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빌리의 비참
알베르 카뮈 지음, 김진오.서정완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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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방인>은 알베르 카뮈의 대표작이다.

고전이 그렇듯, 저 책을 다 읽은 사람은 제목만 아는 사람보다 많지는 않겠지도 

'부조리', '실존주의'처럼 딱 부러지게 설명하기는 곤란하고 모호하지만 

'뭔지 알지?' 로 퉁치게 되는 단어와 카뮈는 늘 함께 해왔다.

게다가 팬데믹으로 전 세계 모두가 일단 멈춤의 상태가 되어 있는 요즘 

<페스트>의 작가 알베르 카뮈는 전염병으로 도시가 격리된다는 설정은 

다시 카뮈에 대한 관심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알베르 카뮈가 작가가 되어 가는 과정 중인 26세 일간기 기자였을 때 썼던 르포 

<카빌리의 비참>이 우리말로 번역되었다고 한다.

1939년 6월 5일부터 15일까지 발표한 11편의 기사는

프랑스 식민지 알제리의 카빌리 산악 지대에 사는 사람들의 절대적인 빈곤과

그들의 비참한 일상을 있는 그대로 명료하게 표현하고

무관심과 침묵, 거짓 선전을 하는 프랑스와 프랑스 지식인들의 면모를

똑바로 응시하고 단호하게 행동을 요구하며 실수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외친다.


카뮈는 백인이고 식민지를 지배하는 프랑스 사람이지만 

지배당하는 땅인 알제리에서 태어났고 가난하게 자랐다.


1차 세계대전으로 아버지를 잃은 뒤 정부에서 지급받는 연금과 

청각장애인이자 문맹인 어머니가 가정부로 일하며 버는 돈으로 산 경험은

그에게 '가난'의 원인과 해결책을 정확히 깨닫게 했다.


개인의 게으름이나 무기력으로 가난의 원인을 돌리고 비난하거나

사랑과 동정, 거창한 구호을 외치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것은 

절대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며 -빵, 밀, 구호물자 같은- 즉각 제공되는 도움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근본적으로 삶의 모든 영역을 차근차근 공격하며 뿌리내려

몇 세대에 걸쳐 강력한 장악력을 발휘하는 빈곤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

과도한 인구 밀집, 모욕적인(!) 저임금, 비참한 주거 환경, 부족한 지원,

인간다운 삶을 누리지 못하게 하는 물과 도로와 위생 시설의 부재, 인색한 교육 등

촘촘하고 구석구석에 산재해 있는 문제를 없애야 한다고 말한다.



1939년 알제리의 한 지역에서 일어난 일이,

지금도 낯설게 보이지 않는 것이 비참했다.

예외적인 상황이라거나, 지금은 누구나 힘든 불황이라는 얘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게 들린다.


메마른 땅에서 아무것도 생산할 수 없는 주민들이

풀뿌리와 갈레트로 연명하며 숲에서 잣을 채취해 먹다가 재판을 받고

죽은 나뭇가지를 숯으로 가공해서 도시에 가져가 팔려고 시도하면서

어떻게든 자구책을 찾지만 방문 판매 허가를 받지 못하고 

(기껏 만든) 숯과 당나귀를 압수당하고 부과된 벌금과 보호소 비용을 지불하지 못해

감옥으로 보내지는 우습지도 않은 상황과,

감옥에서 지급받는 식사로 결국엔 먹고 살게 되는 비극적인 빈곤 탈출이

카빌리인들의 상황을 바꾸려 하지 않고 현실을 아랑곳하지 않으며 

'법'을 들이밀며 위대한 프랑스를 자랑하는 정부와 고위층

그리고 그들의 무능과 무관심에 눈 감는 지식인들에 의해 '완성'된다는 것을

11번의 기사로 생생하게 전달하는 카뮈의 글이 엮인 이 책은

140페이지 남짓한 얇은 책이다.

책이 더 도톰했다면 이 비참하고 죄스러운 기분이 더 짙어졌을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현재 한국 독자에게 전해지는 그의 뜻도 명료하다.


문제를 정치적인 시각에서 인간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될 때

항상 발전은 이루어진다. (p.123)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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