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기도가 될 때 - 수도원에서 띄우는 빛과 영성의 그림 이야기
장요세파 수녀 지음 / 파람북 / 202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몸이 지치고 집중이 안 될 때 음악을 틀어놓고 에너지를 북돋우길 좋아한다.

머리가 복잡하면 웃긴 동영상, 단순한 게임, 감동과 미소를 주는 동물을 본다.

그런데 이런 테라피가 다 통하지 않는 때가 간혹 있다.


누군가의 목소리도 듣기 싫을 정도로 속이 시끄러울 때, 그림을 보게 된다.

특히 그것이 인물화라면 더 좋다.

평소보다 더 시간을 들여 찬찬히 들여다 볼수록

그림 속의 인물이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다.


제대로 해소하지 못한 감정의 찌꺼기가 풍랑과 비바람이 되어

마음을 온통 헤집고 탁하게 만들 때

조용한 침묵 속에서 언제고 그 자리에 존재하는 그림이라는 세상은 

새삼 든든하고 안정적인 안식처가 되어 준다.





장 요세파님이 쓴 <그림이 기도가 될 때>는 

제목과 저자의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가톨릭 수도자가 쓴 그림책이다.


저자의 이력을 살펴보면 조금 특이한 부분이 있다.

장요세파 수녀는 일본 홋카이도의 트라피스트 여자수도원에 입회한 뒤

현재 창원 수정의 성모 트라피스트 봉쇄수녀원에서 수도 중이다.

대중들과 만나고 목회 및 수도생활을 하는 수녀님이 아니라

새벽 3시 30분에 기상해서 밤 8시 불이 꺼질 때까지 기도와 독서, 노동으로 수도하는

세상과 단절되어 있지만 누구 한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닌 세상을 위한 기도를 하는

수도자가 바로 이 책의 작가다.


그래서인지 책에 수록된 작품은 종교화가 많다.

그리고 그 작품이 묘사하고 있는 성서의 일화와 수도자로서의 감상과 기도가

에세이와 시로 담겨있다.

서양 미술사에서 종교를 빼놓을 수 없기 때문에

종교 전문가이며 수도자인 저자의 해박한 설명을 더 하면

미술 및 예술의 영역으로 보는 작품의 이해와 감상이 훨씬 풍요로워지고 

종교화, 라는 이름과는 역설적이게도 더욱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물론 성서의 한 장면을 담거나 종교화만 수록된 것은 아니다.

1. 상처 입은 치유자, 2. 감돌아 머무는 향기, 3. 불꽃이어라 에 수록된 작품들은

서양의 고전 회화 뿐만 아니라 현대의 조각/부조, 그림까지 다양성을 자랑한다.

그리고 각 작품을 오래오래 응시하여 얻은 삶과 영원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더한다. 



머리 속이 복잡하여 아무 생각을 들여놓고 싶지 않아 펼친 책이지만

그림을 만나고 보고 읽다가 어느새, 

장 요세파수녀님이 조곤조곤 다정하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었다.


어떻게 해야한다- 는 설교나 종교에 대한 설파가 아니라 

저자가 그림을 매개로 명상하여 만난 인간의 내면과

부족하고 어둡고 흔들리는 인간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사랑과 자유, 용서와 초월로 인간을 품고 위로하는 신의 존재를 

기도와 영성으로 풀어내는 그림에세이 <그림이 기도가 될 때>.


슬슬 추워지는 요즘, 향초나 인센스를 옆에 두고 읽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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