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미술관으로 퇴근하는 하루

60일간의 교양 미술 - 그림 보는 의사가 들려주는
박광혁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1년 9월

즐겁게 호응하며 신나게 함께 즐기고 앙코르를 외치는 공연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앉아서 맛있는 팝콘과 콜라를 먹으며 보는 영화도 

이 시국이라 관객의 규모도 무척 줄었고 상황이 언제나 나아지려나~ 하며 멈춰있다.

사람들 조용히 그림을 감상하는 전시회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그림과 조각, 디지털 아트 등 미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가 높아지고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춰 예술가의 일생과 작품의 숨은 이야기를 들려주어

큰 인기를 끌었던 도슨트 프로그램도 취소되고 있는 암울한 상황이다.

미술관과 전시회에 가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가 커져서인지,

출판계에서는 반가운 기획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미술관에 간 의학자>와 <히포크라테스 미술관>등으로 이미 독자를 만나 왔던

내과 전문의이자 작가인 박광혁님의 새 책 <60일간의 교양 미술>도 그 중 하나이다.

이성과 논리, 냉정과 분석적인 의학계에 종사하는 저자가

감성과 정열의 영역인 것 같은 미술을 신선한 시선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프랑스, 영국,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러시아, 스위스, 오스트리아,

미국, 일본 등 그야말로 전 세계의 미술관을 순례하며 관찰하고 감상한 것들 중에서

그림에 담긴 의학과 인문학적 코드를 뽑아내어 글로 표현하는 이야기는 

나와 여러모로 다른 타인의 세계관과 취향을 접해보는 측면에서도 흥미롭지만

동일한 작품 속에서도 느끼고 감지하는 포인트가 다르다는 면에서 

그 작품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어내는 마법같은 경험을 하게 한다.

의사인 저자의 이력에 걸맞게 

저자가 주로 고른 작품은 인간을 주제로 다룬 것들이고

화가의 이야기를 할 때에도 '병/병리'를 분석하고 작품에 미친 영향을 짐작해본다.

미술을 좋아하고, 미술관을 사랑하며 서양 미술사 모임을 꾸려 활동하는 저자는

서양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명한 회화 뿐만 아니라 많이 알려지지 않아도

들여다볼수록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가치있는 명화도 함께 소개한다.

미술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일반인들의 관점에서 궁금해 했거나 

작품 속에 숨겨진 작가의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지나쳐왔던 것들을

알차게 담아놓아 책을 읽으며 미술을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미술관에 가서

도란도란 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감상을 나누는 것 같은 친근감을 주기도 한다.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독일, 네덜란드와 유럽 8개국을 거친 후

러시아와 미국까지 섭렵하는 서양 미술의 과거와 현대를 담은 

멋진 그림들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읽다보면

긴장하고 속 시끄러웠던 하루의 고단함이 사르륵- 녹아내리는 기분마저 든다.

책으로 먼저 만난 작품들을 직접 미술관에 가서 또 보고 싶다.

2차원의 책이 아무리 애써도 담아낼 수 없는,

작품이 만들어졌던 그 시간과 작가의 에너지를 오롯이 담고 있는

붓과 나이프의 움직임을 눈으로 보고 느끼고 싶어진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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