠르게 많이 접할 수 있었고

돈과 권력으로 자기가 원하는 만큼 덕질에 빠져들 수도 있었던 사람들이

마음을 빼앗긴 것들은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과 딱히 다르지 않고

열정과 진심을 다해 사랑하는 것을 즐기고 지켰던 팬심도 우리와 매한가지다.

(역시 멋과 흥의 민족 DNA가 그들만 비껴 가지는 않지!) 


신하들까지 그 이름을 알았던 숙종이 키우던 고양이 금묘 (치즈냥이었나보다),

원숭이가 추위에 고생하다가 얼어죽을까봐 음력 11월에 가죽옷을 지어 입힌 성종,

서슬퍼런 장군이고 나라를 세운 태조가 말을 좋아하는 건 그럴 수 있겠지만

꽃과 식물도 좋아해서 신하들이 -작작 좀 하라는- 눈치를 주자

언짢음과 간섭은 사절하겠다는 '명령'까지 내렸다는 면모도 재미지다.

각각 취향의 소설을 탐독한 아버지 영조, 어머니 영빈 이씨와 아들 사도세자,

뷰티 유튜버가 충분히 되었을 화장을 즐겨한 화협옹주까지.


이 모든 이야기를 맛깔나게 풀어내는 것은 학예연구사들의 공로이다.



전문적인 지식은 기본이고 박물관의 도슨트에서 들을 법한 친숙함을 더해

과거와 현재를 산뜻하게 만나게 해주어 '일체감'과 '연결됨'을 느끼게 하는

저자들의 노력과 실제 그림, 자료, 유물과 궁궐의 모습까지 생생하게 담은 사진은

책을 보는 즐거움을 더욱 깊게 한다.




제목만 취향에 안 맞았던 흥미진진한 로열패밀리의 덕질이야기.

역사와 드라마에 관심과 호기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강력하게 권하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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