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왜 사라졌는가 - 도시 멸망 탐사 르포르타주
애널리 뉴위츠 지음, 이재황 옮김 / 책과함께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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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도시.

그 도시를 번영하게 한 문명.

폼페이처럼 재난으로 인해 한순간에 모든 것이 잿더미가 된 도시도 있고

엄청난 부흥을 이루고 거품이 불안하게 몸집을 키워가다 서서히 붕괴한 도시도 있다.


물론 잘 알려진 도시 말고도 '사라진 것들'은 무궁무진하게 많겠지만

역설적으로 기록, 사료, 문화재, 건축물 등의 흔적을 남기지 못한 것들은

현대의 우리에겐 존재했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따라서 과정이 어떠했든, 한 때 그 시대의 정점을 찍었을 것이 분명한 

존재감과 무게감, 그리고 빛남을 쌓아올리고 향유하다가 스러져버린 

사람들이 살고 있었던 시공간과 의미로서의 '도시'의 멸망이 주는 감정은 애틋하다.



<도시는 왜 사라졌는가>의 저자 애널리 뉴위츠는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SF 소설가, 컨텐츠 기획, 편집자(그리고 온라인 매체의 편집장)을 지냈고

휴고상을 받은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야기꾼 다운 자신의 경력을 잘 살려 폼페이, 차탈회윅, 앙코르, 카호키아라는

익숙하기도 하고 생소하기도 한 4개의 도시가 어떻게 멸망했는지에 대해

고고학자들과 직접 발굴 현장에서 함께 한 자신의 경험이나 역사적 사례,

경제학적 분석, 자연/기후/환경적인 관점을 총동원하여 

흥미로운 탐험기나 생생한 관찰기처럼 글을 써내려 간다.



이 책의 또다른 장점은 과거와 현재를 탁월하게 잇는 현장성이다.

'사라진 도시'라는 애잔함과 탐험이라는 서양의 오랜 판타지에만 머무르지 않고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정착하여 살며 문화, 제도, 종교, 정치, 경제, 교육 같은

시스템을 만들고 힘을 기르며 계층간의 격차가 생겨나게 되는 과정과

계층을 확실히 구분짓기 위한 '부'와 '상징'의 축적을 위해 필연적으로 저지르게 되는

그 시대가 감당할 수 없는 무리한 자연과 환경의 수탈에 이르기까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수많은 사회문제와 근원적인 측면에서 결코 다르지 않는

8000년에 걸쳐 반복적으로 생성-부흥-소멸해 온 도시의 역사를 돌아보게 한다.


비극적인 최후를 맞기 전까지 행복하게 살았을 사람들, 을 떠올리며

'사라진 도시'를 흥미롭게 읽던 독자도 책에 빠져들어가면서

어느새 과거의 어느 지역에 살았던 남의 이야기를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 자신들의 문명을 파괴하는 것이 곧 나의 현실이라는 팩트를

아프게 받아들이고 '나의 도시가 사라지게 두고 싶지 않다!' 라는 마음을 먹게 한다.


드라마틱한 소멸의 순간이 아니라

도시가 도시답게 되도록 유지하고 '도시인'으로 살았던 그들의 방식을 이해하고

그들이 너무 늦게, 혹은 잘못된 방식으로 선택했던 결정들을 

지금도 반복할 지에 관해 묻는 에필로그 - 경고편은 

일종의 사회적 실험으로서 도시의 흥망성쇠에 접근하는 신선함과 함께

그렇다면 이제 무엇을 언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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